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미역국
31. 미역국
#산모(産母)와 미역국
미역국은 오랫동안 산모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전통적인 산후조리용 음식이다. 그 기록이 여러 문헌에 남아 있다. 북송의 문신(文臣) 서긍(1091~1153)이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 귀국해 고려의 생활 풍속을 정리한 보고서 고려도경(高麗圖經)과 조선 시대 때 편찬된 사서(史書)인 고려사(高麗史)에도 미역과 관련한 기록이 나온다.
세종 때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기록한 편년체(編年體) 문헌인 세종실록에도 고려 때 왕의 후손을 낳은 왕비나 후궁이 미역을 먹고 기력을 되찾았다고 기록돼 있다. 임진왜란 때에는 말린 미역이 조선 수군의 양식(糧食)으로 사용됐다고 난중일기에 전해진다.
중국 명나라(1368~1644)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1518~1593)이 지은 약학서(藥學書)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미역이 허약해진 산모의 몸을 다스리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이보다 훨씬 앞서 미역이 산통(産痛)에 시달린 산모(産母)의 몸을 보호하는데 좋은 식품이라는 기록도 확인된다. 중국 당나라(618~907) 때 편찬된 백과사전 초학기(初學記)에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먹고 원기를 회복하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고구려의 산모들도 미역을 먹었다고 적혀 있다.
물에 불린 미역
#미역의 영양소와 다양한 쓰임새
미역은 바다에서 나는 식물인 해조(海藻), 즉 식용 바닷말이다. 해조 중 갈조류에 속해 녹갈색 또는 연한 갈색빛이 난다. 피를 많이 흘린 산모(産母)에게 필요한 칼슘과 철분 성분이 많다. 또 미역에 함유된 다량의 섬유질은 변비에 걸리기 쉬운 산모의 장(腸)운동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예로부터 해산(解産)한 산모의 몸조리 음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미역의 종류로는 유통량이 가장 많은 말린 미역과 말리지 않은 물미역, 소금에 절인 미역 줄기 따위가 있다. 미역국으로 끓여 먹는 건조 미역은 값이 싸고 유통기한이 길어 가성비가 높다. 말린 미역을 물에 불리면 깜짝 놀랄 정도로 양이 늘어난다. 알갱이 형태의 건조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일 때 유의할 점이다. 미역은 또 오이와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미역 오이냉국이 대표적이다.
북어도 물에 불려 물기를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자른다.
미역은 미역국 외에 반찬으로도 많이 먹는다. 물에 불린 미역을 잘게 썰어 다진 마늘과 참기름, 식초, 설탕 등으로 양념 간을 하고 버무린 미역무침, 찬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미역 줄기를 양파와 함께 다진 마늘, 간장, 맛술, 참기름 따위의 양념을 넣고 볶은 미역줄기볶음, 부수듯이 잘게 자른 마른미역을 들기름에 볶은 뒤 설탕과 깨소금, 참기름을 뿌려 완성한 미역자반 등이 있다. 이외에 물미역을 먹기 좋게 잘라 초장에 찍어 먹거나 쌈밥처럼 밥을 싸서 먹는 미역쌈도 있다. 미역은 저칼로리 식품이라 다이어트에도 좋다.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끓인다.
#돌미역
미역 중에서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돌미역을 최고로 치는데 일반 미역보다 맛이 깊고 식감이 쫄깃해 값도 비싸다. 돌미역 중에서도 통영과 거제 사이의 좁은 해협인 견내량 돌미역이 가장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는 600년 전통의 트릿대 채취법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트릿대 채취법은 대나무 장대로 미역을 둘둘 감아서 캐는 방식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 8호로 지정된 전통어업 방식이다. 견내량 돌미역은 난중일기에도 등장하고 임금의 수라상에도 진상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육수가 끓으면 미역과 북어를 넣는다. 다진 마늘과 국간장, 참기름도 넣고 중불에서 30분 이상 끓인다.
#미역국과 생일
미역국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생일날 먹는 미역국이다. 생일 아침 밥상에 어김없이 오르는 미역국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출산하고 영양 보충과 기력 회복을 위해 미역국을 섭취했듯이, 자식들도 생일 때마다 어머니의 노고(勞苦)에 감사하고 태어난 날을 온 가족이 축하하며 미역국을 먹는 음식 습관은 우리 고유의 밥상 문화다.
산후조리 음식이자 생일 음식의 상징인 미역국을 금기시하는 날도 있다. 시험이나 면접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있을 때인데 표면이 미끌미끌한 미역의 성질에 비추어 자칫 시험을 망칠 것을 우려해 굳어진 풍속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俗說)에 불과하나, 찜찜해 하면서까지 굳이 먹을 이유는 없다고 믿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승진 대상에서 탈락했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고 한숨짓는 것도 그래서 생겨난 속어(俗語)일 것이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를 한 큰술을 추가한 뒤 5분이 지나 불을 끈다.
#미역국 요리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은 손쉽다. 식재료와 양념이라야 물에 불린 미역과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이 전부다. 미역국에 들어가는 동반 식재료인 소고기나 북어는 선택사항이다. 주의할 것은 물이 끓고 난 뒤 20~30분 이상은 계속 끓여야 미역국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육수가 비등점에 도달하고 최소 20분은 지나야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집에서는 소고기 대신 북어를 넣고 미역국을 끓인다. 국물 맛이 묵직하고 텁텁한 소고기보다 깔끔하고 담백한 북어 미역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만 붓고 끓여도 되지만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낸다. 국물 맛이 더 진하고 감칠맛이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뽀얗게 국물이 진하게 우러난 미역국
1. 물에 불린 미역을 먹기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2. 북어도 물에 잠깐 불린 뒤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을 볶은 뒤 물을 붓고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낸 다음 북어채와 다진 마늘, 국간장 세 큰술을 넣고 중불로 20분 이상 끓인다. 다시마 멸치 육수를 먼저 낸 뒤 미역과 북어채를 한꺼번에 넣기도 한다. 이럴 때는 다진 마늘과 국간장 세 큰술, 참기름 한 큰술도 함께 넣고 30분 이상 중불에서 충분히 국물을 우려낸다.
4.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 한 큰술을 추가한다.
5. 5분 정도 지나 불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