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하루 한 조각, 스웨덴 디저트의 비밀

사계절 달콤한 여행, 디저트 이야기

by 문지아

Cover Photo by 문지아


달콤한 퀘스트! 디저트 기념일


"사계절의 맛, 스웨덴 디저트로 떠나는 소풍"

스웨덴 사람들은 사계절이 주는 변화를 특별한 디저트로 소중히 기념한다. 새해의 설렘을 담은 케이크부터 봄을 부르는 부드러운 빵, 한여름의 싱그러운 베리, 그리고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는 시나몬 향기까지. 작은 디저트 한 조각마다 계절의 숨결과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녹아 있다. 지금부터 스웨덴 사계절을 따라 한 장씩 넘기는 맛있는 디저트 달력을 소개한다.



✦ 1월, 새해의 시작과 함께

Nyårsdagen(뉘오르스다겐) - 1월 1일

새해의 시작엔 반짝이는 샴페인 무스, 젤리, 케이크 등 달콤한 기운으로 한 해의 문을 연다. 그리고 스웨덴의 특별한 날에 빠지지 않는 전통 케이크, 프린세스 케이크(Prinsesstårta). 생크림과 마지팬이 어우러진 그 부드러움 속에는 새해의 소원이 숨어 있다. 테이블 위엔 마지팬으로 만든 귀여운 피겨나 초콜릿 장식도 살포시 분위기를 더한다.



✦ 2월, 사랑과 크림 사이

Alla hjärtans dag(알라 예르탄스 다그) - 2월 14일

초콜릿과 달콤한 디저트들이 사랑의 언어가 되는 날이다. 이날이면 꽃집과 초콜릿 가게에 사랑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달콤함으로 마음을 전하는 두근두근한 하루, 초콜릿은 사랑의 언어가 된다.


Semmeldagen(셈멜다겐) - 2월 28일

"Fat Tuesday", 부활절 단식을 앞두고 마음껏 먹는 날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이기도 하다. 17세기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부드러운 번 사이 생크림과 마지팬을 채운 '셈라(Semla)'를 즐긴다. 이맘때 카페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셈라 라떼'가 부드러운 달콤함으로 인기를 끈다.



✦ 3월, 봄이 오는 소리

Våffeldagen(보펠다겐) - 3월 25일

스웨덴의 3월은 바삭한 와플 향으로 시작된다. 와플데이에는 노릇하게 구운 와플 위에 생크림과 딸기잼을 수북이 올려, 다가오는 봄을 달콤하게 맞이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와플을 나누며 따뜻한 햇살과 웃음 속에서 봄의 기운을 나누는 소중한 날이다.



✦ 4월, 꽃 피는 부활절

Påsk(포스크) - 4월 20일/2025년 기준

Happy Easter! Glad Påsk! 알록달록 달걀 초콜릿과 함께 봄 햇살처럼 따스한 긴 휴식을 즐긴다. 아이들은 토끼 모양 초콜릿을, 어른들은 포스트무스트(Påskmust)와 셈라(Semla)로 여유를 만끽한다.

Påskmust = 부활절(Påsk) + 발효 전 맥아 음료(Must)


Valborg(발보리) - 4월 30일

봄의 문턱, 발보리(Valborg) 또는 발푸르기스의 밤(Valpurgis Night)은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축제다. 4월의 쌀쌀한 저녁, 오후 7시 50분 불꽃이 점화되고 모닥불이 타오르며 서늘한 공기를 따스하게 녹인다. 특별한 음식은 없지만 캔디, 팝콘, 핫도그 같은 간식들이 축제의 따스한 시작을 함께한다.



✦ 5월,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

Kristi himmelsfärdsdag(크리스티 힘멜스페르즈다그) - 5월 29일

푸르름이 무르익는 5월, 예수 승천일(부활절 후 40일째 되는 날)에는 가족이 함께 자연으로 향한다. 하늘로 올라가는 날을 기념해 오리나 닭 같은 가금류 요리를 즐기며 식사 후에는 딸기와 생크림, 커스터드가 어우러진 프린세스 케이크로 입가에 미소를 더한다. 초여름 햇살 아래, 디저트와 신앙의 기운이 따스히 감돈다.



✦ 6월, 딸기향 가득한 여름

Nationaldagen(나툐날다겐) - 6월 6일
스웨덴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스웨덴 국기를 든 퍼레이드가 거리를 가득 채운다.

