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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끊는 중입니다.

(견고한 일상) 더 적게 알고, 더 깊이 남기기

by 루이보스J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하루 두 시간씩 명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에 얼마나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두 시간 동안 그냥 앉아있다고?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부러웠다.

유발 하라리

명상을 하는 두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내려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 두 시간을 세상의 요구로부터 지켜냈고,

생각의 텃밭처럼 간직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역사, 문명, 인간의 본성

천천히 길어 올렸을 것이다.


나는 아직 세상에 올라타있다.

이메일, 뉴스피드, 채널, 메시지, 알림.


나는 지금,

얼마나 많은 타인의 생각을 소비하고 있는가.

오롯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어떤 정보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지만,

종종 '들었다'는 뜻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는 것과 느끼는 것,

판단과 반응, 의견과 인용이 뒤섞인다.


조용히 멈추기로 했다.

어느 유명인이 어디를 갔는지,

어느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오늘의 핫이슈가 뭔지 모른다고 해서

깨어있지 않은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보 다이어트는 단순한 절제가 아니다.

존재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밖에서 안으로

빠름에서 깊음으로

'모든 것에 반응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강박에서

'어떤 것에 침묵할 수 있다'는 능력으로.


정보를 줄이면, '내 생각'이 자랄 땅이 촉촉해진다.

세상이 조용해지면, 마음의 움직임이 더 선명해진다.

아마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명상을 중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질문을 바꿔본다.

"무엇을 알아야 하나"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로




하루 두 시간의 명상은 아직 멀지만,

오늘도 조금 덜 본다.

조금 덜 반응하고,

조금 더 오래 생각한다.


더 적게 알고, 더 깊이 남긴다.


정보는 넘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은 점점 귀해지는 이 시대에

무지해지는 용기야말로,

가장 고요한 저항일지 모른다.


#명상#유발하라리#정보다이어트#침묵#고요#생각#정보소비#존재#견고한일상#저항

표지사진: UnsplashSage Frie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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