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로 돌아가는 날이다.
비행기 시간이 17시에서 16시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나이로비에서 출발하는 날 역시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전 열 시에 숙소에서 퇴실해야 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14시 40분에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휴양지에 있는 공항은 대부분 작고 에어컨도 없어서 사람까지 많으면 그야말로 찜통인데 오늘은 예상외로 쾌적했다.
작은 비행기일수록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시간에 딱 맞춰 갔는데 체크인이 완료되었는지 약 30분 일찍 비행기가 이륙했다.
문제는 비행기 안이었다.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에어컨은 선풍기만도 못하여 부채질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나이로비에 거의 도착할 즈음엔 비행기가 어찌나 위아래로 흔들리는지 놀이기구를 잘 타는 나도 울렁거려 힘들었다.
아침에 먹은 라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필 어제 받은 마사지의 후폭풍으로 컨디션 난조다.
마사지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다들 편안하게 받는 걸 보고 나도 한번 받아볼까 싶어 받았더니 이 사달이 났다.
마사지 베드이긴 했으나 얼굴 쪽이 뚫리지 않아 고개를 좌우로 돌리느라 힘들어했더니 안마사가 그걸 보고 목을 강하게 마사지하는 바람에 더 뭉치게 되었다.
목이 아프니 두통까지 와서 약을 여러 번 먹었다.
정말 잘 먹고 잘 쉬었는데 가는 날 아프니 참 속상했다.
-임집사님과 같이 우버를 타고 집에 왔다.
우버로 여러 군데 중간 도착지를 정해서 여러 명이 같이 타고 올 수 있다는 것을 여태 몰랐다.
사람은 계속 배워야 한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이미 저녁을 준비해 놓았다.
버낸시는 말하지 않았는데도 달걀말이까지 만들어놓았고 아이들은 스스로 피아노도 치고 있었다.
모두가 잘 지내고 있어 기쁘고 감사했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남편이 그동안 아이들 저녁으로 참치 마요 덮밥과 김치찌개 그리고 김치볶음밥과 계란찜을 했다고 한다.
장족의 발전이다.
남편도 단지 요리를 하기 싫었을 뿐,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잘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치를 담가놓고 가길 얼마나 잘했는지, 나 자신을 칭찬한다.
김치는 요리의 기본이자 변신의 귀재이며 김치만 맛있으면 요리의 반은 성공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김치 먹는 하마라 김치를 자주 담가야 하지만 그래도 만들어놓으면 이렇게 저렇게 잘 먹으니 힘들어도 하게 된다.
-아들이 편지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평소의 졸랑대던 태도는 어디 가고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점잖게 변했다.
오랜만에 봐서 어색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들에게, 그동안 엄마 없으니까 좋았지?라고 물으니 짧게 “그닥”이라고 답한다.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난, 엄마는 너희랑 아빠 없으니까 너~~~ 무 좋았는데… ㅋㅋㅋ
남편이 어이없어 웃는다.
여하튼 잘 지내준 가족도, 같이 여행 가서 잘 먹고 잘 쉬고 잘 지내다 온 여선교회 식구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샐러드와 요거트, 랍스터 라면, 떡볶이와 어묵탕, 쌀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