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늦잠을 자려고 했으나 언니로부터 카톡과 영통이 와서 잠을 깨야했다.
여긴 아침이지만 한국은 이미 오후 시간인 데다 언니는 내가 부탁한 일을 해주기 위해 연락을 한 것이니 순간적으로 올라오려던 짜증을 이성의 힘으로 몰아내고 고마운 마음을 호출하여 상냥하게 통화했다.
언니는 자고 있었냐며 오늘도 운동가는 줄 알고 일찍 했다고 한다.
괜찮아 언니야.
아이들이 급속히 커가는 바람에 외투가 마땅치 않아 세일할 때 옷 좀 사두라고 말해놨더니 엄마와 함께 쇼핑을 하러 간 모양이다.
언니가 영상으로 옷을 보여줘 나도 얼떨결에 간접 쇼핑을 했는데, 세일하는데도 옷이 비싸게 느껴져서 더 저렴한 것 없냐고 연신 물어보니 언니가 나보고 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이 정도면 저렴한 것이라고 어이없어한다.
가끔 미친 듯이 쇼핑하고 싶은 날이 있는데(아마도 스트레스?) 그런 날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눈요기를 할 때면 만만치 않은 가격에 놀라긴 했었다.
거기다 애가 둘이다 보니 각각은 저렴하게 느껴졌으나 총액이 후덜덜 했다.
나에게는 핸드폰도 핀번호도 뭐 딱히 인증할만한 것이 없다 보니 언니가 먼저 구매를 해주고 나중에 한 번에 언니에게 결제를 해주는 시스템을 우리 자매는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한번 결제를 할 때마다 허리가 아주 ㄱ자로 휘어버린다.
그래도 한국처럼 물건이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도 없는 데다 언니는 기꺼이 언제든 우리 가족을 위해 물건을 구해서 보내주니 무한 감사할 따름이다.
깨어난 김에 8시 반에 옷장 문을 고치러 사람들이 온다고 해서 주변 정리를 했다.
-문 고치러 오는 직원들을 맞이해야 하니 남편 역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직원들이 돌아간 후에는 오랜만에 어머니와 영통을 했다.
이제는 영통도 잘 받으신다.
어머니는 작년 8월 나와 아이들이 케냐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하신 후 감기를 호되게 앓으시면서 식사를 못 하고 계신다.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형님들이 다 챙겨드려도 어머니의 속은 음식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와 통화하기 전 막내형님은 벌써 와서 어머니 목욕까지 시켜드리고 가셨다고 한다.
주변에서 형님들이 참 많이 애쓰고 계신다.
우리는 너무 멀리 있어 효도는커녕 되려 걱정만 시키는 불효자가 되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박희병 작가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이란 책을 소개받고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소개하는 디제이와 패널이 목멜 만큼 슬픈 내용의, 그렇지만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수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참 효자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효녀는 못되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음식물을 자신의 의지로 아주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랬기에 어머니께서 식사를 못 하신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강인한 분이시다.
그런데 연세가 드시고 몸이 날로 쇠약해지시면서 맘도 많이 약해지셨다.
어머니께서는 몸이 이렇게 아파 죽을 것 같은데도 죽지를 않으니 힘들다고 하셨다.
늘 통화 마지막에는 너희만 잘살면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라고 마치 주문을 외우시듯 말씀하시며 늘 신앙을 잘 지키고 내외간의 정을 잘 다지라고 말씀하신다.
뭘 어떻게 해드릴 수 없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미 좋다는 건 다 드셔봤다고 하니 뭘 어쩌면 좋을지 정말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일본약 카베진이 위에 좋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일반 의약품인 데다 고령자와 몇 가지 진단을 받은 사람의 경우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여 양배추 진액을 알아보았다.
부디 제발… 어머니 몸에 찰떡같이 맞아서 위가 호전되고 그래서 식사도 잘하게 되시면 정말 좋겠다.
(언니에게 결제를 부탁했더니 뉴케어도 알려줘서 샀다. 어머니 입에 잘 맞았으면 한다.)
-아이들 레슨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집사님이 차 주변을 두리번거리시며 나를 찾는 듯 보였다.
선팅이 진해 보이지 않으셨다고 한다.
급히 나가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김치 좀 줄까? 하셔서 거절하지 않았다.
이집사님 김치는 맛있기로 소문나 있기에 나의 막김치와는 수준 따위 논할 수 없다.
갓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무 넣고 지졌다는 고등어조림까지 마치 친정에 온 듯 한가득 챙겨주셔서 너~~~~ 무 신나고 좋았다.
(고등어조림은 식당에서 파는 맛이다. 내일 비법을 꼭 물어봐야지.)
어제는 윤권사님께서 한국에서 가족들이 올 때 가져왔다며 황태채와 부산 어묵을 챙겨주셨다.
정말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도마, 바둑판, 마니또)
-며칠 전에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내가 한심스러워 혼났다.
나만 비교하면 됐는데 아이들까지 비교하게 되면서 자녀 양육에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자 힘들었다.
세상적 성공이 다가 아님을 알면서도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헤매다가 가까스로 다시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 박 선생님과 이집사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참 살갑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 칭찬 한마디가 위로가 되었다.
-후레쉬베리, 김&감자채, 비빔면,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갓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