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결혼, 혼인취소소송 가능할까

혼인취소소송이 인정되는 기준과 실제 사례 분석

by 오경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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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시작해야 할 혼인이, 배우자의 거짓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듯한 감정적 붕괴를 경험하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이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법적 조치가 바로 혼인취소소송입니다.


많은 분이 “배우자가 중요한 사실을 속였으니 당연히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질문하십니다. 그러나 실제 법원이 혼인취소를 인정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민법 제816조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 사기나 착오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오늘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사기혼이 인정되는 경우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경계, 그리고 혼인취소소송을 준비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기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학력·결혼전력 등 신분사항을 속인 경우

― 혼인취소가 인정되기도,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혼인 전 학력, 직업, 과거 혼인 여부 등 ‘기본적 신분사항’을 속인 경우가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지는 오래전부터 쟁점이 되어왔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거짓말이 혼인 유지 자체를 어렵게 할 정도로 본질적이고 중대한 사실일 때만 혼인취소를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혼인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혼인이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학력 차이가 혼인의 본질적 요소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것인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2. “두 번의 결혼 전력을 숨겼다”

― 명백한 사기혼으로 본 사례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서현 씨(가명, 31세) 는 대학 시절 만난 연인 이도현 씨(가명, 33세)와 4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 직전까지 특별한 문제 없이 지냈지만, 결혼 후 불과 두 달 만에 이도현 씨의 외도로 부부관계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혼을 준비하던 서현 씨는 우연히 남편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열람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과거 두 번이나 혼인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가족 구성원 전체를 속이고 혼인생활을 유지해 온 상황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남편은 명문대 졸업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습니다.


이 사실들을 확인한 순간 서현 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단지 이혼을 넘어 혼인 자체를 취소하기 위해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역시 '혼인경력과 학력을 반복적으로 허위로 고지한 행위는 사기혼에 해당하며, 원고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된다'며 혼인취소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례는 혼인 전력이나 신분을 조직적으로 속인 경우 법원이 혼인취소를 인정한다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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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신 사실을 속여 혼인을 유도한 경우

― 법원은 적극적인 기망으로 본다


혼인취소가 인정되는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바로 임신 사실을 속여 혼인을 유도한 경우입니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정훈 씨(가명, 36세)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교제 중이던 연인 박윤아 씨(가명, 34세)가 임신했다고 하자 양가 가족의 권유로 혼인을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혼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 씨는 임신 사실이 거짓이었다는 점을 털어놓았고, 더 나아가 실제로는 임신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기저 질환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정훈 씨는 그동안 윤아 씨가 한 모든 말이 의심스러워졌고, 더 이상 결혼을 유지할 마음이 사라졌으며 결국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임신했다고 속인 점은 혼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실이며, 원고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혼인을 취소했습니다. 이처럼 임신 사실은 혼인 의사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적극적 기망이 인정되면 혼인취소가 비교적 쉽게 인정됩니다.




4. 모든 거짓말이 혼인취소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 혼인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면 취소는 어려울 수 있다


혼인 중 배우자의 거짓말이 드러나면 ‘혼인 자체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법원 기준은 훨씬 좁을 때가 많습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짓말이 혼인 의사결정의 본질적 요소였는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정말로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 기망이 부부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했는가? 앞서 살펴본 대로 임신 사실이나 혼인 전력 등 ‘혼인 결정의 근본 요소’를 속인 경우는 혼인취소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성격 차이나 과거 연애 경험, 재산 규모의 일부 등을 과장했거나, 시간이 지나 스스로 교정 가능한 요소라면 혼인취소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혼인취소는 이혼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5. 혼인취소와 이혼, 무엇이 다른가

― 혼인취소는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 그렇지 않습니다


혼인취소가 되면 혼인 자체가 완전히 지워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큰 오해입니다. 혼인취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혼인신고를 했던 사실 자체는 혼인관계증명서에 계속 남습니다. 즉, 혼인 자체가 완전히 삭제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무에서는


혼인취소 청구와 동시에 이혼 청구를 병합하거나 혼인취소가 사실상 어려운 경우 이혼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혼인취소소송은 법적 기준도 까다롭고, 승소하더라도 그 효과가 기대만큼 깔끔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혼인취소라는 기록 자체가 중요한 분들은 이혼보다는 취소소송을 그대로 진행해야 하겠지만요.




결론: 혼인취소는 가능하지만, 단순한 거짓말로는 어렵습니다

― 사기혼의 핵심은 ‘혼인 자체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기망’입니다


혼인취소소송은 감정적으로는 '속임을 당했다'는 억울함을 풀어주는 절차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매우 엄격한 논리를 요구합니다. 배우자의 거짓말이 있더라도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라면 혼인취소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혼인 전력 은폐, 임신 거짓말, 학력·신분에 대한 본질적 허위, 반복적이고 적극적인 기망행위와 같은 요소가 결합된다면 법원은 사기혼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혼인취소소송은 사안별로 판단 기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준비 과정에서 입증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혼인취소와 이혼 중 어떤 절차가 더 적합한지,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당사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은 무엇인지 등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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