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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배우다.

지혜

by 우아한 우화

아들과 딸 그리고 아들 친구 둘을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친구들은 대회에 나갈 정도로 수영을 잘한다.

자유형은 호흡이 중요한데 자세와 호흡 모두 안정적으로 보였다.

반면에 우리 아이들은 코를 부여잡아야만 잠수를 할 수 있었고 개헤엄을 쳐야지 깊은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학교에 수영 수업이 있지만 제대로 빨리 배우는 게 쉽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못 따라가는 것인지 내 눈에는 부족하게만 보인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수영 레슨을 따로 시키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나의 아들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

딱 한번 시도해 본 이후로 레슨을 시키지 않았다.


스포츠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세가 좋으면 운동을 더 잘할 수도 있지만 멋있고 예뻐 보이기도 한다.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가 생각난다. 싱글 타수에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는 교민분께 몇 번의 강습을 받았는데 기본적인 자세만 익히는데도 진땀이 났다.

그러다 선생님의 개인 사정으로 채를 제대로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레슨이 중단되었다.

실력은 비루해도 이곳은 한국 돈 3만 원이면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무작정 필드에 나갔다.

배운 대로 그립을 잡고 자세를 신경 써서 공을 쳐도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세가 희한했는데도 공은 허공을 뚫고 홀을 향해 멋지게 날아갔다.

내가 알던 스윙이 아니어도 공이 잘만 날아가는 것이 신기했다.

분명 좋은 자세로 스윙을 하면 멋지다. 그렇지만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또 누군가의 기이한 스윙은 멋있지는 않아도 공이 제대로 날아가기도 한다.

자기만의 방식을 발견하고 즐기는 것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그렇지만 난 정석 같은 자세로 공도 멀리 잘 보내고 싶었다.

욕심은 내었지만 성과는 없었던 경험이었다.


친구들은 깊은 물에서도 자유롭게 노는데 아들은 난간을 잡고 딸은 튜브를 끼고 노는 모양새가 자유롭지 않아 보였다.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지만 어쩌면 그건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친구들 수영 잘하던데 너도 수영 레슨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아들 왈,

“엄마, 배울 필요 없어. 어차피 즐기다 보면 잘하게 돼.”

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보기에 폼이 안 났을 뿐 아이들은 신나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나만 폼생폼사였나 보다.

아이는 즐기다 보면 자연히 잘하게 된다는 것을 언제 터득했을까?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부러웠다.

그 한 마디로 나의 잔소리 폭격을 막아낸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 무엇일까, 그리고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 보는데 좀처럼 하고 싶은 게 없다.

아마도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실력은 욕심만큼 늘지 않으니 시작도 전에 자꾸 망설이는 게 아닐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인정받고 싶어서, 성취하고 싶어서, 성과를 내고 싶어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마음은 안이 아닌 밖으로부터의 평가를 중요시 여기며 정작 내 마음을 돌보고 살아보지 못한 세월 때문 일 것이다.

그래, 즐겨보자. 글쓰기도 즐기면 된다. 나를 자유롭고 즐겁게 하는 글쓰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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