딸기 케이크와 블루베리 파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하게 여름의 문을 연다.


Midsommar(미드솜마르) - 6월 21일
해가 가장 긴 날, 머리에 꽃을 이고 춤추며 여름을 축복하는 날이다. 노르망디데이(Midsommardagen)라고도 불리며, 블루베리 파이와 딸기 생크림의 상큼한 조합이 6월의 대표 디저트로 사랑받는다.



✦ 10월, 달콤 살벌한 핼러윈

Halloween(핼러윈) - 10월 31일

"Bus eller godis!" 호박 파이, 호박 케이크, 해골 모양 쿠키로 채워지는 스웨덴의 핼러윈은 이제 디저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집 앞에는 반짝이는 호박등(Pumpalykta)과 다양한 호박 장식(Pumpor)이 줄지어 놓이고, 학교에서는 캔디백 (godispåse)을 나누어 아이들의 깜찍한 분장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Alla helgons dag(알라 헬곤스 다그) - 10월 말 ~ 11월 초

스웨덴에는 고인을 기리는 '모든 성인의 날'을 맞는다. 이 날은 사랑하는 이들을 추모하는 날로, 무덤에 초를 밝히며 조용히 추억을 되새기는 따뜻한 명절이다. 이날엔 특별한 전통 음식은 없지만 사과 크럼블 파이(äppelpaj), 카넬불레(Kanelbulle),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따뜻한 디저트가 잔잔한 위로가 된다.



✦ 11월, 깊어가는 가을의 맛

Julstök(율스퇴크) - 11월 중순 ~ 12월 초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 'Julstök'이라 불리는 '크리스마스 준비의 시간'이다. 가족이 함께 집을 꾸미고, 샤프란이 들어간 노란 빵 루세카터(Lussekatter), 따뜻한 글뢰그(Glögg) 그리고 페퍼카카(Pepparkakor)가 테이블 위에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Tacksägelsedagen(탁세겔세다겐) - 10월 12일/2025년 기준

스웨덴의 '감사절'은 매년 10월 둘째 일요일에 기념된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나누는 이 날에는 사과 파이의 달콤함과 호박 디저트의 포근함 속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는 하루가 된다.



✦ 12월, 따스한 불빛과 크리스마스

Luciadagen(루시아다겐) - 12월 13일
루시아의 날엔 샤프란 향 가득한 루세카터(Lussekatter)를 먹으며 어둠 속에서도 밝고 따뜻한 겨울을 기원한다. 부드러운 빵 한 조각에 담긴 소망이 겨울밤을 환하게 밝혀준다.


Jul(율) - 12월 25일
"God Jul!" 크리스마스 인사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향긋한 페퍼카카(Pepparkakaor)와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인 율무스트(Julmust), 달콤한 프린세스 케이크를 즐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 샴페인 젤리로 새해의 희망을 조용히 담아내기도 한다.




피카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


"Ska vi fika?"

한국어의 "커피 한잔 할래?"와 비슷한 뉘앙스이다. 스웨덴사람들의 일상에서 피카(Fika)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좋아하는 사람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일상의 의식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언제나, 커피 한 잔과 함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달콤한 디저트가 함께한다.


초콜릿볼(Chokladboll / Delicato ball)

귀여운 동그란 초콜릿볼은 피카 타임의 단골손님이다. 귀리와 버터, 설탕, 코코아를 섞어 만든 뒤 겉면을 코코넛으로 감싼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간식이다. 초콜릿볼 전문 브랜드 'Delicato'의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


담수가레 (Dammsugare / Punschrulle)

‘청소기’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진 이 디저트는 마지팬으로 감싸고 양 끝을 초콜릿으로 덮은 녹색 롤 형태의 케이크다. 내부에는 스펀지케이크와 럼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진 '펀슈(Punsch)'가 들어 있다.


마루보 초콜릿(Marabou)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민 초콜릿 브랜드다. 피카 타임뿐만 아니라 일상 속 언제든 함께하는 디저트 친구. 특히 밀크 초콜릿은 누구나 좋아하는 스테디셀러이다.


클라드카카(Kladdkaka)

진한 초콜릿이 가득한 끈적한 촉촉한 케이크로, 커피와 찰떡궁합이다.


코코스토스카 (Kokostosca)

고소한 코코넛과 바삭한 토피를 얹은 케이크로,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오븐에 살짝 구워진 윗면의 크런치한 식감이 포인트이다.


