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게 되는 이유(3)

심신 미약(心身微弱)

by 우아한 우화


키는 내 콤플렉스 중 하나다.

학창 시절 장기자랑이나 무용 등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서야 하는 일이 있을 때면 고만고만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우뚝 선 모습이 어쩐지 부담스럽고 조화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위축되었다.

대학에서 검도 동아리에 들어갔을 땐 남자 선배 한 명만 빼고 다 나보다 키가 작았다.

그때 무심코 한 남자 선배 옆에 섰다가 그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그 후로는 남자들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섰다.


어리고 젊었을 때는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운동하냐고 물었고 나는 왠지 그 질문이 너무 싫어 운동을 멀리했다.

더군다나 어르신들은 완곡한 표현을 사용할 줄 몰랐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곤 했다.

이 외에도 키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무척 많다.

이렇듯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은근히 자주 받다 보니 큰 키를 감추기 위해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게 되었고 마음도 점점 쪼그라들면서 자세마저 소심해 보이는 반갑지 않은 덤을 얻었다.


친구들 중에는 나와 키가 비슷한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균 키다.

그중에서 키가 제일 작은 친구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어리게 보았고 20대에는 술집에 가면 민증 검사를 하고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는 사람까지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부럽다고 했을 때 그녀는 우리를 위로하고자 자신이 겪었던 굴욕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30대 후반쯤의 일이다.

어느 날 친구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학생 하면서 어깨를 두드려서 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가 돌아보자 그 사람이 놀라면서 “어머, 죄송해요”라고 말하고는 민망했는지 빠르게 지나쳐 갔다고 한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이었는데 앞모습은 어른이었다는 데 충격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친구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확실히 어려, 아니 이제는 젊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키가 커 보이게 옷을 입으려고 하지만 난 최대한 작아 보이도록 입어서 나의 콤플렉스를 감추려 했다.

지금에야 기장이 긴 옷들이 많이 나오지만 나에게 맞는 바지를 찾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난 어떻게 옷을 입어야 키가 작아 보이고 상체가 말라 보이지 않는지, 나의 퍼스널 컬러는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입고 싶은 옷과 어울리는 옷이 상반되고 모델이 입었을 때 예뻐서 산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기 일쑤다.

그러니 옷장을 열어도 입을 게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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