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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by 우아한 우화


-무료로 얻은 비트가 많아 당근과 삶아 냉동고에 넣어놨었는데 오늘 다시 꺼내 사과를 넣고 갈아 마셨다.

한동안 마시다 그만둔 지 좀 됐는데 다른 사람들은 꾸준히 건강 주스를 챙겨 먹는다고 하여 나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어떤 분은 본인이 하려면 귀찮아서 못할 텐데 아줌마가 아침에는 ABC주스 저녁에는 케일을 갈아서 준비해 두니 먹게 된다고 한다.

누군가 계속해서 챙겨줘야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내 몫이다.

그런데 남편은 해줘도 잘 안 먹는다.

챙겨줄 때가 좋은 거라고 한 소리 하니 배부르다고 반컵만 마신다.

에휴…


사과를 두 개 넣었더니 맛있다.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꾸준히 하다가도 사정이 생겨서 하루 이틀 건너뛰다 보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오기 십상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해서 그런 것 같다.

운동이 그렇고 건강식품이 그렇다.

한국에 가보니 친정집에 먹다만 온갖 건강식품이 즐비했다.

내가 가져다준 꿀과 프로폴리스, 모링가도 먹다 말았다.

티브이를 보니 아침 프로그램에서 대놓고 건강식품 광고를 한다.

전문가들이 나와 어디 어디에 좋다고 하니 여기저기 아픈 엄마 귀가 솔깃하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 채널을 지나치면 좀 전에 광고했던 제품이 그대로 나온다.

엄마에게 상술이라고 설명해도 무조건 사보라고 한다.

몸이 안 좋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먹어보는 것이겠지만 꾸준히 먹지를 못한다.

금세 다른 게 좋다고 광고가 나오고 막상 먹었던 것에서는 큰 효과를 당장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수 박진영이 말한 것처럼 좋은 걸 먹으려고 애쓰기보다 나쁜 걸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의 나도 그리 건강한 상태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많이 걸어 다니고 형편이 안 좋아 본의 아니게 군것질 많이 못하고 기름지고 단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서 이 정도라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커서 돈을 벌고 형편이 조금 나아져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많이 먹기는 했다.

아이들도 이런 변화에 따라 안 좋은 식습관이 생긴 것 같긴 하다.

나는 어렸을 때 과자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안 먹었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간식도 싸가야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또 간식을 먹어야 하는데,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아주 피하기가 쉽지는 않다.

환경적 유전이라는 게 이런 데서 오는 것일 텐데, 역시 내가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빌려 온 책을 곧 돌려줘야 해서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필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새 다 잊어버려서 다시 읽고 요약하느라 2시간 반을 소요했다.

짧은 문장들이라 금방 끝날 줄 알았더니 짧아서 요약하기가 더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목은 ‘흰’인데 느낌은 검고 무겁고 어둡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는 것처럼 흰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무겁고 어두운 것을 얘기해야 하는 것이겠지?


뒤로 갈수록 글씨가 춤을 춘다.


-어제 하기로 한 작은 실천을 바로 실패했다.

그 단어 한마디 안 뱉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요 주댕이가 아주 문제다.

다시 도~~~ 전!!


저녁은 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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