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기업(2), 41번째 면접

1 - 실무진 면접, 노조, 점심

by 하얀 얼굴 학생

그가 통과해온 풍경은 논밭이었지만, 6번째 기업이 위치한 곳은 논밭 한가운데는 아니다. 논밭 지역을 통과하면,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량이 얼핏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이 도로를 따라서, 6번째 기업을 비롯하여 여러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조금 널널한 공단 같은 느낌이다.


주차장 앞 경비실 같은 건물에서 출입증을 받고,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별 특색 없는 네모 건물, 물류 창고 같은 느낌이었는데 내부는 깔끔하다. 내부에서 밖으로 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일하다가 바깥 풍경 보는 맛이 있겠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가 도착하자, 인사팀 직원이 그를 맞이한다. 덩치가 있는 직원이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면접보러 오셨나요?

그 : 네.

인사팀 직원 :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 : 하얀 얼굴 입니다.

인사팀 직원 : 아, 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쪽에 앉아 기다리세요.


그는 인사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 입구의 로비 같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공간이 넓어 여기저기 앉을 곳이 많다. 물류 창고는 어쩔 수 없이 부지가 필요하니, 땅값이 싼 외곽 지역에 위치한 것이고 그 덕에 이런 휴게 공간도 넓고 쾌적한 것이리라. 인사팀 직원이 잠시 사라진 사이, 그는 휴게 공간을 빙 돌아본다. 6번째 기업 로고와 비전을 적어놓은 커다란 벽면, 면접자들을 위해 세팅한 듯한 생수병이 놓인 자리들, 주차장과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 6번째 기업이 받은 무슨무슨 상패들을 진열해놓은 벽면.



한번 둘러본 뒤, 그는 자리에 앉아 대기한다. 3명의 면접자가 더 도착한다. 그와 함께 면접을 볼 면접자들이다. 그런데,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외곽 지역, 물류 창고와 붙어있는 본사에서 일하는 것이니 그는 남자 면접자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1차 면접에서도 그의 경쟁자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혼자만 남성이다.

면접을 볼 인원들이 모두 도착했는지, 인사팀 직원이 안내를 시작한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면접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자 일동 : 네, 안녕하세요.

인사팀 직원 : 네 우선, 지금 드리는 종이를 작성해주시겠어요?

면접자 일동 : (작성한다. 성격 유형 테스트 같은 간단한 검사지다)

인사팀 직원 : 작성하시면서 편하게 들으세요. 오늘 일정입니다. 오전에 실무 면접 보시고, 점심을 드실 거예요. 식사하시고 잠시 쉬셨다가 직무적성 면접 보실 거예요. 직무적성 면접 때는 간단한 시험을 보실 수도 있어요. 그러고 나서 대표님이랑 최종 면접 보시는 일정입니다. 끝나는 시간은 아마 2시 정도일 거예요.

면접자 일동 : 네 알겠습니다.


그가 잡X레닛 면접 후기에서 읽었던 것과 동일한 일정이다. 6번째 기업이 풍기는 분위기는 비교적 편안하나, 면접 전형은 꽤 절차가 많다고 생각하는 그다.



인사팀 직원 : 네, 다들 작성하셨으면,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면접자분들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는 거여서요. 네. 이제 실무진 면접 진행하겠습니다. 짐은 여기 두시고, 저를 따라오세요.


인사팀 직원 뒤로, 면접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따라간다. 회의실 같은 방으로 들어간다.




6번째 기업, Business Development 신입, 실무진+노조 면접


면접자 : 총 4명 (남자 1 / 여자 3)

유럽 교환학생 다녀온 면접자 1

언론고시 준비, 인사 총무 경험해본 면접자 2

해외 학교를 졸업하고 해외 생활을 했다는 면접자 3


면접관 : 총 4명, 모두 남자

1차 화상 면접 때와 동일한 면접관 2명

검은 뿔테 안경, 상고머리, 눈과 코가 크고 인상이 강한 40대 초중반 면접관 1 (인사총무팀장)

온순해 보이는 인상, 포켓몬스터의 '메타몽'을 닮은 40대 중반 면접관 2 (부장으로 기억함)

남색인지 붉은색인지 노조 조끼를 입은 면접관 2명

하얀 피부, 덩치가 크고 인상이 좋은 30대 중후반 면접관 3

검은 피부, 눈매가 날카로운 30대 후반~40대 초반 면접관 4



그는 잡X레닛 후기를 통해, 6번째 기업 본사 면접 때 노조원들이 면접관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측과 노조의 사이가 화목하다고 어필하는 것이리라. 노조 조끼를 입은 면접관들은, 면접 중반까지 말이 없다가 후반이 되어서야 몇몇 질문을 한다. 그는 노조 면접관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통해, 해당 면접관들은 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직일 것이라 추측한다.

