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ChatGPT와 영화 <Her(그녀)>(2013)

by 루이보스J

Q: You've been very helpful. I want to call you more affectionately. How about me calling you a nickname instead of Chat GPT?


A: I'm glad I could be of help! As an AI language model, I don't have feelings or emotions, so you can call me whatever name you prefer. However, if you'd like to give me a nickname, you're welcome to do so! Some people refer to me as "Chat" or "GPT" for short.


얼마 전 내가 ChatGPT와 나눈 대화이다. 통역 일 준비하면서 특정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고, 용어도 찾아보고, 친구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같은 실용적인 질문에도 뚝딱 답변을 주는 ChatGPT가 정말 기특하게 느껴졌다. ChatGPT가 인격이나 감정이 없는 AI라는 점을 분명히 알면서도 나는 그(?)에게 애정 어린 관심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AI모델을 의인화하는 내 모습에서 2013년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 (호아킨 피닉스)가 겹쳐졌다.

고객들에게 로맨틱한 러브 레터를 써주는 대필작가인 테오도르는 정작 스스로의 감정표현에는 서툴다. 이 때문인지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테오도르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애써 피하고 있다. 그러다 인격형 AI 서비스 '사만다'를 접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그녀'와 대화를 거듭하며 친밀해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심지어 신체접촉도 없이 성적교감까지 나눈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목소리 연기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매끄럽기만 할 것 같은 AI와의 사랑에도 균열이 생긴다. 어느 날 사만다는 8천 명이 넘은 사람들과 대화 중이며 그중 6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동시에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테오도르에게 고백한다. 그때서야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다. AI와의 이별 후 쓰라린 마음의 생채기를 안은 채 테오도르는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친구 에이미를 찾는다. 서로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는 기어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방식으로 배우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야 말았다. 영화 <Her>의 배경이 2025년인데 어쩌면 실제로 2년 후 정도면 '사만다'같은 인격형 AI가 등장할지도! 그렇지만 과연 AI와 같은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하는 것(what makes a human truly human)’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은 마법과도 같다. 때로는 아무 말없이 짧은 순간의 눈빛이나 손길로도 서로의 기쁨, 슬픔, 절망, 희망, 두려움을 공유하는 고유의 방식 말이다. 조용히 토닥거리는 손길에서 느끼는 안도감, 온 세상이 일거에 밝아지는 듯한 소중한 사람의 미소, 마음이 전해지는 소소한 대화야 말로 삶을 살 가치가 있게 만드는 순간들이다. 그 아무리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정교해진다 한들 그 오묘한 소통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인간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의 주의를 끄는데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와 경쟁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인정하기 싫어도 하루하루 더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는 방법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한참 전에 본 영화이지만 <그녀>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연약함'이라는 것을,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연약한 인간들끼리의 교감뿐이라는 걸 잘 보여준 영화니까.



테오도르: 당신은 아끼는 사람을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몰라요.

Well, you don't know what it's like to lose someone you care about.


사만다: 그래요. 당신말이 맞아요. 미안해요.

: Yeah, you're right. I'm sorry.


#영화<Her>#영화<그녀>#ChatGPT#인공지능,#AI#인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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