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단단하고 실한 집 한 채?

by Intrinsic thinker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은 2017년 이후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세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등장한 부동산 시장의 신조어다. 이때 대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올리는 것이었다.

당시 다주택 보유자의 세금은 실제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었고 일정 시한 안에 집을 팔아야 했다. 세부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집을 사면서 투자에 대한 고려를 많이 했을 것이기 때문에 향후 투자 관점에서 더 유리한 집을 남기려 했겠지만 처분할 집의 결정에 있어 '일시적 2 주택', '종전 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등 복잡한 용어들을 어렵게 공부해 가면서 실행했을 것이다.


다주택자는 한 채를 남기고 나머지 주택은 팔아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는데, 그중에 어느 주택을 남기고 어느 주택을 팔아야 하는 지의 결정을 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고 대체로 이때부터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똘똘하다’의 표준국어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형용사 : 매우 똑똑하고 영리하다.
2. 형용사 : 단단하고 실하다.


아마도 '똘똘한 한 채'의 '똘똘하다.'는 2번 정의에 가까운 것 같다. ‘단단하고 실하다.’는 표현을 집에 대입하면 안전하고 혹은 (떨어질 염려 없이) 안정적이고 가격과 비교해서 질적으로 좋은 내실 있는 집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외의 의미를 시장과 현상들을 통해 잘 정의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의외로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자가점유율은 어디서 증가하였는가

자가 점유율은 일반가구 중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의 비율을 뜻하는데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는 시기에 지역별 이 비율이 늘어난 것은 곧 해당 지역의 집이 '똘똘한 한 채'로 선택받았을 확률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 자가점유비율의 변화를 보면 2015년 대비 2020년의 자가 점유 비율이 많이 증가한 곳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각각 1.4% p씩 상승하여 전국 0.5% p대비 더 많이 증가했다. 서울, 수도권 집의 실거주도 늘어난 것으로 보아 지방보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이 좀 더 '똘똘한 집'으로 여겨진 것 같다.

자가점유율.png 출처 : 국가데이터처「인구주택총조사」


그러면 서울 지역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강남권과 다른 지역과의 차이는 어땠을까?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값 상승률, 평당가 등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똘똘한 한 채 현상, 키 맞추기로 시작

2017년 이후 부동산 급상승기에 ‘똘똘한 한 채’는 현재는 수요가 몰리는 강남 등의 특정 지역의 부동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면 규제가 시작된 2017년은 서울시 평균보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 그러나 2018년이 되면서 서울시의 평균 상승률이 강남 서초의 상승률보다 높아졌다.

데이터:부동산114Reps

이처럼 똘똘한 한 채로 인정을 먼저 받은 것은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간 상승률이 낮았던 지역 아파트의 상승률이 더 컸다.




2018년 서울시 평균 상승률인 23.1%보다 높은 지역을 순서대로 보면 영등포구 29.6%, 마포구 28.9%, 성북구 28.7%, 동작구 28.5% 등이다.

또한 2020년은 강남, 서초의 상승률이 서울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현상을 보였다. 서울시 평균 18.8% 상승하는 동안 강남구와 서초구는 10% 정도 상승하였다. 즉, 그간 상승이 적었던 곳의 상승이 두드러진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의 상승이 두드러진 지역은 노원구(34.2%), 도봉구(31.2%), 강북구(34.3%) 등이다.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으로 불리는 현상이 있었고 이때의 똘똘한 한 채는 그간 상승이 적었고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집이었던 것 같다.


이 시기에는 30대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대출이 어렵자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이른바 ‘영끌족’이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패닉바잉’의 시대였다.


그 결과로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가격은 서울 평균 대비 약 1.8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20년~2021년 동안 강남권 이외 지역의 가격 급상승으로 1.6~1.7배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들기도 했다.


강남권의 폭등과 양극화
데이터:부동산114Reps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2022년 이후 다시 강남권의 상승으로 2025년 10월 현재 1.9배 수준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2년에는 전체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맞이하였는데 이때 소위 갈아타기 수요라고 하는 상급지로의 이전 수요 증가, 즉 강남 쏠림 현상이 확대되면서 강남권의 하락 폭이 작게 나타났고 강남권의 그 똘똘함이 입증된 듯이 이후 상승 그래프의 기울기도 매우 가파르게 나타나 다시 강남 대 비강남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승률 외에 절대가격으로 보면 더 실감할 수 있다. 2025년 10월 평당 가격은 서울 4,755만 원, 강남권은 강남, 서초 모두 8,900만 원을 넘어섰다. 평당 2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도 있다.

데이터:부동산114Reps

가격으로 볼 때 국민평형 84㎡인 30평형대 강남지역 가격은 한 채에 30억이 넘는 수준이다. 2015년 한 채에 10억 원에서 약 20억 원이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10억 원 올랐다. 이 수치도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하지만 같은 상승률로 오르더라도 강남권과 다른 지역 간의 오른 절대 금액은 차이는 매우 크다.


‘똘똘한 한 채’는 이제 그동안 덜 올라서 떨어질 염려가 적은 안전한 곳에 한 채를 선별해서 갖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많이, 그리고 계속 오르는 강남권의 집으로 인식되고 있다. 살 수만 있다면 같은 비율로 올라도 절대 상승 금액이 훨씬 큰 강남권으로 가려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처분한 상대적으로 ‘덜 똘똘한 한 채’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 변두리 지역의 ‘덜 똘똘한 한 채’는 2021~2022년에 걸쳐 많이 소진되었고 앞서 보았듯이 가격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른 후에는 무주택자에게도 더 이상 매력 있는 집이 아니었고 유주택자는 구매할 수가 없었으므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22년 이후 가격을 받쳐 줄 수요가 부족하여 강남권이 아닌 지역의 가격 상승은 여기까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 주택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물론 과거에서도 보듯이 다시 가격 격차가 고착화되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면 최근 덜 올랐던 지역의 집들이 다시 관심을 끌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요자는 무주택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는 다주택자 규제로 실수요 위주의 시장 재편을 기대했었으나 상급지에 대한 수요 증가, 무주택자의 패닉바잉 등의 현상과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 등의 외부요인이 가세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분위기는 주택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와 강남권 등 핵심 지역의 가격 폭등, 그리고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똘똘한 한 채'는 사전적 의미로 '단단하고 실한 집 한 채'다. '단단하다'는 안전하고 튼튼 있게 잘 지어진 아파트를 의미할 것이며 비유적으로 가치 측면에서 보면 안정적인 자산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하다'는 표현은 부동산 측면에 볼 때 주변 환경 및 여건, 아파트 단지 및 개별 시설의 실(實)함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다주택 규제 시 나온 용어의 유래에서 보듯이 여러 채의 주택 대신 한 채만 가지고도 투자 효과가 가장 큰 '한 채'의 의미로 변질됐던 것이다.


튼튼하고 쓸모 있게 잘 지어진, 가성비 좋은, 살기 좋은 집을 똘똘하다고 할 때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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