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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누가 점검해 주나요?

(견고한 일상) 멈추고 돌아보는 6월의 Self-audit

by 루이보스J


“벌써 6월이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마음 한편이 철렁했다.
6월 말이면 2025년의 절반이 지나간다.
그 말은 곧, 지난 반년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다시 설계할 타이밍이란 뜻이다.


올해 상반기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당연하게 여겼던 질서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발등 위 불’을 끄느라
‘지금 여기’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현장점검/실사(Audit) 통역을 다녀왔다.
제약회사든 데이터 센터든,
그들은 "우리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관련 법규에 근거해 '문서'와 '현장'으로

증명해야 한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일수록
점검은 더 집요하고 더 철저하다.


회의 중엔 이런 말이 오갔다.
“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합니까?”
“에너지와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고 있습니까?”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개선은 이루어졌습니까?”


이 질문들을 통역하며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되묻는다.


내 삶도 주기적으로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업무엔 꼼꼼한 플래너를 쓰고,
회사는 KPI로 성과를 측정한다.
하지만 정작 ‘나’라는 시스템의 점검은
종종 뒷전이다.


가장 실용적인 자기 점검 방법 중 하나는
‘에너지 Audit’이다.


우리는 종종 '시간 관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삶의 밀도는 ‘에너지의 흐름’에서 결정된다.
시간은 잘 쪼개놓고도,

에너지를 엉뚱한 데 쏟아버리면
하루가 텅 비어버린다.


“나는 지금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인생의 밀도를 높이는 첫걸음이다.


1) 생산 에너지: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잘 몰입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

-그 몰입을 방해하는 건 누구(혹은 무엇)인가?

-'바쁘다'는 느낌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는가?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해보는 척하는 일’은 아닌가?


생산성이 떨어질 때, 우리는 스스로를 탓하지만
사실 에너지가 새는 구조적 원인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2) 소셜 에너지:

관계도 감정도 최소한의 정리가 필요하다.


-함께 있으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관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진 않은가?

- 나를 진짜로 이해해 주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소모적인 관계들에 밀려 사라지고 있진 않은가?


인간관계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몇 안 되는 진짜 관계가,

많은 수의 피곤한 관계보다 낫다.


3) 창의적 에너지:

생각할 틈 없이 소비만 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 나의 생각 근육은 자라고 있는가?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창의적 에너지에 필요한 영양분을 주고 있는가?


아이디어가 고갈된 건,

바빠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보고,

너무 적게 사유하고 있어서다.




6월은 두 번째 1월이다.
1년의 딱 절반쯤 지났을 때,

우리는 삶의 방향을 다시 잡을 기회를 얻는다.

달력의 정중앙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고,
지금 이 삶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수리할 곳은 없는지 점검할 수 있다.


점검받지 않는 시스템이 결국 위험을 부르는 것처럼,
돌아보지 않는 삶은 필연적으로 무너진다.


점검 없는 삶은 방치된 삶이다.

자기 점검은 지속 가능한 나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성실함이다.


표지 사진: UnsplashJosé M. Reyes

본문 사진: UnsplashJordan Ladik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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