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 공구, 자재 운반

by 하얀 얼굴 학생

그의 공구 벨트에는 조쉬가 준 공구들이 가득하다. 조쉬는 공구가 많아서, 자신이 주로 쓰는 공구 이외의 여분을 그에게 주었다. 슬레이트 지붕 작업, 빗물받이 작업에 필요한 공구는 크게 3가지다.


망치 / 무선 드릴 / 금속 절단용 가위 / 빗물받이를 고정하는 공구


망치 : 주로 철거할 때 사용하며, 나사를 박을 때 및 빗물받이와 슬레이트 지붕 위치를 조정할 때도 쓴다.

무선 드릴 : 슬레이트 지붕, 빗물받이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한다.

금속 절단용 가위 : 가장 많이 쓰는 공구로, 슬레이트 지붕이나 빗물받이 철판을 자를 때 사용한다.

빗물받이 고정 공구 : 빗물받이 철판을 이리저리 잘라서 겹치게 만든 뒤, 고정하는 공구다.

망치와 무선 드릴은 이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공구다. 나머지 둘이 비교적 생소하다.


금속 절단용 가위는, 니퍼같이 생겼는데 금속을 자를 수 있는 가위다. 일반 니퍼보다 날이 훨씬 두꺼우며 공구 자체의 크기도 크다. 손아귀를 끝까지 쫙 펼쳐서 잡아야 할 정도로 손잡이가 벌어진다. 그는 이 가위로 금속을 자르면서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첫 번째, 금속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잘린다. 가위의 날은 크고 날카로운데, 슬레이트 지붕과 빗물받이의 철판은 얇다. 그야말로 종이 자르듯 철판을 자를 수 있는 가위다.

두 번째, 종이 자르듯 자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악력과 요령이 필요하다.

아무리 얇아도, 금속은 금속이다. 빗물받이 철판은 그나마 얇고 굴곡이 없지만, 슬레이트 지붕의 철판은 조금 더 두껍고 굴곡까지 있다. 쉽게 자르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가위로 돌을 자르는 듯이 턱 막히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는 결을 찾아서 자르거나,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잘라야 한다.


조쉬는 보디빌더 출신에 뽀빠이 같은 전완근을 가졌으므로, 금속을 정말 종이처럼 자른다. 조쉬가 금속 절단용 가위로 금속을 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쉬워 보인다. 하지만 막상 직접 해보면 차원이 다르다. 금속의 결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단단한 부위는 절단면에 각도를 주면서 잘라야 한다. 조쉬는 한 손으로 금속을 자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두 동강 나고 있는 강철판을 들어 올리면서 절단면에 각도가 생기게끔 한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따라하기는 어렵다. 자재가 움직이지 않게 발로 밟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는 절단용 가위를 힘주어 눌러가며 썰어야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잘려나가고 있는 강철판을 들어 올려야 한다. 팔은 물론, 다리와 코어 및 허리까지 뻐근해지는 작업이다. 슬레이트 지붕을 10~20cm 정도만 잘라도, 그의 전완근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면서 손아귀에 힘이 빠진다.



빗물받이 고정 공구도 특이하다. 조쉬는 얇은 빗물받이 철판을 이리저리 자르고 접어서, 네모 각지게 만든다. 이 네모 각진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게끔 고정해야 한다. 실리콘의 접합 능력만으로는 금속 판이 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겹쳐진 빗물받이 철판들에 구멍을 뚫은 뒤, 조그마한 나사 같은 것으로 고정해야 한다. 이때 쓰는 것이 빗물받이 고정 공구다.

빗물받이 고정 공구는 손잡이와 총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신이 짧은 총이라고 보면 된다. 이 공구에는 총알이 필요한데, 얇고 짧은 금속 막대다. 금속 막대의 길이는 길어봐야 수 cm, 두께는 연필심보다 얇다. 공구에 금속 막대를 넣은 뒤, 구멍 뚫린 곳에 대고 손잡이를 당긴다. 그러면 금속 막대가 구멍에 꼭 맞게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손잡이를 다시 당기면, 공구가 알아서 금속 막대를 잘라버린다. 강하게 당기면서 자르기 때문에, 금속 막대의 금속이 밀리면서 양 끝 부분이 동그랗게 말린다. 겹쳐져 있는 빗물받이 철판들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빗물받이 철판들을 고정하기 위해서는 이 총 같은 공구의 손잡이를 두 번 당겨야 한다. 당길 때마다 소리가 텅, 텅하고 나서 실제로 총 비슷한 느낌이 든다.


