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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May 01. 2022

7번째 기업, 8번째 면접

2 - 최종 임원 면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2개 층 정도 올라가 내린다. 실무진 면접을 함께 봤던 6명이 똑같이 임원 면접에 들어간다. 인사팀 직원은, 실무진 면접 때처럼 모두들 자리 옆에 선 뒤 면접 1이 차렷-경례를 하고 앉으라고 한다. 인사팀 직원이 커다란 나무 문 노크하고, 그를 포함한 면접자 6명이 안으로 들어선다.


 면접장은 대회의실로 보인다. 좌우로 긴 방이었고, 기다란 원목 테이블이 면접관과 면접자 사이를 가른다. 면접자들은 자신들의 자리 옆에 서서 면접자 1의 신호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때, 임원 면접관 한 명이 제재한다. 인사는 됐으니 그냥 앉으라는 것이다. 면접자들은, 쭈뼛쭈뼛 개별적으로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다.


 방금 전 2개 층 아래에서 실무진 면접을 볼 때, 면접자들 자리에는 의자만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임원 면접을 보는 장소에는, 커다란 원목 테이블이 면접자들이 앉는 자리 앞까지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 커다란 원목 테이블이 자신의 상반신 일부와 하반신을 가려주는 것에 대해 내심 안도한다.


 그는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로 면접을 보려 했으나, 임원 면접이니만큼 그의 몸이 다시 굳기 시작한다. 긴장으로 인해 그의 시야가 제한된다. 그는 면접관이 총 몇 명인지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다. 그의 긴장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면접관이 너무 많다. 면접자 인원 6명 이상의 수다. 아마 임원 면접관은 7명이었던 것 같다.




 7번째 기업, 경영 신입 면접 (2 - 최종 임원 면접, 건물 거의 최상층)


면접자 : 그를 포함해서 6명, 모두 남자

  특징 없이 평범한 면접자 1

  피부가 검고 여드름 자국이 있는, OOO카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면접자 2

  그

  목소리가 높고 카랑카랑하며, 수출 관련 경험이 있는 면접자 4

  특징 없이 평범한, 실무진 면접에서 질문을 별로 받지 못한 면접자 5

  특징 없이 평범한, 실무진 면접에서 질문을 별로 받지 못한 면접자 6


면접관 : 총 7명으로 모두 남자,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음

  인사팀 실무진인 듯한, 면접관 1

  재무팀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에 앞머리가 내려온 면접관 2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면접관 3

  임원 면접관들 중 정중앙에 위치, 면접을 준비하며 신문에서 본 듯한 면접관 4 (CEO)

  특징이 없어 기억나지 않는 면접관 5

  영화 곡성의 '악마' 같은, 머리가 벗겨지고 눈이 동그랗고 무서운 면접관 6

  특징이 없어 기억나지 않는 면접관 7


 면접 진행은 면접관 1이 주도한다.

  면접관 1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해주세요.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7번째 기업 경영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

  면접자 2 : 안녕하십니까! 경영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면접자 2입니다! 저는 'OOO카'의 경영기획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 안녕하십니까! 7번째 기업 경영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 입니다. 저는 두 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

  면접자 4 : (카랑카랑하고 높은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경영 직무에 지원한 면접자 4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면서 기계 부품을 수출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

  면접자 5 : 안녕하십니까, 7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5입니다. ...

  면접자 6 : 안녕하십니까, 7번째 기업 경영 직무에 지원한 면접자 6입니다. ...


 이미 실무진 면접에서 있는대로 긴장하고 있느라 힘이 빠진 후다. 면접자들은 1차 실무진 면접에서 썼던 자기소개를 대부분 그대로 써먹는다. 그 또한 마찬가지다. 방금 전에 있었던 1차 면접으로 인해, 오히려 자기소개가 기계처럼 더 줄줄 잘 외워지는 느낌이다.

 그는 목소리가 높고 너무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러운 면접자 4가, 실무진 면접 때처럼 제지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분위기를 살핀다. 임원들 몇몇이 면접자 4를 빤히 바라볼 뿐, 제지하는 이는 없다.



 임원 면접이라 더 긴장했지만, 임원 면접은 오히려 실무진 면접보다 더 간단하고 빠르게 끝난다. 면접관들은 각기 질문하고 싶은 면접자에게 개별 질문을 했으며, 직무 관련 질문은 거의 전무하다. 개별 질문이 진행되던 와중에, 영화 '곡성'의 악마를 닮은 듯 머리가 조금 벗겨지고 눈이 동그란 면접관이 갑작스레 공통 질문을 한다.


  면접관 4 :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수업 하나에 대해 말해주세요.

  면접자 1 : 네, 저는 ...

