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 아저씨가 일깨워준 직업의 고귀함
“Your profession is only as noble as your attitude and intent towards it.”
― Jonas Caino
"스스로의 일에 대해 고귀한 태도와 의도가 있는 만큼 그 직업은 고귀해진다."
그는 고운님 얼굴에 티끌이라도 묻었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올이 풀린 곳이 있으면 깔끔하게 잘라준다.
색이 바랜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같은 색깔의 칠을 발라 연신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가운데 손가락에 천을 돌돌 말아 눈에 보이지 않는 구두속 구석구석까지 야무지게 닦는다.
바닥도 뒤집어 보고 벌어진 틈이 있으면 접착제로 단단히 붙여준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몇 번이나 점검했을까
마침내 구두에 스프레이를 한 차례 뿌리고 나더니 "자, 다 됐습니다"하며 나에게 내민다.
기름 묻은 그의 손끝에 걸린 내 헌 구두는 방금 얼굴을 씻고 나온 아이 보다 더 말갛게 빛이난다.
그의 정직한 얼굴에, 손놀림에 가슴 한편이 저릿해온다.
심드렁하게 "굽만 갈아주세요"라고 주문했던 내가 무색해진다.
각양각색의 분야의 '프로페셔널'들이 여기저기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그 구둣방 아저씨의 프로페셔널리즘만큼 나를 탄복시킨 사람은 없었다.
하는 일에 나태해지는 순간이 오면 그 아저씨를 떠올린다.
'통역'이라는 내 일의 본질을 생각한다.
통역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한국어에서 영어로 의미가 잘 전달되어 소통( 疏通, 막히지 아니하고 서로 통함, 뜻이 서로 통함, 속이 트임, 도리와 조리에 밝음)이 되게 하는 것이 내 본연의 역할이다.
내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내 몫이다.
우리말을 가다듬고
영어를 가다듬고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내가 한 통역을 녹음해서 교정을 거듭하고
최상의 실력을 떠받쳐주는 체력 관리를 게을리하지 말 것
커버사진: Unsplash의Michael Co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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