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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young May 28. 2021

잘 협력하다!

 잘 협력해서, 좋은 결과물 한 번 만들어보세요

 학교에서 직장에서 심심하지 않게 들어본 말이다. 

익숙한 문장이라 단어 하나하나 곱씹어 본 적이 없는데, '잘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협력을 통해 만드는 결과가 '좋은 결과물'이길 바라는 마음은 무엇인지, 왜 결과는 '한 번' 만들어보라는 것인지 굳이 한 번 되새겨본다. 왜냐하면 지금은 평범한 것도 새롭게 다가오는 팬데믹(pandemic) 기간이니까! 

 



  나는 국제 개발 협력 분야에서 활동한다. 한국 본부에서 파견되어 개발도상국 어느 한 마을에서 살면서 일하고 있다. 2013년에 첫 파견을 나왔고, 벌써 8년을 꼬박 채웠다. 그 시간 동안 곁에는 항상 함께 하는 한국인, 그리고 외국인 동료가 있었다. 해마다 그 수는 달랐지만 적게는 3-4명, 많을 때는 20명이 넘어가기도 했다. 

 

 해외 근무, 고용 형태, 재정 상황에 따라 계약의 연장과 해지가 매우 유동적인 비영리단체 일의 특성 때문에 한국 동료의 들고 남은 매우 잦았고, 단기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 자발적인 동참에 의해 구성되는 팀의 성격에 의해 외국인 동료들의 자리도 채워지기도 비워지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은 반갑고 아쉬운 일이었지만, 점차 감정은 익숙함에 잠잠해졌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놀라운 단어가 일상에 등장했다. 등장이라는 말은 너무 평범하다. 코로나가 '빵'하고 터졌다. 주재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3월 15일 한국 출입에 대한 대국가 제재와 함께 전국의 이동 통제령이 내려졌다. 일하던 동료들은 본부의 지침에 따라 복귀했고, 새롭게 파견을 예정했던 동료들의 비행기 표는 취소되었다. 현지 모든 사람들의 발이 묶였다. 나는 사무실과 숙소가 함께 위치한 센터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출퇴근과 업무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혼자 사무실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흥분과 주위를 감싸는 정적이 싫지 않았다. 그런데 1달, 3달, 6개월.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의 연속이 흥분과 평온을 슬럼프로 바꾸었다.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불편함과 불평이 싹텄고, 곧이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일에 대한 좌절감이 다가왔다. 좌절감은 그동안 함께 일을 했던 여러 동료들 생각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코로나19 상황에 맞이하는 새로운 협력의 사례들을 몸소 경험하며 '함께 일한다, 협력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게 되었다. 




 1) '잘' 협력하다 - to cooperate well 

 지금까지 우리 기관은 지역 내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해왔다. 지역의 필요가 있으면 사업을 기획하고 개발했으며, 독자적으로 사업을 했다. 물론 사업의 구성이 ‘컨소시엄’이라는 형태를 조건으로 했을 때  타 기관과 협력하여 사업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대게 단기적이었고 물리적 결합과 함께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였다. 


 협력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사업 필요성이 기본 바탕이지만, 인건비, 운영비 등의 재원 규모 또한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협력 기관 간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도록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고, 보고서와 회계 정산까지 마치면 할 일을 다한 연대는 사업의 결과만 남기고 끝이 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긴급지원을 위한 컨소시엄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절차나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느낀 몇 가지 다른 지점이 있었고, 나는 '잘 협력했다' 라는 의미를 어렴풋이 경험했다. 한 번 더 협력의 기쁨을 기대하며 그 지점들을 정리해본다.



컨소시엄, '잘 협력'의 포인트


 1) 사업의 필요성과 더불어 협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뚜렷했다.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코로나19가 이미 잠식되어 정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람이 갈 수 없으니 그 곳의 사람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물적 자원의 기지와 이를 배부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기지가 달랐기 때문에 각 기지 간의 협력도 필수적이었다. 협약서와 계약서에 프로세스를 도식화 하지도, 의무와 역할을 세세하게 명시하지도 않았지만 각 단위는 협력이 필요함을 명확하게 느꼈고, 해야 할 일에 책임감이 컸다. 


2) 공동의 목표가 숫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대게 사업 성과는 수치로 평가된다. 몇 명이 참가했고, 수혜를 받았으며, 몇 개의 물품을 배부했는지 등이다. 물론 예산을 집행 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목표가 되면 사업을 하는데만 집중하게 된다. 이번에는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식량과 위생용품을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고 이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해야했다.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달성해야하는 숫자가 아닌 도움을 전해야하는 사람이었고, 미달성되어서는 안되는 목표였다. 


3) 서류가 아닌 신뢰가 바탕이었다. 

 관계, 신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기관이나 사람의 명성과 배경이 아닌 철학과 진정성을 알고 느꼈을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이번에 함께 한 기관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관계를 형성해온 곳이다. 그래서 많은 설명이나, 사업에 대한 당부를 하지 않았지만 어느때보다 이해가 깊었고, 계속적인 모니터링과 상황 확인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을 떠나 이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의 안녕과 건강을 계속 기도하며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원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신뢰는 사업을 수행하는데 가장 큰 에너지였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지점들이 모든 협력의 관계에 적용 되는 것일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에 경험한 협력의 감동은 마음 언저리를 계속 돌고 있으며, 앞으로 내가 다시 협력의 기회를 만든다면 이 지점들을 되새기게 될 것 이다. '잘 협력'하는 법. 이렇게 한 단계를 배우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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