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스쿨버스가 일찍 왔다.
딸아이가 준비가 덜되서 약 7분 늦게 나갔는데, 그렇다고 원래 오는 차 시간보다 늦게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름 정말 조심하고 참는다고 참았는데 문 닫는 순간, 빨리 가~라고 해버렸다.
딸 방에 들어갔을 때 딸이 양치도 안 하고 딴짓할 때부터 난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방에서 후다닥 나왔는데도 결국은 마지막에 말해버리고 말았으니..
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터지는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L과 같이 운동하기로 해서 제프리에 9시까지 갔다.
트랙을 더 넓히느라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제 거의 끝난 것 같다.
L은 아버지 팔순을 맞아 약 열흘간 한국에 방문했다.
한국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L과 같이 운동했을 때 L의 머리를 흰머리가 많이 덮고 있었다.
한국 가면 사람들이 염색하라고 난리일 텐데 어떡할 거냐고 했더니 그래도 하지 않겠다던 L은 염색에 파마까지 하고 나타났다.
공항에 도착하니 날은 추운데 옷은 얇고 머리는 희뜩희뜩하고, L을 잘 섬겨주는 집사님이 그 모습을 보고 빨리 머리 하러 가자고 성화였다고 한다.
L도 아버지 팔순이라 어쩔 수 없이, 정말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는데 아버지 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했다고 한다.
나라도 했을 것 같다.
이곳은 사실 남보기에 어떻다, 하는 것에서는 자유로운 것 같다.
염색도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람들이 외모 지적질이 심하다.
남편도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반 이상으로 많은데 절대 염색하지 않는다.
거기다 수염도 기르니 수염도 희다.
아들도 머리를 기르니 덥수룩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영통을 하면 난리다.
끝날 때까지 계속 머리, 수염 얘기만 한다.
나 보고도 케냐 가서 촌스러워졌다느니, 눈이 낮아졌다느니 한다.
[한 선교사님은 일부러 수염을 기르셨다.
나이보다 얼굴이 워낙 동안이라 선교하는데 지장이 있었던 것 같다.
알기로는 파키스탄이나 아랍 쪽은 수염이 남자의 상징처럼 수염이 있어야 진짜 남자로 인정되는 것 같다.
남편도 수염을 기르니 약간 위엄 있어 보인다.
인도 과일가게 아저씨가 제법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냥 내 느낌인가?]
나도 오늘 머리를 감고 머릿속이 너무 간지러워 거울을 하나 들고 욕실에 들어가 머리를 들춰보니 흰머리가 그새 엄청 많이 났다.
엄마를 닮은 것 같았는데 왜 또 머리는 아빠인지…. 어째 안 좋은 것만 쏙쏙 빼닮았냐 진짜…
그래도 염색은 안 할 생각이다.
그런데, 한국 가면 또 어찌 될지 모른다.
난 팔랑귀니까!
-‘료’라는 사람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 같았다.
난 이런 사람이 부럽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
스타일이 확실한 사람.
표현 가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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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성이 강한 사람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료’라는 사람도 지금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까지 왕따가 아니었나 싶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평범하지 못한 것, 튀는 것, 독특한 것을 약간 불편해하는 것 같다.
나는 평범하고 튀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지향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남들 시선 신경 쓰며 사느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개성이 강한, 패션이든 삶에 대한 철학이든, 그런 아이들이라면 난 온전히 그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좋다.
나처럼 말고 자신을 표현하며 좀 더 색다르게 살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 아이들은 FM같기도 하다.
스타일도 아빠를 닮아 심플, 심플, 심플, 편안, 편안, 편안만 추구한다.
그래서 좀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