면접관들 뒤로 기다랗게 창이 뚫려 있는데, 높은 지대에 위치한 데다 시야를 가로막는 건물이 없어 경치가 시원하다. 초록색 나무가 빽빽한 산, 푸른 하늘, 햇빛이 좋다. 이따금 바람이 불며 나무들이 산들거린다. 그는 면접관들보다 바깥 풍경에 더 눈이 간다.



면접관 1 : 안녕하세요. 이렇게 면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자 일동 : 안녕하세요!

면접관 1 : 네, 먼저 저희 소개를 드릴게요. 저는 회사에서 인사총무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 옆에는, 여러분이 입사하신다면 함께 일하실 팀의 부장님이시고요.

면접관 2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관 1 : 네, 그 옆으로 저희 노조 위원 두 분이십니다.

면접관 3,4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관 1 : 저희 회사는 노조 위원들도 같이 면접에 참석하십니다. 네,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면접자 1부터 해주세요.


면접자 1 : 네, 안녕하세요, 면접자 1입니다. 저는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요. ...

면접자 2 : 안녕하세요, 면접자 2에요. 저의 강점은 소통입니다. 저는 인사총무 직무를 경험해보면서...

면접자 3 : 안녕하세요, 면접자 3입니다. 저는... ...

그 : 안녕하십니까! 6번째 기업 Business Development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저는 두 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워킹홀리데이 기간...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실천력과 친화력을 통해 6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를 제외한 지원자들은 여자다. 그는 자신을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하기 위해, 일부러 답변을 할 때 군대처럼 '다'나 '까'로 끝나게끔 한다.



면접관 1 : 네, 반갑습니다. 그... 하얀 얼굴 씨.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랑 구면이에요. 아셨나요?

그 : 1차 화상 면접 때 뵌 것 말씀이십니까?

면접관 1 : 아 그때도 그렇지만, 작년에 지원하셔서 면접을 한번 진행했었습니다.

그 :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 맞습니다!

면접관 1 : 이렇게 또 저희 회사를 잊지 않고 지원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 : 아 네, 감사합니다!


1년 전, 7번째 면접을 보았을 때다. 잉카 문명 느낌이 나는 망토를 입은 여자 면접관의 인상이 너무 강렬하여 다른 면접관들은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그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래도 아는 체를 한다.



면접관 1 : 네, 네 분께 공통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편안하게 답변해주세요.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 3가지와 단점 3가지씩 말씀해주세요.

면접자 1 : 네, 저는 교환학생 경험을 하면서, 적응을 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외국어로 소통하는... ...

면접자 2 : 네, 저는 우선 책임감이라고 말씀드릴게요. 인사 총무 일을 경험하면서... ...

면접자 3 : 저는 ... ...

그 : 네, 저의 장점은 열정, 열정을 바탕으로 한 강한 실행력, 그리고 실행한 결과를 정리하는 것을 장점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단점으로는, 무언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1 : 오늘 어떻게들 오셨나요?

면접자 1 : 아, 부모님께서 태워다 주셨어요.

면접자 2 : 차를 타고 왔어요.

면접자 3 : 저도, 부모님께서 태워다 주셨어요.

그 :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왔습니다.

면접관 1 : 대중교통으로 왔다고요? 얼마나 걸렸나요?

그 :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면접관 1 : 대중교통이 어디까지 오나요?

그 : 도보 5분 거리 떨어진 곳까지 옵니다.


면접관 1 : 오시면서 다들 아셨겠지만, 우리 회사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만약 입사하시게 되면, 어디에 거주하고 어떻게 출퇴근할 계획이신가요?

면접자 1 : 저는 근처 OO에 거주하고 있어요. 차를 이용해 출퇴근할 생각이에요.

