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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는 거창해야 한다는 착각

(견고한 일상을 위해) Let's celebrate! 사소한 기쁨의 미학

by 루이보스J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어를 외우는 걸 넘어 그 언어에 스며든 라이프스타일을 흡수하는 일이다.

어쩌면 말이란, 문화라는 물에 담가 우려낸 생활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영어와 한국어는 문법부터 어법까지, 닮은 데보다 다른 데가 많다.

하지만 그 다름이 때론 아주 근사한 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단어였다.


Celebrate.


대학교 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다.

친구한테서 “Let’s celebrate”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
생일인가? 승진했나? 복권에라도 당첨됐나?

아니었다.
그날 친구는 그냥, 제시간에 할 일을 끝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celebrate란다?

한국어에서 '축하'는 대개 특별한 일을 전제로 한다.
생일, 대학 입학, 수상, 취업이나 승진 같은 이벤트와 함께 와야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약속을 지켰을 때,

마음먹은 운동을 해냈을 때,

오늘 하루 무사히 살아낸 것만으로도

“Let’s celebrate!”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처음엔 좀 과장된 표현 같았지만, 곧 깨달았다.
이건 단어 하나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구나.



그래서 오늘,
나는 이 글을 쓰기 전 하루를 돌아봤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필라테스를 갔다.

-책상 가득 쌓인 통역 노트를 복습했다.

-아이와 공놀이도 했다.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브런치글도 썼다 :)


이 정도면 썩 괜찮은 하루 아닐까?


물론 풍선도 없고, 케이크도 없고,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해줄 사람도 없지만
오늘 나는 나를 위해 이렇게 말하려 한다.


Let’s celebrate!


작은 일에도 마음껏 축하해 주는 어법.
이 어법은 곧 삶을 칭찬하는 연습이다.

언어를 배우며 내가 얻은 최고의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주문.


Let’s celebrate.

그리고 이 말은 오늘 당신에게도 유효하다.


표지 사진: UnsplashJason Leung

본문 사진: UnsplashThought Cat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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