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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

by 우아한 우화


-새벽 5시를 넘어서면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니 아마 그때쯤 정신은 깨었던 것 같다.

난데없이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아, 좀 더 자야 하는데 하다가 정말 몇 시가 된 건가 싶어 시계를 봤더니 5시 43분이었다.

여행 간다고 설레어 잠을 설친 것도 아니고, 뭔가 근심이 있는가?…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쓸데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막상 일어나려니 너무 피곤했다.


-아이들이 학교 갈 때는 주단위로 나누어 5일 동안은 같은 아침을 주지 않고, 도시락과 겹치게 내주지도 않는다.

질리지 않게 간격을 두고 나름 영양과 식단을 짜서 준비하는데 오늘은 아들이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짜증을 냈다.

가끔은 밥에 국을 말아서 주는데 양이 많다고 하여 그다음부터는 두 수저분량의 밥만 담는다.

그런데 오늘은 이 국을 싫어한다며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전에는 잘만 먹더니 대체 왜 그러는데 이눔아??


목소리 톤이 높아진 나는, 그럼 전에 국 먹었을 때 엄마, 다음부터는 아침에 국 주지 마세요.라고 좋게 얘기했으면 엄마가 안 줬을 텐데 실컷 잘 먹어놓고 오늘 아침에야 그러냐고 막 뭐라고 했다.

먹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아들의 태도에 화가 나고 오기가 생겨서 다 먹으라고, 안 그러면 컴퓨터 못할 줄 알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만한 게 컴퓨터고 게임이고 코딩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 화가 나면 다 잊는다.

어른인 나도 이러는데 사춘기 청소년이 어떻게 알고 행할까…

내가 어리석은 어른이다.


내가 화났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태도였지만 아주 조금은 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한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라면, 그러게 누가 그렇게 해주라고 했어요?라고 할 것 같았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게 해놓고 인정을 바라고 감사를 원했던 건 아닌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기대를 품지 말고, 감사를 바라지 말고, 인정을 갈구하지 말아야 한다.

전부터 아이에게 아무리 화나도 학교 갈 때는 인사하고 가랬더니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는 하고 간다.

암말도 안 했다.

그러게, 아무나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반성의 마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왠지 전기가 나갈 것 같은 불안감에 아이들이 가자마자 후다닥 샤워를 하고 수건먼저 세탁했다.

세탁이 다 됐다는 알람을 듣고 빨래를 널고 나니 전기가 나갔다.

휴~~~~~


-제집사님 댁에 일찍 도착해서 같이 떡볶이를 먹고 오후 1시에 윌슨 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팀도 곧 합류해서 직원에게 언제 보딩 하냐고 물었더니 2시 반 비행기가 아니라 4시 비행기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가 인가 싶어 자초지종을 캐보니 우리의 예약을 도와줬던 메롤린의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뭘 어쩔 수도 없는 상황이니 4시 비행기를 탈 수밖에…


비행기는 30명 정도 타는 작은 비행기로 약 한 시간 만에 말린디 와타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는데도 끈적한 땀이 배어났다.

각자가 가져온 식재료를 꺼내고 방을 배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저녁을 먹었다.

에어비앤비로 독채 하나를 빌렸는데 요리사와 매니저가 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도와줘 편했다.


식사 후 여선교회 회장님이 준비해 오신 나눔 활동을 하며 은혜롭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모든 게 감사하다.


-떡볶이, 김밥, 쑥떡, 삼겹살, 온갖 종류의 김치와 장아찌, 냉면, 이집트 과자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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