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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Dec 26. 2023

28 - 전염병 검사비 전표 (2)

프로세스 변화, 증빙 제작

 전염병 검사비 전표 관련해서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둘 있다. 프로세스 변화, 그리고 증빙 제작이다.



1. 프로세스 변화

 여느 때처럼 전표 더미를 들고 안전팀을 찾아간 그, 그를 보며 안전팀 대리가 말한다.


  안전팀 대리 : 아니, 전표가 또 이렇게 많아요?

  그 : 네, 전달받은 증빙들로 전표 작성했습니다.

  안전팀 대리 : 아직도 검사를 이렇게 많이 받는다고...? 다른 사업부는 이 정도는 아닌데.. IT가 인원이 많아서 그런가?

  그 : 그... 그런 거 같습니다.

  안전팀 대리 : 이거 전표를 너무 많이 갖다주셔서, 저희도 이거 처리할 때 하나하나 다 도장 찍고 싸인하거든요. (결재본을 보여주며) 이거 보이시죠. 이거 도장 찍고, 제가 싸인하고 나서 (안전)팀장님께서 일일이 다 싸인해주셔야 해요. 저도 (안전)팀장님도 일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닌데.

  그 : 아, 네...

  안전팀 대리 : (안전)팀장님께서 얘기하셨는데, 앞으로는 굳이 전표 이렇게 출력해오지 말고 전자 결재로 올리세요.

  그 : (이해를 못하여) 네?

  안전팀 대리 : 지금은 시스템에서 담당 팀장까지만 결재받고 출력하잖아요. 출력하지 말고, 결재선에 아예 저랑 (안전)팀장님을 추가해 주세요. 이거 언제 다 싸인하고 있어요.

  그 : 알겠습니다!

  안전팀 대리 : 출력은 안 해도 되니까, 시스템에 전표 상신할 때 지금 증빙들 다 스캔해서 첨부해 주세요.

  그 : 알겠습니다!


 스캔을 해서 첨부해라. 전표 하나당 증빙은 평균 3개, 이를 일일이 스캔해서 첨부하는 것은 꽤나 번거롭다. 하지만, 종이 뭉터기를 들고 안전팀과 재무팀을 왔다갔다 하는 과정이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더 이득이다. 그렇다. 더 이득인 줄 알았는데, 문제는 재무팀에서 터진다.


  재무팀 대리 : 저희가 필요한 건 전표랑 증빙 실물이에요. 안전팀 쪽 프로세스는 안전팀대로 가고, 저희 측에는 원래처럼 전표 뒤에 증빙 첨부해서 제출하세요.

  그 : (??!!) 네.



 정리하자면, 쓸데없이 일만 늘었다.

  기존 : 전표 상신, 결재, 출력, 증빙 첨부 -> 안전팀 제출, 승인 -> 재무팀 제출

  변경 : 전표 상신(증빙 스캔 필), 결재, 출력, 증빙 첨부 -> 재무팀 제출


 안전팀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대신, 증빙을 모두 스캔하여 첨부해야 한다. 마지막 결재 부서인 재무팀이 실물을 요구하니, 출력 및 실물 전달은 어차피 해야 한다. 기존과 변경 프로세스, 무엇이 더 명관인가. 옛말대로 차라리 구관이 명관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2. 반려 사유 다양화 (증빙 제작)

 안전팀과 대면할 일이 사라져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대면의 인간미가 사라진 탓인지, 안전팀의 대리는 증빙을 더욱 빡빡하게 검토하기 시작한다. 검사는 한 번인데 영수증이 왜 두 개냐, 검사를 받은 이름이 직원 이름과 다른데 가족 관계 증명이 필요하다, 본사 정규직이 아닌 인원이니 근로계약서를 첨부해라, 자가키트인데 왜 면봉 박스 사진이 없느냐 등 가지각색이다. 


 중간에서 증빙을 전달받아 전표를 작성하는 그로서는 그저 답답한 노릇이다. 안전팀 대리는,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따름이다. 회사 돈이 엉뚱한 곳으로 청구되는 것은 아닌지, 증빙은 제대로인지 검토하는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중간에서 증빙을 전달받아 전표를 처리하는 그다. 당연히도 안전팀 대리는 모든 질문을 그에게 하며, 그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또한 사업부 직원들은 공지에도 불구하고 증빙을 생략한 상태로 제출하곤 했다. 어느 선까지는 봐주었으나, 안전팀 대리도 한계에 다다른다.