면접자 2 : 저도 OO에 거주하고 있고, 차를 타고 출퇴근할 거예요.

면접자 3 : 저는 XX에 거주하고 있고, 차를 탈 거예요. 기숙사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 : 저는 초반에는 대중교통이나 차를 이용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자취를 하던, 기숙사를 들어가던 하겠습니다.

면접관 1 : (약간 당황하며) 네, 잘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 기숙사 같은 경우는, 현재 남자 직원들만 이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숙사에 자리가... 있나요? 제 기억으로는 자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얀 얼굴 씨 같은 경우는 바로 이용이 가능하실 거예요.

그 : 네, 감사합니다.


면접자들을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인지, 체계가 덜 잡혀 있는 것인지, 면접은 상당히 널널하다. 면접관 1 혼자서 면접을 진행하고 질문했으며, 직무 관련 질문은 없다. 그는, 면접이 조금씩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1년 전 지원하셨을 때는 오픽 성적이 AL이었는데 지금은 IH에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 아 네, 저의 영어 실력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본 이유는, 제가 추구하는 말하는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L을 받았을 때는, 워킹홀리데이에서 막 귀국하여 조금은 들떠있는 상태였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조금은 객관적이고 건조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말하기 방식이, 영어 말하기에도 영향을 미쳐 성적이 다르게 나온 것 같습니다.

면접관 1 : (말없이 무언가를 적는다)


면접관 1 : 면접자 1 씨,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하셨다고요?

면접자 1 : 네.

면접관 1 : 어땠나요?

면접자 1 : 너무 좋았어요. 유럽을 여행하기도 하면서... ...


면접관 1 : 면접자 2 씨, 언론고시 준비를 하셨다고요?

면접자 2 : 네.

면접관 1 : 그만두신 이유가 있나요?

면접자 2 : 공부를 하다 보니, 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때 교수님이 일을 해보라고 추천해주셨는데, 그때 인사총무 일을 했어요. 일을 해보면서, 저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물류에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1 : 면접자 3 씨, 해외 대학교를 졸업하신 거죠?

면접자 3 : 네.

면접관 1 : 그런데, 졸업을 빨리 하신 건가요?

면접자 3 : 네, 당시 !@##%$@!^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졸업을 1년 빠르게 했습니다.


그는 면접자 3의 답변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늘어지는 면접 가운데, 그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한 질문이 있다. 바로 인성 검사 결과 관련 질문이다.


면접관 1 : 네, 지금 제가 여러분이 기존에 실시하셨던 인성 검사 결과지를 갖고 있습니다. 결과 중에서 부정적인 피드백만 알려드릴테니, 들어보시고 찬반 여부, 반대하신다면 그 이유까지 말씀해주세요.

면접자 1 -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2 - 꼼꼼하지 못한 경향이 있으며,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끈기가 부족하다. 매사... ...

면접자 3 -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으며, 주위의 말에 쉽게 휘들리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

그 - 일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가 되어있지 않으며, 독단적인 성향이 있다.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다. 인간관계가 상호적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 ...


인성 검사의 부정적 피드백은, 상당히 세세하면서도 길다. 그는 설마했는데, 면접관 1은 부정적 피드백을 모조리 읽어버린다. 피드백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피드백의 어투가 상당히 직설적이다. 면접자들 대부분 부정적 피드백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자 1 : 어... 저는 반대에요. 저는... ...

면접자 2 : 반대에요. 저는... ...

면접자 3 : 어, 모두 틀린 것은 아닌데요. 그래도 반대에 가까워요. ...

그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라 얼떨떨하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독단적인 성향을 줄이고, 배려심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성 검사가 그를 나름 정확하게 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는, 인간관계가 상호적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면접이 후반전으로 향한다.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노조 면접관들이 드디어 입을 연다.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기억이 흐릿하다.


면접관 3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하. 저희도 이렇게 면접을 들어와서, 면접자분들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면접자 1 씨, 본인은...

면접자 1 : 저는... ...

면접관 3 : 면접자 2 씨, ... ...

면접자 2 : 저는 ...

면접관 3 : 면접자 3 씨, ... ...

면접자 3 : 네, 저는 ... ...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이력서에 아르바이트 경력이 많아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다가, 2년 전을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도 그렇고, 아르바이트는 해볼 만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해당 시점부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습니다.



