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눈 떠 보니 벌써 8시 24분, 부랴부랴 씻고 준비를 마쳤다.
어제 아들도 늦잠을 자서 잠이 안 왔던 것인지 밤늦게까지 기침하고, 잠이 들면 기침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딸은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숙제를 했는데도 다 끝내지 못했다.
그렇게 딱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아들의 기침 소리와 딸 방에 불이 켜진 것이 인식되자 잠이 달아났다.
난 왜 이런 사람인가….
딸 때문에 답답해서 자다 말고 나와 남편에게 하소연했다가 네가 대신 숙제를 해줄 거냐, 학교를 다닐 거냐, 인생을 살아줄 거냐.. 면박만 당했다.
그래도 안 한다고 안 하고 하니까 기특한 게 아니겠냐고 말하니 말문이 막혔다.
할 말이 없어서 큰아이는 딸아이와 같은 학년일 때도 숙제가 금방 끝났는데,라고 했더니 남편이 대충 했나 보지,라고 해서 또 할 말이 없었다.
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만 하니 좀 밉다.
남편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다.
나는 딸아이를 모든 게 느린 아이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나와는 맞지 않는 일처리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에 나는 늘 내 기준에서 아이를 다그치고 닦달해 왔다.
남편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가 걱정하면 같이 걱정이 생긴다고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만 바뀌면 될 것 같은데 그런다고…
맞다.
그리고 안다.
아는데 참 나도 안 바뀐다.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그렇다.
딸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 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내가 다 맞는 건 아닌데 말이다.
아침에 딸아이에게 숙제가 많은지, 그렇게 오랫동안 했는데도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에세이를 써야 하는데 에세이는 쓰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은 노트에 적었다가 다시 컴퓨터에 옮기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노트에 글씨 쓰는 것도 오래 걸리기에, 그럼 노트북에 바로 글을 쓰는 건 어떻겠냐고 하니 자신은 노트에 쓴 걸 컴퓨터에 적으며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노트북에서 수정한다고 한다.
알아서 잘하고 있었다.
정말 문제는 나였다.
나는 빨리빨리, 미리미리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하며 허둥지둥할 때도 많다.
내가 좀 더 느긋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작은 실천: 아이에게 빨리하라는 말 하지 않기.
-학교 학부모 친구 중에 시골에서 옥수수 농사를 하는 분(중국사람)이 있는데 그 옥수수가 한국 찰옥수수 같다고 얘기를 하셔서 지난번 모임 때 주문을 했었다.
오늘 그 옥수수를 받아서 쪄봤는데 제법 쫀득하고 살짝 아삭하니 맛있다.
케냐에서 나오는 스위트콘은 노랗고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초당옥수수가 하도 맛있다고 하여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한 번 먹어봤더니 케냐 스위트콘과 비슷했다.
수분은 초당옥수수가 더 많은 것 같다.
오늘 건 크기가 작아 개당 90실링을 줬는데 다음 주에 오는 건 크기가 커서 100실링이라고 한다.
지인에게 주문할지 물어보다 중국마트에서는 2개에 300실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가끔은 중국 사람들 덕분에 한국과 비슷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세탁기 통살균을 한 번 더 했다.
청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물질이 그새 또 쌓였는지 많이 나온다.
그런데 헹굼에서 세탁기가 또 말썽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누수가 확실했다.
세탁기가 계속 멈춰서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지만 어찌어찌 통살균까지는 마쳤다.
세탁기 안과 바닥청소까지 하고 나니 기진맥진했는데 냉장고 채소칸에서 여행 간 동안에 숙주가 썩었는지 갈색물이 나와 또 청소를 했다.
꼭 피곤할 때 할 일이 더 생긴다.
-남편이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내 얼굴을 보더니 저녁을 준비해 줬다.
간단하게 오징어 덮밥을 해 먹으려 했는데 그가 양념장을 만들고 볶아줬다.
거기다 계란국까지…
요리는 할수록 느는가 보다.
내가 한 것보다 맛있었다.
감사!!
-식빵&달걀, 비빔밥, 오징어덮밥&달걀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