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잘 잤다.
몇몇 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서 바닷가를 다녀오셨지만 난 좀 더 자는 걸 선택했다.
잘한 것 같다.
아침잠이 더 달았다.
더 자라고 놔둘까 하다가 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깨웠다는 집사님들 덕분에 정말 맛나게 아침을 먹었다.
눈곱도 제대로 떼지 않고 물도 한 컵 제대로 마시지 않고 떡국부터 들이켰다.
솜씨쟁이 집사님들 덕분에 내 혀가 제대로 호강한다.
-아침을 먹고 열 시쯤 해산물을 사러 가기로 하고 툭툭을 불렀다.
문을 열고 나가니 한 아저씨가 노란 바스켓을 들고 숙소 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 바스켓 안에는 신선한 왕새우가 잔뜩 들어 있었다.
어떻게 알고 마침 딱 서있었는지 타이밍이 참 좋았다.
아저씨는 큰 것은 키로에 2,500실링을 달라고 했고 작은 것은 1,500실링을 달라고 하셨다.
숙소에 있는 저울로 달아보니 큰 것이 4킬로가 넘었고 작은 것은 1킬로도 안될 것 같은데 2킬로가 넘어 이상하다 싶었다.
다행히 짐가방 무게를 재는데 쓰는 디지털 저울이 있어서 다시 재보니 큰 것이 3킬로 정도 되었고, 작은 것은 1킬로도 안 됐다.
아저씨는 실망했는지 실컷 깎아 놓은 금액을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그래도 나이로비보다는 저렴하고 신선하니 꼭 사야 한다고 이집사님이 말씀해 주셔서 권집사님이 샀다.
-툭툭을 타고 생선 가게 두 군데를 갔는데 물건이 많지 않았다.
오징어는 총 15킬로를 사서 나누고 자잘한 새우는 나하고 이집사님만 샀다.
나이로비에서는 오징어가 키로에 1,500실링인데 여기서는 1,100실링이고, 새우는 키로에 1,200실링을 달라고 했는데 2킬로를 사니 2,200실링만 받았다.
난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이집사님이 사는 대로 샀다.
랍스터를 사려고 했으나 자잘한 것만 있어서 오후에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여러 번 이곳에 오셨던 분들은 여기 와서 랍스터 회를 못 먹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아쉬워하셨다.
우럭도 없어서 우럭 탕수도 물 건너가는 바람에 이권사님이 제일 아쉬워하셨다.
귀여우시다.
가게에서 오징어를 손질해 준다고 하여 부탁하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이 따로 생선 손질 같은 것을 하고 팁을 받는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소소하게 버는 것처럼 보였다.
앞치마도 없이 온몸과 옷에 생선 비늘과 내장과 더러운 물이 튀어 행색들이 말이 아니었다.
어딜 가나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벌고 없는 사람은 정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 같다.
-오후에는 방에서 쉬면서 장점 카드를 작성했다.
카드를 작성하면서 보니 각자가 가진 은사가 참 많았다.
주신 달란트를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 이롭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 여선교회 회원들의 헌신이 참 귀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식사 후 마지막 나눔을 했다.
어제도 오늘도 모두 계속해서 내게 위로를 주시니 쑥스러우면서도 감사하고 따뜻했다.
권집사님이 모두 하나님을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고 하여 하나님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난 하나님을 생생하고 뜨겁게 만난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럽다.
나는 하나님을 정말 만난 건지, 만났다고 착각하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알고 싶다.
내가 하나님을 만났었는지….
내 생각과 의지로만 하나님을 믿으려 한다면 하나님, 제발 저를 인격적으로 생생하게 만나주세요!!
-떡국, 오징어볶음, 들깨막국수, 김치찜, 삼겹살, 숯불오징어구이, 각종 김치와 장아찌, 매운 새우깡… 오늘도 참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