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소유하는 것들이 결국 너를 소유하게 되고 말지

영화 <파이트 클럽>의 명대사

by 루이보스J



올해 봄 어느 날 이모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정하게 통화하던 단짝 같은 언니를 잃은 슬픔에 몸이 상할 정도로 통곡하셨다. 아직도 이모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시는 엄마는 그 후 집안 물건 정리에 열을 올리고 계신다. 듣자 하니 이모가 태산같이 많은 옷을 남기셨다고 한다. 아들뿐이라 거의 다 처분하고 밍크코트 같은 값비싼 것들만 근처에 사는 조카가 챙겨갔다고 한다. 그 밍크코트라면 나도 기억한다. 부잣집 며느리를 맞아 선물로 받으셨다던 그 새까맣고 윤기 나는 코트를 입은 이모는 귀부인 같았다. 튀지 않고 수수한 차림을 편안해하는 엄마에 비해 서울에 사는 이모는 늘 세련된 사람이었는데... 우리 멋쟁이 이모가 세상을 떠난 후 무차별적으로 버려졌을 수많은 물건들을 그려본다. (갑자기 병세가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바람에 유품이 될 물건들을 정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모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 언제가 내가 떠난 후 남겨질 물건들도 상상해 본다.

우리 모두의 마지막 민낯


불현듯 오래전에 본 영화 속의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음성지원되어 되살아났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 (1999)


초점 없는 눈에 생기 없는 얼굴의 직장인 잭(에드워드 노튼)은 그 공허감을 소비로 채우고 있다. 그의 집은 명품 브랜드 옷, 번쩍이는 최신 기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잭은 자신의 소유물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잭은 밤마다 "이게 다인가(Is this all there is)?"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소리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던 중 잭은 우연히 카리스마 넘치는 수수께끼의 인물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물질주의의 피상적인 덫을 거부하는 지하 비밀 단체 '파이트 클럽'을 결성한다. 잭은 싸움의 원초적인 잔인함 속에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피투성이가 된 주먹과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은 소비문화의 공허한 약속에 대한 반항이다. 잭은 주먹을 날릴 때마다 생기는 상처와 멍을 해방의 증표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주체성을 되찾는다.


파이트 클럽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혼란이 이어진다. 도시는 '초토화 작전'의 무게에 흔들린다. 결국 물질주의라는 과잉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지고만 도시는 그간 얼마나 얄팍한 욕망에 기반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부서진 잔해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잭은 새로운 발걸음을 뗀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 끼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굴레에 갇혀있던 잭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영화 <파이트 클럽>은 <킬빌> 시리즈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폭력물'이다. 밤에는 불면으로 낮에는 비몽사몽으로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현대인의 표상인 잭이 피비린내 나는 몸싸움으로 '살아있음'을 깨우친다. 영화를 관통하는 '허상에서 깨어나라'는 메시지에 맞게 이 영화는 요즘 말로 '뼈 때리는' 명대사로 가득하다.


"직업이, 예금 잔고가, 무슨 차를 모는지가, 지갑에 뭐가 들어있는지가 너라는 사람을 정의하진 않아."

"You're not your job. You're not how much money you have in the bank. You're not the car you drive. You're not the contents of your wallet.


"모든 것을 잃어봐야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기지."

"It's only after we've lost everything that we're free to do anything."


"넌 특별하지 않아. 아름답고 독특한 눈송이가 아니야.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부패하고 있는 유기물일 뿐."

"You are not special. You are not a beautiful or unique snowflake. You're the same decaying organic matter as everything else."


"넌 이걸 알아야 해. 두려워할 게 아니라. 언제가 죽는다는 걸."

"You have to know, not fear, but know that someday you're going to die."


이런 명대사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사는 아마도 '소유'에 관한 일침일 것이다. 무서운 경고 같은 이 한마디,


"네가 소유하는 것들이 결국 너를 소유하게 되고 말지"

"The things you own end up owning you."

#파이트클럽#영화대사#물질주의#소유#미니멀리즘


커버사진: UnsplashSimon Launay

keyword
이전 10화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