2-1) 면봉 박스 사진 증빙 누락

  안전팀 대리 : 얼굴 씨 안녕하세요. 

  그 : 안녕하십니까!

  안전팀 대리 : 전염병 전표 중에 면봉 검사 말인데요. 면봉 박스 사진이 없네요?

  그 : (이전까지는 없어도 승인해주었으니) ??!! 아... 아 네!

  안전팀 대리 : 예전에 저희가 드린 가이드라인에 면봉 박스 사진도 증빙에 포함되어 있어요. 박스 사진 없는 것들은 반려하겠습니다.

  그 : 아... 네...

  안전팀 대리 : (신입사원인 그의 처지를 이해한 듯) ... 저희 안전팀에서는 메뉴얼을 게시했기 때문에, 증빙이 없는 전표는 반려할 수밖에 없어요. 뭐... 물론 면봉 박스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해당 면봉 박스가 정말로 이 영수증의 면봉 박스인지 저희가 일일이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증빙이라도 있어야, 처리를 해줄 수 있어요.

  그 : (이 정도는 알아듣는다) 아, 알겠습니다!



 안전팀 대리와의 통화 이후, 그는 사업부에 단체 공지를 한다. 면봉 검사의 경우 해당 박스를, 안되면 안의 내용물이라도 꼭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 공지를 지키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으며, 이후에도 박스 사진 증빙은 생략된 채로 계속해서 쌓인다.


 그는 공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안전팀 대리가 슬쩍 흘린 힌트대로 증빙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말이 제작이지, 사실상 조작이다. 신입사원인 그는, 이때까지는 아직 사업부 직원들에 대한 원인모를 애정이 남아있었나 보다. 그는 면봉 박스의 내용물을 꺼내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 의자에 올려놓기도 하고, 저 의자에 올려놓기도 하고, 의자 쿠션 색상을 바꿔가며 나름 치밀하게 찍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지만, 맡은 일이니 그냥 한다. 


 이후 안전팀 대리가, 증빙이 너무 똑같은 거 아니냐며 한 번 반려를 놓긴 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별 말이 없었다. 안전팀 대리는 그에게 좋은 사람이다.




2-2) 의사 진료 후 전염병 검사

  그 : 안녕하세요 대리님,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시스템에 달아주신 의견 관련해서 문의드리려고요.

  안전팀 대리 : 네 안녕하세요. 반려 건 말씀이시죠? 스캔해주신 영수증 보니까 조금 이상해서요. 저희 회사에서는 검사비만 청구가 가능한데, 진료비 계산서를 보면 검사비 말고 '진료비'에도 금액이 기재되어 있어요. 그래서 해당 금액은 빼고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 : 아... 확인해보겠습니다.

  안전팀 대리 : 네~


  그 : 해당 직원님 안녕하세요. 전달주신 진료비계산서에 '진료비'에도 금액이 책정되어 있어서요, 혹시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해당 직원 :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

  그 : ...

  해당 직원 : 아 이거 그때, 여기가 대학병원인데 검사받으려면 의사 선생님 진료를 봐야 된다고 그랬어요.

  그 : 아, 감사합니다.


  그 : 해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봤다고 합니다.

  안전팀 대리 : 아니, 다른 병원은 그냥 해주는데 여기는 왜 그렇게 해요? 대학 병원이라 그런가? 검사비 청구만 가능해요~

  그 : 네...


  해당 직원 : 어떻게 됐나요?

  그 : 검사비만 청구가 된다고 하시는데... 혹시 왜 진료를 봐야 하셨던 건가요?

  해당 직원 : 아니 그때 그게....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잠시만요...

  그 : ...

  해당 직원 : 아!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는 거라, 그냥은 안된다고 했어요.


  그 : 해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봤다고 합니다.

  안전팀 대리 : 음... 회사 측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한 거니까... 그래요 이건, 승인하도록 할게요.

  그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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