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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째 기업, 46번째 면접

2 - 실무진, PT, 전공, 영어 면접

by 하얀 얼굴 학생

임원 면접이 끝나고 약 10분 정도 뒤, 노트북 화면에 PT 문제가 뜬다. 30분간 문제를 풀고, 곧바로 이어질 실무진 면접 때 답안을 발표해야 한다. 그가 기억하는 PT 문제는 이렇다.



다음의 상황과 조건을 읽고, 제시된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기본 상황)

본인은 수천억 규모의 해외 화공플랜트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담당자다.

본사, A사, B사, C사 4곳이 출자하여 조인트벤처 설립. 지분율 (자사>A>B>C 순)

공사를 수행하는 데는 운영비가 필요.

A사가 자금난으로 인해 곧 다가오는 운영비 납부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 통보한 상황


추가 조건)

A사는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회사

A사는 다른 사업 부진으로 인해 자금이 부족한 상황, 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예정

이번 운영비 이후에는 추가 운영비 납부는 없을 것.


선택지)

1. A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회사가 운영비 납부

장 : 당장 필요한 운영비 마련

단 : A사 신뢰가 떨어질 수 있음, 다른 회사들의 운영비 납부 거부 가능

2. 조인트벤처가 가진 매출채권을 팩토링하여 운영비 충당

장 : 운영비 마련 가능

단 : 팩토링에는 약간의 수수료가 붙음

3. A사를 압박하여 운영비를 납부하게 강제

장 : 운영비 마련, 신뢰 확보

단 : A사와 관계가 틀어질 수 있음



그가 그동안 만났던 PT 문제들과 비교해도, 문제가 꽤 복잡하다. 게다가 금융 관련 용어가 많다. 그는 매출채권 '팩토링'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 문맥상, 금융기관이 매출채권을 끌어가고 돈을 준다는 것 같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완공하고 수금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회사들 간의 신뢰가 깨질 수 있는 선택지들을 배제하고, 용어가 조금 불확실하긴 하지만 매출채권 팩토링이라는 2번 선택지를 고른다.


매출채권 팩토링 : 금융기관들이 기업으로부터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


나중에 검색해보니, 그가 어렴풋이 짐작한 뜻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36번째 기업, 사업원가관리 직무 (실무진 면접, PT 포함)


면접자 : 그 혼자, 사옥에서 노트북으로 화상 참여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짧은 옆머리, 윗머리만 길고 노란빛에 파마를 했으며, 덩치가 큰 30대 후반 면접관 1

중앙, 면접관 1 때문에 작아 보이나 보통 체격, 구릿빛 피부, 눈매가 날카로운 30대 중후반 면접관 2

우측, 하얀 피부에 뿔테 안경, 인사팀으로 보이는 30대 중후반 면접관 3



면접관 3은 면접 진행을 맡았고, 대부분의 질문은 면접관 2가 한다. 그는 단박에, 중앙에 앉은 면접관 2가 이 면접관 중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2는 직무 중심의 전공 질문을 많이 한다.



면접관 일동 : 안녕하십니까.

그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3 : 하얀 얼굴 지원자 맞으시죠? 반갑습니다. 네 우선, PT 발표 부탁드립니다.


그 : 네! 안녕하십니까! 36번째 기업 수천억 규모의 화공플랜트 프로젝트를 맡은 하.얀.얼.굴. 입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역할극을 한다)

현재 해외에서 수천억 규모의 화공플랜트 설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사를 포함 A, B, C사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 진행을 위해 운영비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A사로부터 자금 여건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주어진 3가지 선택지 중, 2번의 매출채권 팩토링 안을 제안드립니다.


제가 가장 우선시한 사항은, 프로젝트의 완료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프로젝트가 중간에 무산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들 간의 신뢰가 깨져 이탈하는 상황은 최대한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2번 매출채권 팩토링의 경우, 약간의 수수료가 들긴 하나 협력사들 간의 신뢰를 깨뜨리거나 이탈할 만한 소지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2번 선택지를 제안드립니다.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말씀드리겠습니다. 1번 안, A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이 운영비를 더 납부하는 경우는 B/C사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다른 두 회사가 반대할 경우 운영비를 충당할 수도 없고, 최악의 경우 두 회사가 이탈할 수도 있어 1안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3번 안, A사를 압박하여 운영비를 내게끔 하는 안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해당 프로젝트는 워낙 금액이 큰 건이므로 반드시 완공을 해야 하는 건입니다. A사는 프로젝트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회사입니다. 그러므로, 완공을 위해서는 A사의 이탈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A사는 현재 다른 사업부 실적 악화로 인해,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이며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조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A사를 압박해봤자 운영비를 충당하긴커녕 A사의 반발만 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A사를 압박해서 운영비를 내게 하는 것보다는, 본인 몫의 수수료만 부담하라고 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면, 1안의 경우는 다른 회사들에게 A사의 비용을 떠안게 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고, 3안의 경우는 A사의 상황으로 보아 운영비를 내기 힘들며 압박 시 이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약간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2안을 선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2 : (잠시 침묵, 표정이 없다) ... 하얀 얼굴 씨, 2안을 선택하셨군요.

