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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Sep 01. 2023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

구둣방 아저씨가 일깨워준 직업의 고귀함

“Your profession is only as noble as your attitude and intent towards it.”
Jonas Caino


"스스로의 일에 대해 고귀한 태도와 의도가 있는 만큼 그 직업은 고귀해진다."  



그는 고운님 얼굴에 티끌이라도 묻었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올이 풀린 곳이 있으면 깔끔하게 잘라준다.

색이 바랜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같은 색깔의 칠을 발라 연신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가운데 손가락에 천을 돌돌 말아 눈에 보이지 않는 구두속 구석구석까지 야무지게 닦는다.

바닥도 뒤집어 보고 벌어진 틈이 있으면 접착제로 단단히 붙여준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몇 번이나 점검했을까


마침내 구두에 스프레이를 한 차례 뿌리고 나더니 "자, 다 됐습니다"하며 나에게 내민다.

기름 묻은 그의 손끝에 걸린 내 헌 구두는 방금 얼굴을 씻고 나온 아이 보다 더 말갛게 빛이난다.

그의 정직한 얼굴에, 손놀림에 가슴 한편이 저릿해온다.  


심드렁하게 "굽만 갈아주세요"라고 주문했던 내가 무색해진다.



각양각색의 분야의 '프로페셔널'들이 여기저기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그 구둣방 아저씨의 프로페셔널리즘만큼 나를 탄복시킨 사람은 없었다.


하는 일에 나태해지는 순간이 오면 그 아저씨를 떠올린다.


'통역'이라는 내 일의 본질을 생각한다.


통역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한국어에서 영어로 의미가 잘 전달되어 소통( 疏通,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 뜻이 서로 통함, 속이 트임, 도리와 조리에 밝음)이 되게 하는 것이 내 본연의 역할이다.   


내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내 몫이다.


우리말을 가다듬고

영어를 가다듬고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내가 한 통역을 녹음해서 교정을 거듭하고

 최상의 실력을 떠받쳐주는 체력 관리를 게을리하지 말 것



커버사진: UnsplashMichael Conway      

#프로페셔널#프로#프로페셔널리즘#통역#번역#직업#직업정신#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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