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5) 명대사
지독한 감기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한 지 겨우 이틀인데 삶이 선사하는 기쁨의 팔할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듯하다.
우선 먹는 즐거움이 싹 사라졌다.
대체로 혀의 미각과 씹는 맛으로 음식을 즐긴다고 착각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실상은 허기도, 포만감도 후각이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닐지 강하게 의심된다. 배가 고플 때는 그렇게 향긋했던 음식냄새도 배가 차면 거북해지는 너무나 정직한 그 감각말이다. 아무 냄새를 맡지 못하니 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도 아리송하고, 무취의 음식을 집어 넣고 있자니 맛도 없거니와 언제까지 먹어야할지 촉을 잃어버렸다.
후각의 상실은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에 더 선명해졌다. 여느 때처럼 엄~마아~하고 달려와 내 품에 쏙 안기는 아이. 그런데...뭔가 중요한 게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너의 달큰한 땀냄새! 아이의 작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봐도 내가 찾는 그 체취는 도통 탐지 되지 않는다. 70억 인구중에 너라는 사람에게서만나는 유일한 그 냄새를 찾아 아무리 필사적으로 킁킁대봐도 소용이 없다.
그 순간,
잊고 있었던 가슴애절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eck Mountain>(2005)의 한 장면이 겹쳐졌다.
사랑하는 사람의 희미해진 체취가 여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그 영화 말이다.
1960년대 미국 시골 와이오밍 주의 브로크벡 마운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에니스 (히스 레저)와 잭 (제이크 질렌할)은 양떼를 돌보는 일을 같이 하게 된다. 우정으로 시작된 두 청년은 서서히 뜨거운 사이로 발전한다. 날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감정은 깊어만가고 이제 잭도 에니스도 함께 하지 못하면 남은 삶이 행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아버지밑에서 자란 에니스는 함께 살자는 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게 각자의 가정을 꾸리지만 서로를 잊지 못해 드문 드문 만남을 이어가며 이십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그 사이 이혼을 한 에니스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보기도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잭에게 향해있다. 그러던 어느날 잭에게 보낸 엽서가 ‘수취인 사망’ 도장이 찍힌 채 반송된다. 그 길로 에니스는 잭의 고향집으로 달려간다.
내 몸에 새겨진 너의 체취
잭의 방에서 에니스는 둘이 주먹다짐하며 다투다 코피가 묻었던 잭의 셔츠와 그 아래 곱게 포개져있는 자신의 셔츠를 발견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셔츠. 에니스는 잭이 아직 살아있기라도 한 듯 잭의 셔츠를 부둥켜안고, 코를 묻고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킨다.. 에니스 후각에 새겨진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잭의 체취를 흡입하고 또 흡입한다. 에니스의 셔츠를 끌어 안고 늘 에니스를 그리웠했을 잭 처럼.
영화는 이제는 에니스 옷장에 걸린 두 사람의 셔츠와 브로크백마운틴의 사진이 담긴 엽서를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오늘 소개할 영화 속 명대사는 아무리 떨쳐내려해도 떨쳐지지 않는 에니스를 향한 잭의 마음이 담긴 한 줄이다.
잭: 나도 너랑 끝내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어.
"I wish I knew how to quit you."
아직 여태껏 영화든 현실에서든 이보다 더 지독한 사랑 고백을 들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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