그 : 네, 맞습니다.

면접관 1 : 팩토링을 하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른 회사들을 설득할 건가요?

그 : 이후 추가로 운영비 납부가 없을 것이며, 운영비를 납부하는 것보다는 매출채권 팩토링의 수수료가 훨씬 더 낮다는 것으로 설득을 하겠습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조인트벤처가 무엇인지 아나요.

그 : (잘 모른다) 아...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사업체로 알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공동출자, 공동영업, 공동회사에 대해 아나요?

그 : 죄송합니다. 정확히 숙지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면접관 2가 계속해서 질문한다. 대부분 전공 관련 질문이었으며, 전공 관련 질문이 아닌 경우에는 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그 : 신뢰하는 사람 말씀이십니까. 저는... ...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 친구 혹은 조던 피터슨이었을 것이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대가가 있는 도움과 대가가 없는 도움이 같다고 생각합니까,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그 : (의도를 모르겠으나 일단 대답한다) 음... 도움이라는 결과 자체는 같습니다만, 의도 측면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정말 순수한 도움과,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도움에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 그래서, 의도 측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재개발과 재건축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그 : (개념이 조금 헷갈리는 상태다) 재건축은 건물을 재건축한다는 의미로, 재개발은 건물은 물론 도로와 상권 등 더 넓은 범주를 새롭게 개발하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본인이 한 선택 중 가장 후회하는 선택이 무엇입니까.

그 : 가장 후회하는 선택 말씀이십니까. 음... (답변 당시에도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답변은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무역거래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까?

그 : 네, 물류 수업 시간에 배웠습니다.

면접관 2 : 인코텀즈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그 : (아는 내용이다) 네, 인코텀즈란 수출입 거래 시의 무역 조건에 대해 정해놓은 규칙을 말합니다. 수출자와 수입자의 책임 경계를 명시한 것으로, 10가지가 넘는 형태를 취합니다. EXW, FCA, FOB, FAS, DAT, DAP, CIF, CPT 등이 있습니다. FAS는 Free Alongside Ship의 약자로, 배의 측면에 물품을 인도하면 수출자의 책임이 완료되는 계약입니다. FOB는 Free on Board, 배에 물품을 선적하면 수출자의 책임이 완료되는 계약입니다. CIF는 Cost Insurance and Freight으로, 수출자가 운임과 보험료까지 부담하는 계약입니다. 10가지가 넘는 형태가 있지만, 통상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FOB와 CIF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는 면접관 2가 자신의 대답에 감탄할 줄 알았지만, 면접관 2는 아무 반응이 없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학창 시절 가장 관심 있게 들었던 수업 3가지를 말해보세요.

그 : 네, 저는 기술 경영, 회계학원론, 그리고... ...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연결회계와 지분법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그 : (고급회계를 수강하긴 했지만 개념이 미약하다) 아 네. 연결회계의 경우, 말 그대로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더하는 행위입니다. 다만, 지배-종속 관계로 묶여있을 경우, 내부 거래 등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두 기업의 재무제표 금액들을 더하고, 이후 겹치는 부분을 상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같은 계정의 감가상각을 이 회사는 정액법으로 하고 저 회사는 정률법으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결회계를 하며 해당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지분법의 경우는, 종속 회사의 이익을 지배 회사의 이익으로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지배 회사가 종속 회사 주식을 100%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종속 회사의 이익이 전부 지배 회사의 이익으로 간주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따라, 종속회사의 이익 중 지배지분과 비지배지분을 나누어 인식하는 방법을 지분법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알고 미약한 지식을 최대한 포장해서 말한다. 혹시라도 면접관 2가 꼬리 질문을 하면 어쩌나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면접관 2는 그냥 넘어간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기업이 현금흐름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와 그 필요성에 대해 말해보세요.

그 : 네, 현금흐름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는, 회계기준 상의 매출과 실제 현금흐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흑자가 나고 있더라도, 현금흐름이 부실한 경우 흑자 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외부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긴 하지만, 그러한 정보는 투자자들을 위한 정보일 뿐, 실제와는 약간의 괴리가 있습니다. 회계 기준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금흐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현금흐름표를 따로 작성하여 게시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가 알고 있는 건설사 매출 인식을 답변에 녹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면접관 2 : (반응이 없다. 면접관 3을 바라보는 듯하다)



면접관 3 : 네, 지금까지는 저희가 직무 관련 면접을 진행했고. 지금부터는 따로 인성 관련하여 확인할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몇몇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그 : 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졸업은 언제 하신 건가요?

