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위의 라떼, 아빠의 여유
※'유모차'와 '유아차'의 용어 차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그 차이를 존중하며 상황에 맞게 선택된 표현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와 양해 부탁드립니다.
왼손은 라떼, 오른손은 유모차
"라떼 한 잔, 유모차는 내 손에"
스웨덴의 라떼파파, 즉 'Latte pappa'는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아빠상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여기서 '라떼'는 물론 커피의 '라떼'이다. 스웨덴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즐기며 여유를 찾는 모습에서 나온 스웨덴에서 유래된 말이다. '라떼'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마치 멋진 남자가 카페에서 여유롭게 라떼를 마시는 것처럼, 육아에도 '여유로움'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라떼파파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말하는데, 그 참여 방식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점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커피를 손에 들고, 오후에는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가서 즐겁게 놀고, 또 집에서는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요리도 하면서 육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라떼파파는 단순히 육아에 참여하는 걸 넘어서 가사, 아이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동등하게 책임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여유와 자기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덕분에 스웨덴에서는 가정 내 성평등이 꽤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래서 라떼파파는 '이 시대의 육아 철학'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스웨덴 사회에서 '라떼파파'라는 단어가 단순히 아빠들이 육아를 잘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사회적 기준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스웨덴에서는 새로운 아빠의 모델을 만드는 문화적인 현상이 되었다. 가정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결국 스웨덴의 라떼파파는 육아도 잘하고, 스타일로 놓치지 않는, 일종의 "라떼향 나는 육아 히어로"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서로의 눈빛 속에서,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찾는 여정이자,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적인 순간들이다.
"육아휴가와 아빠의 변화"
스웨덴의 라떼파파들은 과연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을까? 그 답은 사실 조금 다르다. 스웨덴에서는 자녀를 둔 아빠들이 최소 90일의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때 육아휴가 중인 아빠를 가리키는 스웨덴어로 '파팔레디히(pappaledig)'로 불린다. 'pappa'는 아빠, 'ledig'는 쉬는 혹은 휴가 중이라는 뜻으로, 두 단어가 합쳐져 말 그대로 '근무 중이 아닌 아빠', 또는 '육아휴가 중인 아빠'를 의미한다. 단어 자체에 일과 가정사의 균형을 추구하는 스웨덴식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하지만 이 휴가는 단순히 몇 달간의 긴 휴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빠는 육아휴가를 일주일에 하루 이틀 쉬거나, 몇 시간 일찍 퇴근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쓸 수 있다. 이는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집주인 Arman(아르만) 씨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집으로 돌아와 유모차를 끌며 2시간씩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고 있다. 이 시간은 아이와의 소중한 교감을 나누는 시간과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도 챙기며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Arman 씨처럼 이러한 일상은 스웨덴의 라떼파파들이 육아와 운동, 개인적인 시간 등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스웨덴의 '남녀 공동 육아 문화'는 육아의 부담을 성별 관계없이 나누고, 부모 모두가 균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맡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낮의 마트, 장 보는 아빠들"
평일 오후 2시.
스웨덴의 동네 마트에 가면 은근히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정장 차림도 아니고, 등산복도 아닌 그저 편안한 후디와 청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장바구니를 끌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라면 "어? 평일에 남자가 왜 마트에?"싶겠지만, 여기선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한 손에는 쇼핑카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끈 채로 채소 코너 앞에서 양배추의 신선도를 진지하게 살피고, 분유 코너 앞에서는 아내와 영상 통화를 하며 어떤 브랜드를 살 지 비교 분석한다. 이쯤 되면 육아도, 장보기도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아직 '아빠의 평일 낮'을 흔하게 보지 못해서일지 모른다. 육아에 참여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의 루틴일 뿐이다. 카트 위엔 사과 한 봉지, 바구니엔 기저귀 한 팩, 그리고 조용히 잠든 아기의 숨소리. 스웨덴의 평일 낮, 마트 한 켠에는 그렇게 작지만 단단한 아빠의 하루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