사실 말하자면, 코코스토스카는 나의 절대 편애다. 처음 이 디저트를 만났을 때의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코코넛의 고소함과 브라우니의 부드러움에 '이건.. 너무 반칙이잖아'싶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과 함께라면, 말 그대로 완벽한 조합. 하지만 아쉽게도, 코코스토스카를 스웨덴의 어느 카페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한 디저트에 비해선 조금 소박하고 조용히 존재감을 뽐내는 타입이랄까. 그만큼 소중하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맛이다. 나만 알고 싶은, 그러나 자랑하고 싶은 그런 맛이다.



스웨덴 젤리 국민템!

"또 젤리 고를 시간이야."

스웨덴 마트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코너가 있다. 장바구니가 무겁든, 시간이 늦었든 상관없다. 우리는 늘 마지막엔 젤리 코너 앞에서 멈춘다. 누구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우리에게 젤리는 달콤한 하루의 마무리 루틴이다. 이 젤리들을 Lösgodis(로스고디스)라고 부른다. 마트 안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젤리 코너에서 먹고 싶은 만큼 골라 담고, 무게를 달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고른 알록달록한 젤리들 속에는 스웨덴 사람들의 취향이 가득 담겨 있다. 지금부터 그 대표적인 젤리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Gott & Blandat (고트 오 블란닷)

이름의 뜻은 '맛있는 것들과 섞은 것들' 의미 그대로 다양한 과일 맛과 감초 맛 젤리가 혼합된 믹스 젤리이다. 달콤함과 짭짤함이 조화를 이루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젤리 믹스다.


Saltlakrits (솔트라크리스)

스웨덴인들이 열광하는 짭짤한 감초맛 젤리로, 외국인에게 특히 도전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검은색에 동그란 모양, 별로 달콤해 보이지 않는 외형부터 수상한 젤리다. 생소한 짠맛에 놀라 젤리 앞에서 심각하게 경계심을 가졌을 정도이며, 그날 이후 우리는 '벌칙 젤리'로 쓰기 시작했다.


Bilar (비라르)

말캉말캉하고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 자동차 모양 젤리다.


Sura S-märken (수라 에스 메르켄)

알파벳 S 모양의 시큼한 사워 젤리다. 딱 한 입 베어 물면 톡 쏘는 상큼한 맛이 특징이며 레몬, 콜라, 라즈베리 맛 등 다양하다.


Fizzypop (피지팝)

분홍색과 파란색의 병 모양 또는 물고기 모양의 탄산맛 젤리다. 버블껌 맛과 톡톡 튀는 상큼함이 매력 포인트다.


Gummybjörnar (구미뵈르나르)

곰돌이 모양의 과일 맛 젤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클래식한 젤리다.


Sura Nappar (수라 나파르)

도넛 모양의 시큼한 젤리로, 신맛의 코팅이 입혀져 있다. 수박 맛 등 다양한 과일 맛이 있으며 색감이 예쁘다.


이 외에도 내 손이 자주 가는 최애 젤리들이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스웨덴 'Birthday Cake Fudge' 캐러멜은 부드러운 바닐라 맛 퍼지에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이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 앞니로 야금야금 아껴먹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건 퐁신퐁신한 식감의 눈알 젤리! 보기에는 살짝 무섭지만, 말랑하고 쫀득한 식감에 마음이 녹아버린다. 장난감처럼 귀엽고 재미있어서 먹기 전에 꼭 한 번 손으로 눌러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애정하는 이빨 젤리. 기묘한 생김새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입 안에 퍼지는 딸기향에 어느새 또 하나를 집게 된다. 맛은 마치 춥파춥스 딸기맛을 젤리로 옮겨놓은 듯 익숙하고 달콤하다.



마무리 한 스푼

사계절이 또박또박 자취를 남기는 나라, 스웨덴.

그 속에서 사람들은 계절마다 다른 디저트를 꺼내어 축제를 열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 곁에 조용히 단맛을 얹어 하루를 정리한다. 특별한 날에는 케이크를 나누고, 평범한 오후엔 젤리 하나로 미소를 나눈다.


스웨덴 사람들은 '기념일'이라는 단어를 달콤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채워간다. 그 모든 것이 스웨덴의 일상이고,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감동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사소한 달콤함에 마음이 몽글해지는 걸 보면, 나는 아마 평생 젤리나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작은 이야기 한 조각이 당신의 하루에 잔잔한 단맛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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