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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Feb 11. 2024

38 - 면접 안내

 어느 날, 인사팀 직원이 사업지원팀에 찾아온다.


  인사팀 직원 : V 차장님, 안녕하세요.

  V 차장 : 아, 네.

  인사팀 직원 : 아 네, 채용 관련해서 요청드릴 게 있어서요.

  V 차장 : 네~?

  인사팀 직원 : 지금 IT 채용 시즌인데, 지금 저희 인사팀 인원이 적어서요. 면접 안내 관련해서 사업지원팀에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V 차장 : 인사팀에 사람이 없어요?

  인사팀 직원 : 아, 전염병이랑 소송 때문에 두 명이 빠지시다보니...

  V 차장 : 어떤 걸 해줘야 되는거지. 면접 대기실 세팅하고, 안내만 해주면 되나요?

  인사팀 직원 : 네 맞습니다. 면접자들 연락은 저희가 다 할테니, 내부에서 안내만 해주시면 돼요. 면접 대기실도 사업지원팀 가까운 쪽으로 잡으시면...

  V 차장 : 몇시부터 몇시까지 해야 하죠?

  인사팀 직원 : 어... 내일 면접이 계속 있어서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안내를 해주셔야 합니다...

  V 차장 : 얼굴아

  그 : (귀만 쫑긋하고 있었다) 네!

  V 차장 : 내일 바쁘니.

  그 : (바쁠 리가 없다) 아닙니다!

  V 차장 : 저도 보긴 할텐데 지금 좀 바빠서. 얼굴 사원이 진행해도 되죠?

  인사팀 직원 : 네.



 인사팀 직원에게 약간의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그는 이튿날 면접자 안내를 수행한다. 딱히 어려울 것은 없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면접자를 대기실로 안내, 이름표를 배부하고 대기한다.
  - 대기실 책상에는 항상 생수를 대여섯 개 구비해 놓고, 면접자들이 가져가서 비는 수만큼 채워놓는다.
  - 가장 민감한 부분은 아무래도 돈(면접비)인데, 이도 간단하다. 면접이 끝나고 돌아온 면접자의 이름을 확인한 뒤, 명단 옆에 서명하도록 하고 봉투를 전달하면 된다.


 면접자들은 서너 명 단위로 30분마다 면접을 본다. 덩달아 그도 바빠진다. 엘리베이터 앞에 계속 대기하면서, 이름을 확인하고 대기실로 안내한다. 면접자인지 직원인지 판별하는 것은 매우 쉽다. 말 그대로, 보면 안다. 면접자는 눈빛, 행동거지,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면접자다. 잔뜩 긴장한 듯 동그랗게 뜬 토끼눈,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삐걱거리는 몸가짐과 걸음, 낯선 환경에 압도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가 바로 면접자다.


 면접을 50번 넘게 봤던 그는, 면접자들이 느끼는 그 감정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소고기 공장 앞에서, 부디 빈자리가 나서 자신을 불러주길 바라며 대기했던 시절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호명되길 기다리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일자리를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모습은 똑같았다. 지금 그가 안내하는 면접자들도 비슷하다. 다만 한국의 특성 탓인지, 처음 자대 배치받은 이등병처럼 얼어있는 느낌이 더 섞여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 안녕하세요, 면접자 1 씨?

  - 아 네, 안녕하세요!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 네!

  - 네, 여기 짐 풀어두시고, 화장실은 들어오신 방향 반대편입니다. 면접은 2시 30분이시네요. 시간되면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 화장실이 어디라고 하셨죠?

  - 들어오신 방향 반대편, 저쪽 끝입니다.

  - 감사합니다!


  - 면접자 1 씨.

  - 네!

  - 면접자 2 씨

  - 네!

  - 면접자 3 씨

  - 네!

  - 면접자 4 씨

  - 네!

  - 네, 네 분 지금 면접장으로 이동하실게요.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 네!


  - 면접 잘 보셨나요?

  - 후... 잘 모르겠어요

  - 너무 긴장이 되서...

  - 준비해온 것 반도 못했어요...

  - 잘 보셨을 겁니다. 이름표는 빼서 반납해 주시고요.

  - 네! (이름표를 뺀다)

  - 면접비 드리겠습니다. 면접자 1 씨? 여기 서명해 주시고, 네. 면접자 2 씨? 서명해 주시고, 네. 면접자 3 씨?... ...

  -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귀가하시면 됩니다.

  - 감사합니다!



 얼마 전까지 취준생이었던 그가 면접 안내를 한다. 면접 안내를 하며, 그는 자랑스럽고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오묘하다. 50번이 넘는 면접을 보며, 그는 자신을 안내해주는 저 직원이 너무나도 부럽다고 생각했었다. 저 직원과 같은 위치만 될 수 있다면. 합격만 할 수 있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그 자신도 멋진 커리어를 쌓고 멋진 직장인으로써, 면접을 보러 오는 후임 면접자들에게 동경을 받을만한 그런 사람이 되어있지 않겠는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자신을 보았을 때, 그는 동경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취업에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인 자신이 그토록 염원했던 그 모습의 실체가, 그의 상상과 과연 얼마나 부합하는가. 눈앞의 취업준비생들과 그는 무엇이 다른가. 취업준비생이었던 그와 지금의 자신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다른 걸까.


 그가 인사팀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가 인사팀 소속이었다면, 채용과 면접 자체를 주관하고 계획하고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었다면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인사팀 직원과 이야기를 해봐도, 이 직원이 이번 채용에 대해 어떠한 주도성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의 감상과는 별개로, 채용과 면접은 계속된다. 오히려 더욱 세차게 진행된다. IT에서는 금년도에 이상하리만치 채용이 많다고 했으며, 인사팀에서도 유독 금년도에 일이 많다고 했다. 덕분에 그는 이후에도 몇 차례, 자신이 꿈꾸었던 면접 안내를 원 없이 할 기회를 얻는다. IT의 얼굴로써,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면접자들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그 일을 말이다. 


 면접자들이 그를 보며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를 일이다. 새파란 신입사원이 멋도 모르고 회사에 취해있다고 보았을지, 너무 멋져 보여 자신도 어서 저런 회사원이 되어 면접 안내를 해보고 싶다고 여겼을지. 

 면접 안내인에 대한 그의 인식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모를 일이다. 면접 안내인들은 숨길 수 없는 내공과 커리어가 뿜어져 나오는 직장인인지, 자신처럼 그저 업무만 떠맡은 안내자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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