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표정으로 곧장 침대로 가 눕는다. 다섯 시도 안된 시각이었다. 어디 아프냐고 했더니 피곤하다며 잠깐 눈을 붙이는가 싶어 저녁 시간에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실에 앉아있는데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경이로웠다. 나는 잠들기까지 뒤척이는 시간이 길다. 그나마도 잠이 들면 다행인데 타이밍을 놓치면 눈감고 꼬박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나의 잠은 참 흐리고 옅다. 그래도 낮잠을 자는 일은 없었는데 이제는 낮에 잠깐이라도 누워있지 않으면 몸이 견뎌내지를 못한다. 저녁에도 못 자는 잠을 낮이야 오죽할까 싶지만 라디오든 유튜브든 뭐라도 틀어놓고 나도 모르게 깜빡 잠드는 순간이 있었다. 시간을 보면 단 몇 분일 때도 있었고 길면 몇십 분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든 잠이 꿀같았다.
저녁잠은 꿈도 꾸고 소리도 듣고 생각도 많아 누워있어도 깨어있었던 것 같은데 낮에 잔 잠은 말 그대로 삭제된 시간이었다.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요즘이다. 어쩐지 아들의 코 고는 소리가 달콤하게 들린다. 그렇게 여섯 시가 조금 넘어 밥상이 차려지고 아이를 깨우러 갔는데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그래도 밥은 먹여야겠다 싶어 한 두 번 깨웠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맨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들어간 게 자못 못마땅했지만 아이에게는 잠이 더 중요할 테니 애써 모른 척하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 7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아이 얼굴에 여전히 잠이 한가득이다. 자도 자도 무수한 별처럼 쏟아지는 너의 잠은 무겁고 나의 잠은 이토록 가볍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