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돗물에서 술까지! 독특한 음용 문화

물은 투명하고, 술은 비밀스럽다.

by 문지아

Cover Photo by 문지아


수돗물을 마신다는 것

"수돗물, 그걸 어떻게 마셔?"

스웨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낯설면서도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는 대신 수돗물을 가득 담아 단숨에 들이켜는 모습이다. 아무렇지 않게 부엌 싱크대에서 수돗물을 따라 마시는 모습은 마치 자연의 일부를 입 안에 담는 것처럼 보였다.

ⓒ shutterstock

'정말 마셔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의심스러워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 보았다. 맑고, 차갑고, 깨끗했다. 수돗물 특유의 냄새도 전혀 없었다. 물맛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새삼 놀라웠다. 스웨덴은 여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수돗물 속 석회질의 함량이 거의 없어 음용에 적합하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물 주세요'라고 하면 생수가 아닌 수돗물(Tap water)을 내어준다. 스웨덴의 수돗물은 단순히 '마실 수 있는 물' 그 이상이다. 마치 미세먼지나 매연을 걱정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여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 맑은 물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깨끗한 자연이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의심하지 않는다. 그 신뢰는 어쩌면 이 사회가 자연을 얼마나 아끼고, 존중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힌트 같다. 매일 아침, 수돗물을 한 잔 마실 때마다 이 맑은 나라가 고맙다. 덕분에 이 단순한 습관 속에 담긴 스웨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샤워하면서 물을 마신다고?"

물론 처음엔 당황스럽고,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스웨덴이라 해도, 샤워하는 도중에 물을 마신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은 술을 진탕 마신 다음 날, 샤워를 하던 중에 시작되었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아득한데, 목이 말라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샤워기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입에 대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자연스럽게 마시는 걸 상상이나 해 봤겠나! 처음에는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목 마르면 그냥 마시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하니까 마셔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일일이 생수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이 생활에 스며든 가장 실용적인 장점 중 하나였다. 물 한 모금 속에 담긴 이 소소한 자유로움이, 내게는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술을 마시는 법


"불금의 미션: 시스템볼라겟을 향하여"

수돗물을 믿고 마시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는 나라, 스웨덴. 맑고 깨끗한 물처럼, 술에 대해서도 나름의 신중함과 신뢰를 가지고 살아 간다. 겉보기엔 가볍고 투명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절제가 은근히 스며 있다.


우리에게는 금요일만 되면 찾아오는 의식이 있다.

'한 주의 끝은, 한 병의 시작'

주말을 위한 '포션'을 사러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으로 향한다. 스웨덴에서 술을 사려면, 조금은 특별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직 이 '시스템볼라겟' 이라는 국가가 운영하는 주류 판매점에서만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코올 도수 3.5%를 초과하는 술은 모두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 물론 마트에서도 술을 팔긴 한다. 하지만 알코올 프리부터 도수 3.5% 이하까지. 그마저도 마치 음료처럼 조용히 진열돼 있을 뿐이다. 가볍게 마시는 용도로 팔리기 때문에 와인, 보드카 등은 절대 마트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도수 높은 술을 원한다면 시스템볼라겟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고, 영업시간은 더더욱 친절하지 않다. 평일 오후 7시면 문을 닫고,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일요일은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 게다가 구매 시 신분증 확인이 철저히 이루어지며, 20세 이상만 구매 가능하다. 외모만으로 나이를 짐작하지 않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썼다면 벗어달라고 하고, 머리숱이 드문 중장년에게도 예외 없이 신분증을 요구한다.


심지어 스웨덴 식당에서는 도수 3.5% 이상의 술을 판매하려면, 알콜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식사에 술 한 잔 곁들이는 반주를 즐기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이 라이센스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 식당에서는 낮은 도수의 음료만 취급하고, 3.5% 이상의 술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음주 규제가 매우 철저하다. 때론 그 엄격함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 있는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목적은 단 하나 "공공 건강 보호와 과음 예방"


그래서 과연, 스웨덴 정부가 내세우는 그 목표에 도달했을까? 스웨덴에서 직접 살아보면, 의도한 대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운영 시간과 날짜를 맞춰야만 술을 살 수 있으니, 매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술을 사들고 간다. 물론 본래 취지는 '과음 예방'이지만, 오히려 집에 쌓아둔 술이 많아져 더 많이 마시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게다가 스웨덴에는 또 하나의 규제가 있다. 바로 '야외 음주 금지'. 공공장소 음주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은 인적 드문 공원 벤치나 숲 한 켠에서 몰래 술을 마시곤 한다. 이 얼마나 묘한 상황인가. 절제된 규율 속에서 술은, 때로는 긴장감과 은밀한 일탈을 동시에 머금는다. 결국 '과음 예방'을 위한 목표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술을 사게 만들고, 몰래 마시게 만드는 욕망과 반발심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 음주 문화의 두 얼굴이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정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술을 향한 열정과 갈망이 숨 쉬고 있다. 이곳에서는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지만, 그 자유는 언제나 자기 조절과 책임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그 위태로운 균형 속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조용히 한 잔의 위안을 찾는다. 어쩌면 이곳에서 술이란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금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04화#3. 장 보는 남자! 육아하는 라떼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