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래트럴>의 명대사, 자기 일을 잘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나요
노곤한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한 지난 주말 모두가 잠든 한 밤중에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접속했다.
뭘 볼까 한참 둘러보다가 <콜래트럴>(2004) 낙점.
콜래트럴은 이번이 세 번째다. 가끔 두 번 보는 영화는 있어도 세 번 보는 영화는 드물다. 그렇다고 <콜래트럴>이 빼어난 수작의 대열에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끄는 장면이 있다. 한밤의 도심 한가운데 멋들어진 음악을 타고 미끄러지는 뜻밖의 두 마음이 닿는 그 장면.
이 영화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서늘하고 비정하게 그려지는 LA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캐릭터 빈센트와 맥스의 조우.
따뜻한 피가 흐르는지 의심이 드는 빈센트(톰 크루즈)는 냉혹한 킬러지만 재즈에 조예가 깊고, 여성에게 꽃을 안길 줄 아는 센스와 나름의 세계관이 있다. 이에 대비되는 맥스(제이미 폭스)는 소심하지만 인간미 있고 정직하다.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맥스는 점차 대범해진다. 차를 전복시켜 반전을 꾀하는 결단까지 내리는 그의 변모는 꿈은 미루고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 보통사람들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그런가 하면 점점 빈센트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무슨 끔찍한 일을 겪었길래 사람이 저리 되었을까.. 가여워진다. 두 사람이 나누는 자못 철학적인 대사도 감상 포인트다.
하지만 내가 반한 장면은 따로 있다. 영화 후반부에 킬러빈센트의 표적이 되는 검사 애니(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맥스가 고객과 택시기사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에 유독 관심이 많다. 모래알 같이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연 속에 우리는 어떤 때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걸까?
애니와 맥스의 대화를 보면서 하나의 공식을 발견했다.
내일 아침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아직 할 일이 남아 사무실로 향하는 애니는 신경이 곤두서있다. 택시를 타고도 일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당연히 운전석에 앉있는 기사에게는 눈길도 가지 않는다. 늘 가던 길로 가달라고 주문했는데, 이 택시 기사는 다른 길이 더 빠르다고 그 길로 가자고 제시한다. 자기가 틀리면 택시요금을 물지 않겠다고 배짱도 부린다.
모른 척하고 손님의 주문대로 멀리 돌아갔으면 돈을 더받을 수 있는데 굳이 정직하게 고객의 돈을 아껴주는 택시기사 맥스. 애니가 그에게 처음 눈길을 주는 순간이다. 그곳에 "네가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1. (존재확인) 어떤 일이든 하는 일에 진심이고 진실된 사람은 은은한 빛이 난다.
애니는 이렇게 묻는다.
"Take pride in being good at what you do?"
" 자기 일을 잘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나요?
이렇게 뜻밖에 시작된 검사와 택시기사의 대화, 애니는 직업을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신이 법조계 사람임을 간파한 맥스에게 또 한 번 놀란다. 점쟁이라도 되냐며 웃으며 묻는 애니에게 맥스는 "정장차림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최고급의 서류 가방에 보테가 핸드백"이 힌트였다고 대답한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을 세심하게 관찰했다는 사실이 애니는 싫지 않다. 그리고 맥스에게 관심이 간다.
2. (관심)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응시하게 된다.
처음 만난 택시기사에게 검사로서의 온갖 고충까지 털어놓는 애니, 애니가 안쓰러운 맥스는 자신이 신줏단지처럼 간직하면서 택시 안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휴가를 떠나는 상상을 하며 쳐다보는 몰디브 사진을 선뜻 애니에게 내민다.
3. (호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주저없이 아낌없이 내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
극구 사양했지만 맥스가 끝까지 챙겨준 몰디브 사진을 손에 쥐고 택시에서 내린 애니. 망설이다 뒤돌아와서 맥스에게 명함을 내민다. 맥스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애니의 의사 표현이다.
우리는 같이 있을 때 행복해지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 진다.
이런 맥스는 냉혈한 킬러 빈센트의 마음의 빗장까지 열어젖힌다.
너무나 깔끔한 택시를 보고 이미 맥스가 보통 택시기사가 아님을 알아본 빈센트. 어두운 밤길 도로로 달려든 동물들을 치지 않으려고 차를 세운 맥스.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있는, 그저 돈을 받고 파리 죽이듯 사람을 죽이는 프로 킬러는 혼란스러워진다. 그의 영혼은 잠시나마 흔들린다. 이 장면에서 표정만으로 심적 동요를 표현하는 톰 크루즈의 연기가 압권이다.
철두철미한 검사 차도녀 애니, 단 한 번도 마음에 온기를 품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킬러 빈센트의 마음까지 열어젖힌 맥스의 그루브한 음악이 흐르는 택시가 생각날 때면 또 찾아볼 것 같은 영화 <콜래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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