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햇볕을 맞으며 시작하는 하루.
발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옷은 땀에 젖어 축축하고 공기는 후덥지근하다. 이상한 기분에 눈을 떠보니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내 발을 조준하고 있었다. 급히 발을 빼고는 햇볕이 비치는 곳에 손을 대 보았다. 뜨끈하니 생각보다 강한 온도가 느껴졌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창문에 커튼을 쳤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잘 생각이었다. 커튼을 치니 방이 예상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놀라웠다. 겨우 천 쪼가리가 빛을 이렇게 잘 가리다니. 커튼에 남은 햇빛의 흔적이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거실에 나가있는 엄마를 불렀다. 우리 집 커튼이 이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잔뜩 들떠서 문을 열고 나가 자랑을 했다.
"거기 창문 좀 활짝 열어"
엄마는 내 생각보다 냉정했다. 다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잠은 좀 깼지만,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었다. 시원한 바람이 발을 스친다. 이불을 껴안고 눈을 감는다. 나는 다시 잠들 준비를 마쳤다. 주말 아침 여유를 만끽하려던 찰나 엄마가 뒤따라 방에 들어왔다.
"일어나. 지금 너만 자고 있어"
창문은 활짝 열렸고, 그 사이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도저히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좀 씻으면 정신이 차려질 듯했다.
거실로 나오니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금 밥을 먹어야 돼. 왜냐하면 새로 지은 밥이거든!"
엄마의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차돌된장찌개를 마주했다. 밥 한 술 떠 입에 넣었다. 갓 지은 밥의 고소한 향기가 입 안 가득 맴돌았다. 이번엔 밥을 된장찌개에 말아 한 술 떠먹었다. 차돌과 된장찌개가 만나 적당히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내가 한 게 더 맛있다."
엄마는 밀키트 된장찌개에 적잖이 실망한 듯하다. 찌푸린 미간이 엄마가 느끼는 찌개의 맛을 설명해 준다.
"아빠 친구 있잖아. 신발을 명품으로 신더라"
시작됐다. 다른 집 지갑 사정이야기. 어른이 되면 남의 집 사정이 궁금해지는 건지. 그 집과 우리 집을 비교하며 한탄한다. 우리 집은 그 집과 소득 수준이 다르다. 거주지 또한 다르다. 비교가 될 수 없는데 굳이 비교하는 심리를 난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저번에도 비싼 거 입고 왔잖아. 브랜드만 입는다니까?"
"그러게. 저번에 같이 옷 사러 갔는데 10만 원 하는 옷을 덥석 사더라"
그래도 같이 맞장구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저 엄마와 나의 관심사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밥을 먹으니 이제 좀 깨어있다는 게 느껴진다. 하루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일단은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봤다.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밀린 걱정거리들을 마주해야 한다. 며칠 밀린 답장부터 내일 모임준비, 나아가 금전 문제까지 불안의 파도로 나를 몰아넣는다. 가끔은 내가 물 밑에 가라앉아있다고 느낀다. 그래도 지금은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할 시간이다.
오늘은 여유롭고 나른한 일요일이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작성했던 글이다. 다소 우울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때는 그렇게 우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나는 또 우울해질것이고 또 괜찮아질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어리기 때문이고, 청춘이기 때문이다. 방황하고 불안하고 우울하지만 그래서 찬란하게 빛나는 이십 대를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