  면접자 2 : 네 저는 경영학원론 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

  그 : 네, 저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한 수업에 기억에 남습니다. 해당 수업은, 마르크스의 이론을 중심으로 노동가치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논하는 수업입니다. 공산주의는 실패한 사상이지만, 해당 이론이 주장한 노동가치설에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손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동경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없던 땅 위에 커다란 건축물을 세우는 건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지원하였습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에 관한 수업은, 이러한 저의 궁금증과 흥미를 채워주었던 수업이라 이렇게 답변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들은 수업과 7번째 회사가 영위하는 건설업을 어떻게든 연결시켜 답변을 한다. 그는 답변을 하면서 면접관 4를 다. 면접관 4는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것인지 이마에 주름을 잡은 상태로, 동그란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면접자 4 : 네, 저는 기계공학에 대한 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

  면접자 5 : 네, 저는 ...

  면접자 6 : 네, 저는 ...



 면접자들의 답변이 끝난다. 면접관 4는 불만족스러운 인상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이후 가운데 자리의 CEO와 면접관 4를 비롯한, 비교적 나이가 많은 면접관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러자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는 면접관들이 개별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개인정보가 간접적이지만 꽤나 많이 드러난다. 그는 해당 정보들을 통해 다른 면접자들에 대한 추리를 보완한다.


  면접관 2 : 음... 면접자 6님 질문할게요. 면접자 6께서는,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가장 어린 지원자하고는 9살 차이가 나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면접자 6 : 신입으로 지원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고, 회사 생활을 할 때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2 : 면접자 2께서도 나이가 좀 있으세요. 면접자 2와 면접자 6께서는, 신입으로 입사해서 신입 연봉을 받아도 괜찮은 건가요?

  면접자 2 : 네, 괜찮습니다.

  면접자 6 : 네, 괜찮습니다.

  면접관 2 : 알겠습니다.


 면접자 6은 1차 면접에서 거의 질문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면접자 6의 배경은 물론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임원 면접에 들어와서야, 그는 면접자 6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다. 그는 무엇보다도, 면접자 6의 나이가 가장 어린 지원자보다 9살이나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재빠르게 역산을 해본다.

 7번째 기업의 분위기상 군대 미필자를 뽑을 것 같진 않으니, 전부 군필이라는 전제 하에 계산한다. 재수와 휴학 없이, 군대도 시기를 딱 맞추어 갔다 온다 하더라도 졸업 시의 남자 나이는 최소 24살에서 25살이다. 그보다 9살이 많다고 하니, 면접자 6은 최소 33살 아니면 34살인 것이다. 면접관이 면접자 2까지 언급한 것으로 보아, 면접자 2의 나이도 서른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면접 자리이니만큼, 그의 생각은 이기적으로 흐른다. 그는 자신이, 면접자 2와 면접자 6보다 적어도 나이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에도, 몇몇 면접관들이 면접자들에게 개별 질문을 하지만 딱히 깊이 있는 질문은 아니다. 취미가 무엇이냐, 단체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 이력서의 특이한 경험은 무엇이냐 따위의 질문이다. 임원 면접이 오히려 실무진 면접보다 싱겁게 끝난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자, 인사팀 직원이 6명의 면접자들을 안내한다. 그와 면접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기실로 내려가 짐을 챙기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간다. 7번째 기업은, 특이하게도 면접자들에게 면접비를 주지 않는다. 당기순이익이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서일까? 당연히 이 점에 대해 인사팀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따지는 면접자는 없다. 면접자들은 그저 면접을 볼 기회를 주신 것만도 감사하다는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또한 하루 만에 1차 면접과 최종 면접을 동시에 보고 무사히 마쳤다는 해방감과 후련함으로, 기분 좋게 짐을 싸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면접자들이 1층에 내려 로비로 나가는 순간, 실무 면접관들이 밖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면접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면접관들에게 고개 숙이고 소리 높여 인사를 한다. 면접관들은 면접장에서의 무겁고 카리스마 있던 분위기와는 달리 허허 웃으며, 면접자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수고했다고 말한다. 아마도 계속된 면접으로 인해 앉아있다가, 잠시나마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이때, 한 면접관이 자신의 어깨를 다독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다니, 이건 합격했다는 무언의 암시가 아닐까? 그는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지만, 이런 때만큼은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다.


 면접을 시작한 시각은 점심시간이 막 지난 즈음이었는데, 두 차례의 면접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해가 황금빛으로 저무는 시간이다. 마침 7번째 기업의 입구에서는 지는 해가 잘 보인다. 그는 황금빛 해를 보며, 감상에 젖는다. 면접비도 주지 않고, 면접 질문도 썩 깊이가 있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쨌든 이렇게 회사 건물까지 찾아와 면접도 보고, 황금빛 해를 바라보니 기분이 좋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면접을 합격해서 7번째 기업에 다녔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그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그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7번째 기업 건물 앞을 약간 서성인다. 그런데, 서성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눈이 마주친 사람은, 그를 향해 다가오며 이리오라는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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