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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6

by 우아한 우화


-예배에 집중이 안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RVA 학생들이 미드텀 브레이크라 교회에 많이 왔다.

넉넉하게 애찬을 준비했는데도 사람이 밀려 당황스러웠지만 다들 손발을 척척 맞춰서 잘 배식했다.


내일부터는 영국식 학교가 일주일간 미드텀이라 차가 막히진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스쿨버스가 엄청 빨리 올까 봐 그게 또 걱정된다.

아들이 얼마나 불평을 해댈지 벌써부터 그려진다.


-눈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가까운 것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것도 잘 안 보인다.

원시에 노안까지 겹친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노안이 온 것 같아 속상하다.


앞머리에 삐죽하게 솟은 흰머리도 거슬리지만 뽑지를 못한다.

한 올 한 올이 소중하다.


-미리 싼 여행 가방을 다시 큰 가방으로 옮겨 싸느라 힘들었다.

바닷가이니 다들 해산물을 사 온다고 하여 나도 보냉백과 큰 캐리어를 준비했다.


윤권사님이 어제 큰 오징어 한 마리를 3천 실링 주고 사셨다고 하니 요즘 환율로 하면 3만 3천 원 정도 하는 돈이다.

한동안 한국도 오징어가 금값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안 먹고 마는 수밖에…

권사님 말씀으로는 중국 사람들이 가격을 다 올려놨다고 하는데 일부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고급 고등어조림 비법을 알아왔으나 집에 무는 없고 시어터진 김치가 있어 김치 고등어조림을 만들었는데 너무 시어서 그런지 맛이 나질 않는다.

베렸다. ㅜㅜ

시큼한 냄새가 온 집안과 내 머리와 옷에 진득하게 배었다.

어찌 됐든 만들어놨으니 먹던지 놔두던지 하겠지…

가족들 먹을 국을 하나 더 끓여놓고 아이들 친구가 놀러 와서 짜장 떡볶이도 해줬다.


저녁은 친구 아빠가 오셔서 같이 외식했다.

도저히 신내가 풀풀 나는 고등어조림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마침 먼저 나가서 식사하자고 하셔서 맘이 편했고, 또 내색은 안 하셨지만 이런저런 일로 심란하신 일이 많아 맛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무신경하고 무관심하려고 노력 중인데 자꾸 마주친다.

가끔은 정말, 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하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해서 좋은 게 뭔지 알고 싶다.

뭐, 본인 맘이 편해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본인도 그다지 편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에잇, 이런 생각도 이제는 말아야 한다.


무심결에 들었던 라디오 광고가 귀에 쏙 박힌 적이 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이라는 광고였던 것 같다.

그도 말로는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고 했지만 실은 J가 말한 것처럼 나의 가치관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지 나조차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는 나의 가치관을 유심히 살폈나 보다.

뭐 어찌 됐든, 그 사람의 생각을 내가 어쩌겠는가!

그냥, 나부터 다름을 인정하자.

.

.

.

그런데,

인정은하지만 이해는 참 안 된단 말이지…


-된장밥, 식빵, 감자탕, 청경채김치, 깻잎겉절이, 삼겹살, 순두부찌개, 김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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