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미의 습격
맛있는 쌀국수집이 생겼다는 말에 가족들과 가보기로 했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식당은 커다란 정원에 야외석도 있고 건물에도 정원 쪽으로 테이블들이 놓여있는 오픈형이었다. 비가 왔으므로 우리 가족은 정원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케냐에 와서 ‘날개미’라는 곤충을 처음 알았는데 이 녀석들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면 땅밑에서 날아오른다. 밤이라면 문을 꼭 닫아야 하는데 빛을 보고 날개미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래된 집은 창문이나 새시 아귀가 안 맞거나 낡아서 틈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집이 그런 경우다. 문을 닫아도 그 틈으로 집요한 몇 마리가 들어와 어지럽게 날아다니다 날개를 떨어뜨리고 몸체만 바닥에 기어 다니는데, 차라리 날아다닐 때가 나아 보인다.
처음 집안으로 날개미들이 들어온 날 아이들과 소리 지르며 도망 다니던 일이 생각난다.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케냐 사람들은 이거 먹기도 해,라며 태연하게 휴지를 들고 왔다.
처음엔, 이걸 먹는다고? 어떻게?? 왜 먹어???…. 그러다, 어쩌면 메뚜기를 먹는 것과 같을지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가 오고 날개미들이 활개를 친 다음 날이면 뒷베란다와 발코니에 날개미의 날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드디어 기대하던 쌀국수가 나왔는데, 날개미들이 정원 쪽에서 팔랑팔랑 날아오르더니 우리 테이블까지 순식간에 날아와 머리 위에서 춤을 추었다. 음식에 정신을 빼앗겨 맛있게 먹으려던 찰나, 딸아이가 벌레가 국수에 빠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편이 괜찮다며 바꿔먹자고 하는데 그 사이 내 것에도 날개미가 빠져버렸다. 아들은 두 손으로 자신의 국수를 사수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날개미의 폭격이 점점 심해져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 결국 매니저를 불렀지만 이들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그는 전기 모기채를 가져와 잡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옆에 있던 여직원이 갑자기 우리는 이것을 먹는다고 말한다. 순간, 그래서….?? 나는 우린 안 먹어,라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직원이 떠나가고 남편과 아들은 그 여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그러니까 우리도 먹으라는 얘기인가? 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허락도 없이 내 국물에 빠진 날개미를 먹을 수는 없었다. 이제 웬만한 것은 그러려니 하고 먹을 수 있을 만큼 무뎌졌지만 날개미까지는 못 먹을 것 같다.
그냥, 건지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