두 명의 노조 면접관 중, 실세는 면접관 4인 듯하다. 면접관 3은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며 좋은 인상을 풍기지만, 면접관 4는 그 옆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면접자들을 보고 있다. 그는 지지 않고 면접관 4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면접관 4 : (갑작스럽게) 저도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해주세요.

면접관 1 : (면접관 4를 보며) 아니, 그 질문은... 그렇게 물어보면 누가 여기서 필요 없다고 하겠어요...

면접관 4 : 아니, 저는 그냥,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어서 물어보는 겁니다.

면접관 1 : 그... (제지하려다 그만둔다)

면접관 4 : (면접자 1을 본다)

면접자 1 : 네... 저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자 2 : 저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면접자 3 : 저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4 : (그를 본다)

그 : (면접관 4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는 반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명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기업들이 있고, 그런 기업들에서 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XX 기업의 강성 노조나 귀족 노조와 같이, 이익 수호를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노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노조의 설립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저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노조의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답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4 : (그를 계속 쳐다본다) 알겠습니다.


그가 면접관 4의 질문에 굳이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면접관 4의 질문이 무언가 사상검증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는 이러한 느낌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면접관 4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까지 추가해서 답변한다. 면접관 4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답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면접관 1 : 네, 그럼, 이상으로 실무진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오후에 면접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노조 면접관들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사총무팀장인 면접관 1은, 인사팀 직원에게 면접자들 점심 식사를 잘 안내해주라고 말하고는 면접관 2와 함께 나간다.



점심 시간

인사팀 직원의 인솔을 따라, 그와 면접자들은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건물 부지가 넓다. 인사팀 직원은, 미리 인솔 계획을 세워둔 듯하다. 구내식당 앞 벽에는, 6번째 기업 직원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듯한 필름 사진이다. 일하는 모습을 찍은 것도 있고, 무슨 단합 대회 사진도 있다. 그는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가면을 썼는데, 다른 면접자들은 꽤나 쾌활하다.


인사팀 직원 : 저희 직원분들이 다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거든요. 네, 여기 보시면, 저희 회사 임직원분들 사진이에요.

그를 제외한 면접자 일동 : 우와~

면접자 2 : 인사팀 직원님도 여기 계시네요.

인사팀 직원 : (쑥스러운 듯) 아, 네. 그게 접니다.

면접자 1/3 : 사진이 많네요~


면접자 2는 눈썰미가 좋은지, 그 짧은 새에 인사팀 직원의 사진까지 찾아냈다. 그는 면접자 2가 가리킨 사진을 보았지만, 사진 속 인물이 인사팀 직원임을 확신하는 데까지 5초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도 무언가 친근하게 말을 꺼내볼까 고민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한다.



구내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식판과 식기가 놓인 위치가, 식당 내에서 일하는 직원분과 가깝다. 면접자들이 식판과 식기를 집어드는 타이밍, 하얀 앞치마와 모자를 쓴 직원분이 말을 건다. 50대 아주머니인 듯하다. 면접용 정장을 입은 모습을 귀엽게 본 듯하다.

구내식당 직원 : 아유, 신입들이야?

그를 제외한 면접자 일동 : 면접 보러 왔어요~

구내식당 직원 : 면접 보러 왔다고? 맛있게 먹어요~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날 그가 먹은 점심 메뉴는 대강 아래와 같다.

검은색 콩이 들어간 밥

깍두기

제육볶음

감자채 볶음

검은콩 조림

육개장

등등



구내 식당은 아주 넓지는 않은 편이며, 5명이 한꺼번에 앉을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두 무리로 찢어져서 앉는다. 인사팀 직원과 면접자 1/2가 함께 앉고, 그는 면접자 3과 마주 보고 따로 앉는다. 마주 보는 것도 부담스럽고, 인사팀 직원과 떨어지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다. 면접자 1/2는 인사팀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식사를 한다. 그와 면접자 3은 아무 말 없이 식사한다.


반찬 중 빨간 것이 몇몇 있다. 혹여나 흰 와이셔츠에 튀지는 않을까, 그는 신경을 써가면서 식사를 한다. 이날 그가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육개장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번 더 받아서 먹고 싶었으나, 면접을 보러 온 입장이니 평범하게 행동하기로 결정하는 그다.


