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과 행운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
어느 카드사 광고 카피인 '부자 되세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건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인사와 덕담으로 퍼지기 시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1년 말 한 카드사의 광고였지만 IMF에서 막 헤어 나오고 있던 때에 '부자 되세요'는 전에 없던 인사말이 되었고 광고는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고 모델의 인기도 크게 올라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부자 되세요'라는 말은 여전히 인사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소 철 지난 말투의 느낌이 있다.
반면 '대박'이라는 단어는 생활 속에 다양한 버전으로 쓰이면서 ‘대박 나세요 ‘라는 말이 자연스레 인사가 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대박'은 사전에 실린 뜻풀이로는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고 대박의 '博'자는 도박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다소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대박'은 그야말로 여기저기 다 쓰이는 말이 되었다. '대박!' 감탄사같이 쓰는 두 글자는 대단한 일이나 특이한이 있을 때 감탄사처럼 튀어나오는 말이 되었고 '대박 사건'이라는 표현은 정말 엽기적이 일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친구들 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재밌는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최근 옥스퍼드사전에 등재된 우리말 '대박'의 의미는 '우연히 얻거나 발견한 가치 있는 것을 뜻하는 명사'로 풀이되어 있다.
하지만 옥스퍼드 사전 정의 같이 '우연히 얻은 것' 등에만 쓰이던 '대박'이 열심히 노력하여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종종 쓰이곤 한다. 예를 들어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가 관객이 많이 들어 성공한 경우도 대박이란 말을 쓴다. '대박 기원'이라는 말은 팬들도 영화 제작자도, 감독과 배우도 쓴다. 조금 못 미치면 '중박'이라고도 하면서 성과를 구분하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면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는 왜 생겨 나게 된 것일까?
덕담이나 인사가 건강이나 가족의 행복을 얘기하고 이웃과 공동체의 행복 등을 얘기하던 시절에서 '부자 되세요~'라는 결과 지향적이고 물질적 단어를 사용하여 직설적으로 얘기했던 것은 당시 분명 큰 충격이었고 파격이었다.
이제는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가 '부자 되세요' 보다 더 많이 인사로 쓰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성공의 확률은 많이 낮아졌고 부자가 되는 정도를 더 과장되게 더 크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부자가 될 가능성(확률)이 아주 적어졌기 때문에 당첨 금액이 매우 커야 기대금액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큰 당첨금액이 요즘 어디서나 쓰이는 용어 '대박'인 것이고 인사인 '대박 나세요'의 인사도 이런 데서 나온 것이리라 생각된다.
대박의 상징 복권
여기서 희박한 확률이지만 당첨 금액이 매우 큰 것의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복권'이다. 복권의 당첨은 말 그대로 대박이란 말의 원 뜻과 가장 잘 들어맞는다.
영어의 'lottery'(복권)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lotto이다. 또 복권 로또(Lotto)도 역시 어원은 이탈리아어 lotto에서 비롯되었으며, '행운' 또는 '운명'을 의미한다.
복권 로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마이애미 대학 경영대학원의 알록 쿠마 교수는 복권주식을 정의하면서 복권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가격이 싸다. 둘째, 기대수익률(expected return)이 낮다. (대개의 복권이 복권 값만 날린 채 휴지 조각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수익 분포의 분산(variance)이 크다. (복권 수익은 손해부터 대박까지 넓은 범위로 퍼져 있다.) 넷째, 수익 분포가 오른쪽으로 긴 꼬리를 가진 형태를 띤다.
아래의 그래프는 로또와 주식에 같은 금액(1달러)을 매일 투자했을 때 수익의 확률분포이다.(옅은 빗금이 로또의 당첨확률이다)
복권(로또)은 매우 낮은 확률로 큰 당첨금을 주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작은 손실이 일어나는(복권 값을 날리는) 것이 복권이다. ‘터지면 대박’과 ‘대부분 작은 손해’인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대박'을 로또로 표현하는 것은 손실의 확률은 크지 않고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큰 행운이 올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로또와 부동산
부동산을 로또로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아주 작은 확률이어도 큰 행운이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을 로또로 표현하는 경우를 보면, 아래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청약 후 계약취소된 주택을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받는 경우 최초 분양한 이후 준공 즈음에 잔여 세대를 다시 분양하면서 최초 계약 시점의 분양가,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로 분양하면 그간의 가격 상승분이 크고 소위 큰 시세차익이 생기는데 이를 로또 당첨금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현되지는 않았을지언정 시세차익은 몇 억 원에서부터 10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 무순위 주택 청약 등이 앞에 인용한 로또의 특징과 비교하여 로또와 비교할 만한지 보면 된다.
로또의 4가지 특징 중 첫 번째인 가격이 싸다는 부분은 얼핏 청약 시 돈이 들지 않는 점에서 싼 복권 가격과 견줄 수 있겠지만 이익 실현을 위해서는 당첨 후 계약금을 내고 잔금까지 다 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에 들어가는 돈이 비교도 안되게 너무 많다. 두 번째 특징은 기대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다. 즉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당첨확률이다. 최근 1 가구 모집하는데 294만 명이 청약신청을 한 것을 보면 확률이 매우 낮은 건 복권과 비슷한 것 같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수익 분포의 분산이 큰가?'와, 네 번째 '수익분포가 오른쪽으로 긴 꼬리를 가지는가?'의 경우는 청약은 복권의 낮은 등수와 같이 소액의 낮은 순위 당첨자가 없으므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로또는 당첨금을 나눠주고 남은 돈으로 기금조성, 공익사업 지원 등 사회적 순기능을 하지만 (로또) 청약은 그러하지 않다.
굳이 따져 본 걸과 '로또 부동산'은 로또와 다르며 로또로 이름 붙인 이유는 낮은 확률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그 외에 심각한 다른 이유는 없다.
행운 또는 운명을 의미하는 로또라는 단어는 고대 프랑스어 'lot'에서 파생되었다는 설도 있다. lot는 '할당', '보상', '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운명처럼 찾아오는 행운이 어쩌면 누구에게나 할당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을 커다란 행운을 기대하는 대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부동산은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부동산이 가져다주는 따뜻함, 편안함, 때로는 감동과 추억
부동산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