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의 결혼식

by 자강



내일 아침 삼춘의 결혼식이 있기에 오늘은 고향 집에서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새엄마가 올라오시기로 하셨다. 나는 집에서 저녁을 준비했고,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간 건 남편이었다. 삼춘이 차를 타고 다녀오면 편할 터였지만 결혼 전 준비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대통령 선거 준비로 너무 바쁜 삼춘은 자신의 결혼식 날에도 나타날지 의문스러웠다. 상경 길은 기차 타고 7시간 가까이 오셔야 할 텐데 기력이 약하신 할머니께서 힘들어하실까 봐 나는 걱정이 앞섰다. 저녁 반찬으로 나는 우선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조기찌개를 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달걀찜과 김을 재웠다. 그렇게 없는 솜씨를 발휘해 저녁 준비를 다 해갈 무렵, 시계를 보니 아버지께서 도착할 시간이 얼추 되어 밖으로 나가 보았다. 골목은 전봇대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할머니, 아버지 어서 오셔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허셨쥬?"

"기만이랑 기창이도 곧 온다고 했응께 우리 집에서 저녁 드시고 가셔유."

"그려 우리 애기 신접살림은 힘들지 않은 겨?"

"최서방이 을메나 잘해주는지 힘들 일 읎유. 할머니 참말로 보고 싶었구먼유."

그렇게 모두가 우리의 신혼집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할머니 새엄마는 동생들 집으로 자러 가셨고 우리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결혼식 아침에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결혼식 날 선물 받은 양장을 입고 가족 모두가 두 대의 택시를 불러 타고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성당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남편에게 우리가 다시 만나기 전 시간 차를 두고 갔던 명동성당에 대해 물었다.

"당신 그거 아세유. 우리가 명동에서 다시 만나기 전 둘 다 명동성당에 갔던 거? 물론 시간은 달랐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머물다 갔다는 말이어유. 그때 식당에서 명동성당 얘기를 했잖아유."

"기억하지. 영숙 씨가 결혼식을 꼭 명동성당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 거지."

"그니까유. 지도 영숙 씨 소원이 이루어줘서 을메나 기쁜지 모르겄어유."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택시는 어느덧 명동성당에 도착했고, 택시에서 내린 우린 새신랑이 된 삼춘을 찾았다. 난 삼춘을 보기 전 영숙 씨를 보러 가기 위해 신부가 대기하고 있는 성당 안쪽으로 들어갔다. 성당 입구에는 내 키만한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귀에 있는 이름들도 꽤 보였다. 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삼춘과 영숙 씨는 100년은 거뜬히 행복하게 살 것 같았다.

신부님의 휴식 장소인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신부는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장미로 만든 부케를 들고 앉아 있었다. 나를 본 영숙 씨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고, 영숙 씨의 친정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나에게 아는 체를 했다.

"어머 순열 씨 어서 와요. 창섭 씨 보고 왔어요?"

"야, 얼굴만 보고 영숙 씨 을메나 이쁜지 궁금해서 보러 왔구먼유."

"엄마, 창섭 씨 질녀. 창섭 씨 누님 큰 딸 이어요. 인사해요."

"어머, 반가워요. 우리 윤서방 조카군요. 우리 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당차고 영리한 아가씨라던데 실제 보니 맞는 것 같아요."

"안녕허세유. 처음 뵙겠구먼유."

"우리 딸보다 어리다고 들었는데 참 어른스러워요. 우리 애는 나이만 들었지 아직 애기여요. 살림은 잘하려나 몰라."

"무슨 말씀이셔유. 지 결혼 준비도 살뜰히 도와주시구 친언니같이 도와주셨구먼유. 덕분에 지가 결혼하는디 수월했구먼유. 감사해유."

"엄마, 나 이제 외숙모 된다구. 조카가 셋이나 있는. 그러니 자꾸 애 취급 마세요."

외숙모가 될 영숙 씨와 수다를 떠는 사이 복사가 미사 시작을 알리러 왔다. 신부와 신랑이 신부님의 혼인 미사를 받으러 성당 본당으로 입장해야 하기에 나는 가족들이 앉는 하객 자리로 가 앉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흘렀고, 새엄마가 들어오고도 외삼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삼춘의 결혼식까지 참석하게 되니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엄마가 살아 계셔서 이 결혼식을 지켜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마도 나이 어린 남동생을 무척이나 아끼셨기에 외숙모에 대한 애정 역시 크셨으리라 짐작되었다. 신부님의 미사가 끝나고 혼인성사가 시작되어 남편과 나이 혼인 증명이 있은 후 반지를 교환하고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 나는 하늘에서 삼춘의 결혼식을 잘 지켜보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며, 삼춘의 결혼식을 한없이 축하해 줬다.

삼춘과 외숙모가 된 영숙 씨는 양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허니문 카를 타고 떠났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남편이 나의 손을 꼬옥 잡는다. 남편과 나는 이심전심이 되어 삼춘과 영숙 씨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랐다.

택시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오후가 되었고, 아버지와 할머니 새엄마를 모시고는 동생들은 집에서 가까운 창덕궁으로 구경을 갔고, 우리 부부는 모처럼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답답한 넥타이와 셔츠를 벗은 남편은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와 누웠고 나는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한 후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러면서 삼춘과 남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나보다 아홉 살 많은 삼춘은 삼촌보다는 오빠 같은 존재였는데 그 오빠가 결혼을 했다. 우리는 삼춘과 영숙 씨 부부든 우리 부부든 하루빨리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들을 먼저 낳고 싶어 했고, 남편은 딸이면 더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렇다면 남편을 닮은 예쁜 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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