식사를 하면서, 그는 구내식당에 있는 다른 직원들을 훔쳐본다. 그의 눈에 보인 직원의 대부분은, 짙은 남색의 우주복(상/하의가 분리되지 않은 옷)같은 근무복을 입고 있다. 물류 창고 현장에서 지게차 등을 모는 기술직 직원들이리라. 그는 이전에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런 복장을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직원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우주복을 온전히 착용하고 식사를 하는 이, 우주복 지퍼를 약간 내린 이, 지퍼를 반쯤 내리고 상의만 벗어 뒤에 매달고 식사를 하는 이 등 지퍼를 내린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그가 기술자를 볼 때마다 느꼈던 분위기,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하며 겉으로는 잠잠해 보이나 그 속에 감춰진 특유의 거친 느낌이 묻어난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기술직을 동경하듯 바라본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면접자들과 인사팀 직원은 휴게실 겸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매끈한 대리석 상판 테이블, 의자는 칵테일바 의자처럼 엉덩이만 살짝 감싸고 앉았을 때 발이 허공에 뜬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에게 음료를 권한다. 얼마 전 새로 구비한 커피 머신이 있다며,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는 탄산음료를 고른다. 매끈한 대리석 상판에 기대앉으며, 그는 이 테이블도 29번째 기업이 제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면접자들은, 인사팀 직원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본다. 인사팀 직원도 여러 이야기들을 해준다.


면접자 2 : 회사 분위기가 어떤가요?

인사팀 직원 : 저희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수직적인 게 없어요. 정말 다들 친절하시고, 성격이 좋으세요.

면접자 1 : 혹시, 신입 연봉이 어떻게 되나요?

인사팀 직원 : 아 연봉이, 채용 공고에도 적혀 있지 않았나요? 저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3 : 출퇴근은 어떻게 하세요?

인사팀 직원 : 아, 저는 집이 이 근처라서, 차 타고 출근해요.

면접자 1/2 : 와 저희도 거기예요.

인사팀 직원 : 아 그러시구나. 저는 원래는 다른 곳에 살았는데, 직장 다니면서 이쪽으로 이사했어요.

면접자 3 : 여기 직원분들은 다들 차 타고 출근하시는 거예요?

인사팀 직원 : 네 아무래도 그렇죠. 기숙사에서 지내시는 분들은, 차 있는 직원이랑 카풀해서 출퇴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이 부분이 살짝 귀에 거슬린다)


그를 제외한 면접자 일동의 질문이 사그라들고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할 즈음, 그도 조심스레 인사팀 직원에게 몇 가지 질문한다.


그 : 저, 직원님. 여기가 첫 직장이신가요?

인사팀 직원 : 네, 저요? 저는 사실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이쪽으로 이직해서 왔어요.

그 : 이직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인사팀 직원 : 한 1년? 정도 됐어요.

그 : 6번째 기업 직원분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시는 경우가 있나요?

인사팀 직원 : 음... 있기는 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가 위치도 위치이고, 분위기도 좋다 보니까 그렇게 이직을 많이 하지는 않으세요. 한 번 다니시면 쭉 다니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그 : 아 네, 감사합니다.



점심 이후 대기

점심 식사와 커피 타임이 끝나고,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에게 여행용 칫솔치약 세트를 나눠준다. 6번째 기업은 출입할 때 출입증을 찍어야 하는데, 화장실은 해당 출입구 바깥에 있다. 인사팀 직원은, 출입용 카드키를 하나 준다. 면접자 2가 키를 받는다.


다른 면접자들은 여성, 그는 남성이다. 키를 면접자 2가 갖고 있으니, 그는 단독으로 행동할 수 없다. 양치를 하고 나와도, 출입증이 없으니 면접자 2를 기다려야 한다. 혹시나 면접자 2가 먼저 찍고 들어가버리면 어쩌나. 그는, 양치를 조금 빠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양치하러 화장실로 향하는 다른 면접자들의 뒤를 따라가려는 때, 사라졌던 인사팀 직원이 그를 부른다. 어디를 달려갔다 온 모양이다. 인사팀 직원은 그에게 카드키를 건넨다.


인사팀 직원 : 혼자 남자이신데, 왔다갔다 하시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요.

그 : 감사합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그다. 양치를 굳이 빠르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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