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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

by 우아한 우화


-집에 오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깬다.

어제 자기 전 애드빌 두 알을 먹고 잤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남편이 오늘 아침까지 도와주기로 했으나 컨디션이 조금 나아져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스쿨런치를 먹기로 해서 여유롭게 아침을 준비하고 아직도 녹지 않은 생선을 바깥에 내놓고 냉장고 정리도 하고 토마토 수프도 만들었다.

미리 수건도 세탁하고 보냉백과 신발도 햇볕에 말리고 숙제도 조금 했다.

이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시간이 되면 운동장에 가서 좀 걸을까 생각 중인데 넘 무리하는 걸까?


-남편이 어제 내 차를 운행시켜 주고 자신의 차를 하루 나눴더니 그새 배터리가 나갔다.

차가 노후돼서 고쳐도 금세 고장 난다.

지금 당장은 차를 바꿀 수도 없는데 부디 올해까지는 차가 잘 굴러가주길 바랄 뿐이다.


-마트에 다녀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버낸시가 다듬고 있던 새우를 같이 다듬고 녹은 오징어를 소분해서 넣어놓고 나니 2시가 다되어 간다.

버낸시도 나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씻어 물 빠지게 놔둔 새우를 다시 소분해서 넣어놓고 썰어놓은 부추가 있어 새우를 넣고 부침개 반죽을 만들어 놨다.

수염이 긴 새우 대가리를 따로 씻어 뒀는데 갈아볼까 아니면 육수를 낼까 하다가 우선 웍에 바싹 볶았다.

생선가게 직원이 다리가 떨어진 게 한 마리를 넣어줬었는데 어디 쓸데가 없어 같이 볶았다.

뭣이 그리 부끄러운지 빨갛게 변한 새우대가리의 엉킨 수염들과 게가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긴다.

벌써 소문났는지 동네 파리들이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와서 성가시다.

나에게는 노란 파리채가 있지.

다~ 죽었어~~~


-오늘따라 세탁기도 말썽이라 세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이 새는 것 같은데, 어쩐다…


-결국 운동은 못 갔다.


-남편이 저녁을 먹고 온대서 아이들은 비빔면에 열무김치와 비벼 주고 미리 반죽해 두었던 부추 새우전을 부쳤다.

바싹하기를 기대했는데 눅눅했다.

어떻게 해야 바싹하게 되는지 연구를 해봐야겠다.


-새우대가리가 시간이 지나니 눅눅해져 에어프라이어에 한번 더 구웠더니 이제는 하얗게 질렸다.



-전을 부치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아따맘마’를 보면서 혼자 꽤 오랜 시간 저녁을 먹었다.

몸에서 전냄새가 나 샤워하고 앉으니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된다.


매일 하루의 끝은 왜 이리도 허무한지…

아마 이 허무함을 안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꾸벅꾸벅 졸며 하루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이제는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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