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 3강: '심리안전' 교실로 전환하려면

by 김용석

심리 안전 교실로 전환하려면

“한 교실 안에 같은 책상, 같은 교재, 같은 수업이 펼쳐져도 어떤 수업은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어떤 수업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얼음장 분위기가 감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 안전 교실은 단순히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이 ‘틀려도 괜찮다’, ‘내 목소리가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배움의 터전이다. 그런데 이 토대를 만드는 결정적 열쇠는 교실의 주인인 ‘교수자’에게 있다. 교수자는 어떤 마음과 태도를 지닐 때 이런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또, 그 안전한 공간은 어떻게 하나하나 빚어져 가는 걸까? 이제, 그 여정을 함께 살펴보겠다.”


교육자의 세계관 — 교실과 학습에 대한 기본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종속 관계의 시각이고, 또 하나는 횡적 관계의 시각이다. 종속 관계의 시각에서 세상은 위와 아래, 상위와 하위로 나뉜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는 모두 계단식 구조의 한 칸씩에 자리한다. 이 관점에서 자식은 부모 ‘아래’에 속하고, 부모는 자식 ‘위’에 위치한다. 관계의 방향성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권위와 결정권은 윗자리에 집중된다. 이 구조에서는 존중이 ‘위 사람’에게만 향하기 쉽고, 아래에 있는 이들은 지시를 받는 존재로 머물게 된다.


반면, 횡적 관계의 시각은 세상을 전혀 다르게 그려낸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존재가 같은 높이의 선 위에 서 있다. 부모와 자식도, 스승과 제자도, 나이와 직위의 차이를 넘어 존재 자체로서의 동등함을 인정한다. 부모는 더 오래 살아온 경험자로서 지혜를 나누지만, 자식 또한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반자가 된다. 여기서 존중은 ‘위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주어진다.


이 두 관점의 차이는 삶의 방식과 관계 맺음의 태도를 결정한다. 종속 관계의 시각에서는 위계가 질서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위계는 때로 창의성과 소통을 막고, 위에 있는 사람에게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소외감과 위축을 안긴다. 반대로 횡적 관계의 시각은 평등한 존엄을 토대로 한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은 다르지만, 가치는 동일하다는 믿음이 있다. 이는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대화와 상호 배움을 가능하게 한다.


부모와 자식이 횡적으로 만나면, 부모는 자식의 말을 단순히 ‘어린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고, 한 인간의 의견으로 받아들인다. 자식은 부모의 권위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경험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길을 찾는다. 이런 관계에서 신뢰와 배움은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흐른다.


결국,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언어, 행동, 관계, 그리고 사회의 모습까지 달라진다. 종속의 사다리 위에 설 것인지, 평등의 평면 위에 설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횡적 관계의 시각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억누르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은 특히 교육 현장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세계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종속적 세계관을 가진 교실은 권위와 통제에 기반한 공간이 되기 쉽다. 교사는 지식의 유일한 전달자로 기능하고, 학생은 그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된다. 이 구조에서는 학생의 질문이나 비판적 사고가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교사의 가르침에 대한 순응이 좋은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창의적인 시도를 하기를 꺼리게 된다. 이런 교실에서는 지식은 전달될지언정,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자가 가져야 할 세계관은 바로 횡적 관계의 시각이다. 교사와 학생이 지위의 상하 관계가 아니라, 배움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교사는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안내자이지만, 학생 또한 그들만의 시각과 잠재력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임을 존중해야 한다. 이러한 세계관의 전환은 교실을 '심리적 안전 교실'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다. 심리적 안전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교실에 심리적 안전을 구축하기 위해 교육자는 자신의 세계관을 종속적 사다리에서 횡적 평면으로 적극적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업 계획에 반영하고, 그들의 질문을 '귀찮은 방해'가 아니라 '배움의 실마리'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실수를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학생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와 같은 따뜻한 언어는 학생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결론적으로, 교육자의 횡적 세계관은 단순한 교육 방식의 변화를 넘어선다. 이는 학생을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그들의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을 꽃피우게 하는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이다. 교사가 횡적 관계의 시각으로 학생을 대할 때, 교실은 더 이상 지식의 일방적인 전달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02화제 2강: 교실에서 '심리안전'이 왜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