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뒷골이 아파 자꾸 잠에서 깼다.
약을 먹을까 하다가 일어나기도 힘들고 빈속에 먹으면 속이 탈 날 것 같아 버텼다.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살짝살짝 돌리며 잠이 들면 괜찮겠지 하며 두통이 나아지길 기다렸다.
그러다 꿈을 꾸었다.
큰아이가 나오는 꿈이었다.
아이가 나오는 꿈은 잔상이 길게 남는다.
지난번에는 너무 슬퍼서 일어나자마자 꿈을 자세히 기록했다.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남편은 나보고 뺑덕어멈이라고 하고 친정식구들은 계모가 아니냐고 그랬었는데, 물론 나도 모성애가 없다고 종종 느끼곤 했지만 이렇게 슬픈 꿈을 꾸고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하는 걸 보면 엄마이긴 한가보다.
남편도 몇 달 전 큰아이가 죽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꿈인걸 알았는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잠을 깬 후에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힘들어했다.
남편은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간접 경험하면서 그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았던 것 같다.
후로 며칠간은 아들에게 무척 잘해줬다.
지금은 꾸지 않지만 나는 한동안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꿈을 정말 자주 꿨다.
꿈에서 깨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들어 맥없이 남편에게 불퉁거렸다.
제집사님은 평생 꿈을 단 한번 꾸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꿈에 한 번 나타나신 게 꾼 꿈의 전부라고 한다.
너무 부러웠다.
오래전 함께 교회에 다녔던 김집사님은 꿈을 잘 꾸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동남아로(어디인지 기억이 안 남)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으나 전날 꿈자리가 안 좋아(이 꿈얘기도 해줬는데 기억이 안 남) 가족들의 하늘을 찌르는 불만에도 여행을 취소했는데, 그때 예약했던 숙소가 쓰나미로 초토화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숙소는 바닷가 바로 앞이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으스스했다.
꿈은 대체 뭘까..?
왜 꿈을 꾸는 것일까?
꿈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어렸을 때는 꿈해몽을 찾아보기도 했으나 이제는 찾아보지 않는다.
믿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보면 괜히 찝찝하다.
이제는 꿈에서 가위에 눌리고 어두운 세력이 느껴지면 있는 힘을 다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물리친다.
아이들이 나왔던 첫 번째 꿈에서는 하나님께 아이들을 부탁하면서 잠에서 깼다.
이번 꿈은 아궁이가 여러 개 있는데 큰 아이가 자꾸 아궁이 근처에 있어서 옷에 불이 붙는 꿈이었다.
불을 끄면서 아궁이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해도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나중에는 불 때려고 차콜을 벌여놓은 아궁이에 아이가 앉길래 너무 화가 나서 네 맘대로 하라며 뒤돌아서는데 근처에 있던 모르는 사람이 우리가 불을 때줄까요, 그랬나? 암튼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해서 내가 화난 목소리로 희생 제물(화목이었던가,,,,)로 쓰던지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나와버렸다.
속으로는 아이 걱정을 엄청 했다.
화면이 전환되고 잠시 후 어떤 사람이 아이의 목덜미를 잡고 나와 바닥에 급하게 던졌다.
불을 끄려고 그랬던 것 같다.
밖은 겨울이었고 흙바닥에는 눈이 녹아 생긴 물웅덩이와 녹지 않은 눈이 있어 거기에 아이를 눕히고 아이의 몸에 눈을 덮어 불을 껐다.
덴 곳이 없는지 눈으로 아이의 얼굴과 몸을 훑어보다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꿈을 상세하게 적다 보니 금세 지워진 기억도 있다.
그래도 적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지금은 마지막에 봤던 얼굴이 아이의 얼굴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피아노 레슨을 다녀오니 6시가 조금 넘었다.
기다리기만 했는데도 너무 피곤해서 기진맥진했다.
저녁 메뉴도 생각하지 않았고 하기도 싫어서 소파에 누워있다 제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싶어서 여행 마지막날 먹었던 어묵탕과 떡볶이를 했다.
남편이 배고팠는지 라면 사리를 두 개나 넣어 간이 싱거워져 먹다가 다시 간을 했다.
-씻고 나니 이제야 좀 정신이 차려진다.
어제 못 잤으니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다.
-식빵(크림치즈, 아보카도&김 : 딸이 만들어준 아침), 육개장, 김, 달걀말이, 청경채 겉절이, 떡볶이, 어묵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