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내일 학교가 쉰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쉬는 날이 있다.
처음에는 학부모 입장에서 쉬는 날이 많은 게 달갑지 않았으나 이제는 오히려 한숨 돌릴 수 있으니 좋다.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새소리, 남편 알람 소리, 스쿨버스 소리 등 아침을 알리는 분주한 소음들에 정신이 먼저 깨어났다.
이불을 덮었다 걷었다 하며 일어날까 말까 고민했지만 얼마 만에 누리는 늦잠인가 싶어 침대와의 이별을 미루며 끈질기게 누워있었다.
잠깐 눈을 뜨고 창쪽을 바라보니 동향인 방에 해가 들지 않아 날씨가 안 좋으려나 했더니 갑자기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뒷베란다로 나가 비에 젖을 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빨래도 안쪽으로 옮겼다.
새벽같이 골프 치러 간 남편이 걱정되었다.
일어난 김에 커피를 준비하고 지인이 준 백설기를 오물오물 씹어 넘겼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잠깐 기도를 하고 버낸시가 온다고는 했으나 몸이 쇠약 해졌을 테니 간단한 집안일을 했다.
내일은 차가 막힐게 뻔하니 오늘 마트에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딸아이가 따라나선다.
콩고물이 떨어질까 싶은 것이다.
-차이나 타운, 중국 마트, 한국 마트, 까르푸 총 4곳에서 장을 보았다.
장을 한곳에서 볼 수 없으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몸도 고되다.
김치를 담글 계획이 없었는데 신선해 보여 담아왔더니 집에 와서야 왜 그랬을까, 후회된다.
고생을 사서 한다.
급 당이 떨어져 대충 정리하고 딸아이와 차이나타운에서 사 온 만두를 허겁지겁 먹었다.
소스가 매콤하니 참 맛있다.
영국에서 유명한 추로스 맛집을 지인 소개로 갔었는데 그 추로스가 중국 사람들이 콩물에 적셔먹는 빵처럼 생겼었다.
내 입에는 맛도 똑같았다.
차이라면 초코를 찍어먹는 것과 콩물에 담가먹는 그 차이다.
딸아이가 이 빵을 좋아해서 콩고물로 하나 사줬다.
-아들은 오후 2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어제 남편이 만든 계란 볶음밥이 싱거워 만두 소스를 조금 넣어 다시 볶아주고 배추를 다듬었다.
배추가 겉보기에는 싱싱해 보였는데 안은 벌레를 먹고 벌레똥인지 뭔지 더러워서 혼났다.
딸아이가 옆에서 더러운 배추를 씻어주고 소금도 뿌려주고 쪽파도 같이 다듬어줬다.
아들은 손이 많이 가는데 딸아이는 일손이 되어준다.
-김치를 절이는 동안 보다 말았던 응팔을 조금 보고 다시 일어나 김치 양념을 만들고 저녁으로 쌀국수를 준비했다.
오늘 하루는 주방일만 하다가 하루를 마치는 느낌이다.
내일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제대로 쉬어봐야지.
-아들에게 컴퓨터를 내주니 다시 코딩만 한다.
이 녀석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니 환장하겠다.
다시 컴퓨터를 뺏어야 하나 싶어 방으로 쫓아가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아이는 코딩으로 게임을 만들어서 스크래치에서 하는 대회 같은 것에 도전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버그에 걸려서 며칠째 풀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말을 안 하면 네 속을 어떻게 알겠니?)
난 아이를 응원해 주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했으면 작은 성과라도 하나 있어야 할 텐데 고군분투하는 걸 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실패해도 좋으니 꼭 도전해 보렴~~~
-백설기, 만두, 춘권, 땅콩, 컵볶이, 쌀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