조그마한 금속 막대를 철판 사이 조그만 구멍으로 내보내고, 잘라내야 하니 이 공구 또한 손잡이가 억세다. 강한 악력기로 보면 된다. 가끔씩 손잡이가 너무 억세지면, 그는 두 손으로 간신히 잡아당기곤 한다. 조쉬는 뽀빠이 같은 전완근으로, 너무나도 쉽게 당겨버린다. 조쉬가 이 공구를 쓸 때는, 텀이 길지 않게 '텅, 텅' 소리가 난다. 그가 쓸 때는, 텀이 길게 '텅.... 텅' 소리가 난다.




공구도 공구지만, 자재를 운반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철판으로 이루어진 슬레이트 지붕과 빗물받이를 계속해서 지붕 위로 날라야 한다. 철판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운반이 힘들다. 자재가 너무 많은 날에는, 조쉬가 그 이외에도 자재 운반할 인원을 한 명 더 부른다. 그런 날은 3명이서 작업을 한다.


기다란 자재의 경우, 혼자서 옮길 수 없다. 그와 다른 한 명의 인원이 함께 옮긴다. 무게도 무게지만, 자재가 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조쉬는 2명이서 옮겨야 할 기다란 자재를 혼자서 옮긴다. 이는 조쉬가 힘이 센 것도 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자재의 무게중심을 잘 파악하고 유지하면서 옮기기 때문이다. 슬레이트 지붕과 빗물받이 철판은 얇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쏠릴 경우 자재가 꺾이면서 휘어버린다. 조쉬는 자재가 휘어서 자국이 나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다. 조쉬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 거의 화를 내지 않지만, 자재가 휠 때마다 조쉬의 인내심이 점점 한계로 치닫는 것이 눈에 보인다.


기다란 자재를, 지상 높이에서 지붕 위로 올려야 한다. 조쉬는 주로 지붕 위에 서서, 올라오는 자재를 낚아채서 내려놓는다. 그와 다른 한 명의 인원은 같이 금속 철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로, 멀리서부터 건물을 향해 달린다. 달려오다가 일정 지점이 되면, 앞의 인원은 달리는 것을 멈추고 팔을 최대한 뻗어 올려서 자재를 높게 높게 보내기 시작한다. 뒤의 인원은 계속해서 달리면서 자재를 이동시킨다. 자재가 지붕 위 조쉬의 손에 닿으면 성공이다.

그는 자신이 4m가 넘는 자재를 혼자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쉬가 그에게, 할 수 있다며 해보라고 한다. 조쉬에게 떠밀리다시피 하며, 그는 혼자서 긴 자재를 들어 옮기기 시작한다. 조쉬처럼 힘이 센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도 가능하다. 조쉬는 그럴 줄 알았다며, 기쁜 표정이다. 그는 갑자기 자존감이 수직 상승한다. 자신도 보디빌더인 조쉬만큼 힘이 센 것이라 생각한다.



육체노동을 하는 건설현장이다 보니, 놀이도 단순하다. 그와 조쉬, 자재를 운반하는 인원까지 3명은, 누가누가 더 슬레이트 지붕을 빨리 자르나 대결을 한다. 어차피 잘라서 써야 하는 자재를 자르면서 대결을 하는 것이다. 그와 다른 한 명이 한 팀을 먹고, 조쉬와 대결한다. 3m짜리 슬레이트 지붕재 두 개를 절반으로 잘라야 한다. 그와 다른 한 명은 각각 양 끝에서부터 자르기 시작하고, 조쉬 혼자서 나머지 하나를 자른다. 결과는 그와 다른 한 명의 완패다. 둘이서 절반도 자르지 못하고 악력이 부족해 나가떨어지는 동안, 조쉬는 혼자서 3m를 반으로 갈라버린다. 조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는 조쉬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고 전완근은 더욱 뽀빠이같이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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