그 : 졸업은 작년... ...

면접관 3 :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는 얼마나 다녀오신 건가요?

그 : 딱 1년 다녀왔습니다.

면접관 3 :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는... ...

...


면접관 3 : 네, 그럼,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하시고 면접 마치겠습니다.

그 : 네, 전염병 시기에 이렇게 면접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36번째 기업 면접을 준비하며, 제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디 합격하여, 36번째 기업이 그리는 미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3 :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임원 면접은 만족스럽게 보았지만, 실무진 면접은 약간 망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예상보다 직무 관련 질문이 너무 많았으며, 그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방어와 임시적인 대응에 급급한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한 번은 아예 대답을 못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려 하나, 곧바로 영어 말하기 면접이 진행된다.



영어 말하기 면접, 약 10분


면접자 : 그 혼자

면접관 : 외모는 한국인으로 보이며, 턱에 수염이 조금 있는 남자 면접관 1


인사

자기소개

기분이 어떻냐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요약해서 말해달라 (최근 벨기에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 사업에 지원금을 주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 결과적으로, 해외로 나갔던 벨기에 청년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면접관 : 한국 정부가 청년들에제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냐

그 : 노력하는 것은 보이나, 실용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학교에서도 창업 관련 지원이 있긴 했다.

면접관 : 창업해볼 생각이 있느냐

그 : 솔직히, 꿈이긴 하다. 하지만 아는 것이 없으니, 기업이 돌아가는 것을 배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 (웃으며) Ok, Great.




길고 긴 면접이 끝났다. 도착했을 때는 오전 이른 시간이었는데, 면접이 끝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계속 긴장한 상태였으므로,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약간 진이 빠진다. 피곤하지만 후련한 마음으로, 그는 짐을 챙겨 면접실 밖으로 나간다. 인사팀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


인사팀 직원 : 면접 잘 보셨나요?

그 : 잘 모르겠네요.

인사팀 직원 : (웃으며) 잘 보셨을 거예요. 여기 서명하시고, 면접비 수령하시면 됩니다.


서명하며 확인해보니, 면접비가 5만 원이다. 역시 대기업 건설사구나 생각하는 그다.


인사팀 직원 : 네, 면접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 : 저기, 혹시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인사팀 직원 : 네 당연하죠.

그 : 이번 채용 인원이 몇이나 되나요?

인사팀 직원 : 저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최대한 많이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그 : 합격 발표는 언제쯤 알려주시나요?

인사팀 직원 : 저희가 다음주에도 계속 면접을 진행해서요. 빠르게 알려드리긴 할 텐데, 확실한 일정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그 :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전 내내 있었던 면접 기억들이 스친다. 임원 면접은 나름 괜찮았고, 실무진 면접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영어 말하기는 언제나 그렇듯 무난했다. 결국 평균을 내면, 그다지 못하지도 특출나지도 않은 무난한 면접을 본 셈이다. 결과가 어떨 것이리라 예상하기 힘들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만일 36번째 기업에 합격한다면 그는 ㅂ에게 나름 은혜를 입은 것이 된다. ㅂ이 그에게 해준 말들 중 도움되는 것이 없진 않았으며, 그래서인지 임원 면접에서 그는 기업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까지 들었다. 물론 그냥 물어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자신이 너무 답변을 잘한 탓에 면접관이 물어본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면접에 붙게 된다면, 그는 어쩔 수 없이 ㅂ에게 한 턱 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예의상일 뿐이며, 그는 ㅂ과의 만남 이후 건설업계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다. 그가 보았던 ㅂ의 모습이, 건설업 종사자의 전형적인 표본은 아닐까. 그가 ㅂ에게 연락을 했던 이유는, 어릴 적 좋은 추억이 있는 동창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ㅂ이, 모종의 이유로 인해 많이 변했다. 그 이유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아닐까. 건설업에 종사함으로써, 아니었던 사람도 그렇게 물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는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춘다. 취업준비생 신세를 탈출하는 것이 먼저다. 36번째 기업 정도면 감지덕지할 수준이다. 복잡한 것들은 잊고, 우선은 합격하길 바라는 그다.



면접비 봉투를 다시 보니, 뭐라뭐라 적혀 있다.

... 미래를 위한 도전으로 매일매일 앞만 보며 달리느라 지쳤을 당신, 오늘만큼은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 갖길 바랍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그는 면접비 봉투의 말대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다시 여유가 사라질 예정이다. 면접 안내 메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36번째 기업 면접 바로 다음날, 그에게는 면접이 또 있다. 37번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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