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파래 굴국
42. 파래 굴국
#동네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파래
지난주 토요일 주말마다 들르는 동네 마트 진열대에서 식품 하나가 눈에 뜨였다. 파란빛이 영롱한 파래였다. 원래는 매생이를 찾고 있었는데 매생이 대신 파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매생이는 아직 입고(入庫) 전이라고 한다. 주말 밥상에 매생이굴국을 올릴 계획은 이렇게 해서 파래 굴국으로 돌연 바뀌게 됐다. 없는 매생이를 어찌할 수 없어 벌어진 일인데 뜻하지 않게 집밥 요리 목록에 추가할 메뉴 하나를 벌게 돼 기분이 좋았다.
따지고 보면 파래와 매생이는 뿌리가 같다. 둘 다 바다에서 나는 식물 즉 해조(海藻)의 하나로 녹조류이기 때문이다. 해조는 색깔에 따라 녹색을 띠는 녹조류, 녹갈색 또는 담갈색인 갈조류, 붉은색이나 자주색인 홍조류로 분류된다. 파래는 파란빛을 띤 녹색인 갈파랫과의 녹조류로 향이 강하고 맛이 독특하다.
깨끗이 씻은 파래.
매생이와 청각도 녹조류에 속한다. 매생이는 파래의 어린 개체를 닮았는데 표면에서 빛이 나고 파래보다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매생이굴국이 겨울철에 즐겨 먹는 별미인 까닭이다. 이번에 알았는데 매생이굴국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파래 굴국도 그에 못지않게 겨울 한철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제철 음식이란다. 미역과 다시마는 갈조류의 대표적인 바닷말이고 홍조류로는 김과 우뭇가사리가 있다.
#파래의 생태적 특징
파래는 해안가의 바위에 붙어 서식하거나 바닷물이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을 때 생긴 웅덩이에서 무리를 이뤄 성장한다.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과잉 번식하는 바람에 수질이 미덥지 못한 곳에서도 잘 자라 오염을 견디는 내성이 강하다. 잎이 얇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향과 상큼한 맛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탱글탱글하고 윤이 나는 생굴.
날로 무친 파래무침이나 파래 볶음, 파래에 찹쌀 죽을 묻혀 말린 뒤 기름에 튀긴 파래튀각, 파래만 넣고 끓인 파랫국, 생굴을 넣고 끓인 파래 굴국 등으로 먹는다. 파래로 전(煎)을 부쳐 먹기도 하고 파래김치도 있다.
파래는 늦가을에서 이른 봄 사이가 제철이다. 이 무렵의 파래가 가장 맛이 좋고 영양소가 풍부해서다. 제철이 동일한 매생이도 마찬가지다.
파래는 우리나라 연안에 두루 분포하고 전남 지역에서 특히 많이 생산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 A, C와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촉진하고 혈당 관리와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
육수가 끓으면 파래와 무, 참기름, 액젓, 다진 마늘, 국간장을 넣는다.
#파래무침
파래 요리 중 밥반찬으로 많이 먹는 것 중의 하나가 파래무침이다. 파래는 요리 전에 깨끗이 씻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이 조금은 성가시다. 먼저 파래를 물속에 넣고 펼쳐보면 드문드문 이물질이 눈에 보인다. 손으로 떼 내야 한다. 그런 다음 소금 한두 작은술을 넣고 두 손으로 파래를 야무지게 주물러 씻는다. 눈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파래에 붙어 있는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고 비릿한 냄새도 없어진다. 씻은 파래를 두 손아귀에 쥐고 물기를 짜낸 뒤 채반에 받치면 비로소 요리 준비가 끝난다.
파래가 부드럽게 퍼질 때쯤 굴과 청양고추, 대파를 넣고 간을 맞춘다.
파래무침의 부재료로는 무 또는 무와 양파가 주로 쓰인다. 무침용 양념은 다진 마늘과 식초, 매실액, 설탕, 참기름 한 큰술과 소금 한 작은술을 섞어 만든다. 매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고춧가루 한 큰술을 추가한다. 조물조물 무친 뒤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파래 굴국과 파랫국
파래로 만드는 국 요리로는 파래 굴국과 파랫국이 있다. 특히 바다의 우유라는 제철 생굴을 넣고 끓이는 파래 굴국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집밥 메뉴로 처음 시도한 파래 굴국에 무와 대파 외에 청양고추 한 개도 넣었다. 칼칼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치고 2분 후 불을 끈다.
파래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빼낸 뒤 한입 크기로 썬다. 무는 나박썰기, 청양고추와 대파는 송송 썰기. 파래와 마찬가지로 굴도 소금물로 씻어 이물질을 털어낸다. 양념으로는 다진 마늘과 참기름, 액젓 한 큰술, 국간장 두 큰술, 후추 조금 등이다.
파래 굴국의 요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다.
2.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내고 파래, 무, 참기름, 액젓, 다진 마늘, 국간장을 넣고 끓인다.
3. 파래가 부드럽게 퍼지면 굴과 청양고추, 대파를 넣고 간을 맞춘다. 간은 소금으로.
4. 굴이 익으면 후추를 친 뒤 2분 후 불을 끈다.
5. 3번에서 굴을 빼면 파랫국이다.
국물이 시원하고 바다 향이 물씬 나 상큼하고 고소한 파래 굴국. 겨울철 가족 건강식으로 제격이다.
파래 굴국은 국물이 시원하면서 바다 향이 물씬 나 상큼하고 고소하다. 파래와 굴 둘 다 지금이 제철이라 가족 건강식으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