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는 꽈배기를 먹는다
서로 희생하며 산다고 하는데, 그러면 누가 누리고 있는가?
아침 6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니다
겨울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방안은 컴컴하다
가정주부인 와이프와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기에
방에 불을 켜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옷을 핸드폰 불빛속에서 감각으로 찾는다
옷을 찾다 바닥에 덩그러니 있던
뽀로로 오뚝이를 모르고 건드렸다
"뽀롱 뽀롱 뽀로로" 노래가 우렁차게 울린다
와이프와 아들은 짜증을 부린다
방바닥에 치우지 않은 레고가 가득하다
지뢰처럼 깔린 레고를 잘 피해 방을 탈출해야 한다
특히 신호등이나 가로수 레고는 밟으면 죽음이다
숙취해소에는 가로수 레고가 최고다
밟으면 욕이 저절로 나오고, 동시에 정신이 바로 든다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출근하기 전에 분리수거를 마무리하고 간다
오랬만에 집에 일찍 왔다
와이프가 거실에서 불판에 살치살을 구워 먹고 있다
달래 된장국에 5개의 밑반찬과 샐러드도 같이 있다
나는 회사 다니니깐 점심에 맛있는 거 사 먹는데
본인은 대충 밑반찬에 라면만 먹는다며
불만이 많던 와이프였다
"평소에도 잘 차려먹네 살치살은 나도 잘 못 먹는 건데~~ "
라고 농담으로 이야기하자 정색을 한다
오늘만 특별히 차린 거고
평소엔 반찬 2개로 먹는다며 화를 낸다
그리고는
일찍 올 때는 연락하고 오라고 한다
말없이 일찍 오지 말라고...
아니.. 잘 먹는다고 누가 뭐라하나..
잘 챙겨먹으면 좋은거지
그리고 내가 내 집 가는데 연락하고 가야 하나?
몇 년 전에는 낮에 집에 갔더니
와이프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들은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낮잠 잘 자고서는 괜히 나에게 화를 낸다
자기는 낮잠 절대로 안 자는데 오늘은 진짜 피곤해서
잠깐 눈감은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
그리고 말 없이 낮에 집에 오지 말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결혼기념일에
꽈배기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결혼으로 서로 인생 꼬였으니깐..
와이프는 육아로 인해 회사를 그만둬서 인생이 꼬였고
나는 결혼과 동시에 사랑을 잃어서 인생이 꼬였다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만 그런가?
아니다.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지수도 평균치일 것이다
모두들 이 정도인데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와이프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여자를 만났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옷을 찾을 때
분리수거하러 새벽에 나올 때
나는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
라는 의문을 가진다
사랑의 종착점은 희생인 것인가?
그리고 왜 서로 희생하며 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누가 그 희생을 바탕으로 누리고 사는 것일까7?
서로 아니라고 하니
이건 제로섬도 아닌거 같다
또 지극히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