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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세계

by 김지태

잠에 들기 전에 생각했다.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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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이곳은

온 세상이 하얀 곳이다.


말 그대로 그냥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선 무엇이든—

사물이든, 동물이든, 인물이든, 공간이든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었다.


“음… 일단 사라져 버린 탑동랜드를 다시 만들어줘.

그리고 그곳엔 내가 제일 아끼고 보고 싶은

내 강아지도 데려와줘…”



그 순간, 하얗던 배경은 탑동랜드로 변했고

저기 멀리서 내가 키웠던 하얀색 강아지 소미가

나를 보며 달려온다.


멍멍! 멍멍! 멍멍!


소미를 꼭 껴안고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다고 계속 안아줬다.


그러다가 소미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어서

모닥불을 소환시키고

바로 앞에 소고기 스테이크가 생겼다.

나는 그 스테이크를 구워

소미와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그러고 나서도 모자랐는지,


“클래식한 칵테일 바를 하나 만들어줘.”

금세 내 앞에 칵테일 바가 생겼고

소미에게는 강아지용 음료수를,

나에게는 카타르시스라는 칵테일을 마시며

술기가 오를 때쯤—


“보고 싶은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문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애는 소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아지가 귀엽네.”


막상 그리운 사람을 만나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다, 마침내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면서 살았어?”


그녀는 말했다.


“어제도 봤는데 새삼스럽게 왜 이래?”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세계는 내가 만든 곳이고

모든 게 내 손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그러던 찰나,

그녀가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현실로 돌아가 줄래? 네가 보고 싶어서.

네가 나를 만들어도, 만들어진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너의 강아지는 과거에

너에게 좋은 추억이 있어서

너를 반기지만,


나는 너에게

좋은 감정도,

어떠한 것도 생각하지 않아.”


꿈속에서도 그리워서 불렀는데,

돌아온 대답이 이런 모습이라니… 나는 멍해졌다.


“네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도

나는 너를 부정할 거야.”


이 말을 듣고

꿈에서도 괴로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는 소미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기 전에

그녀를 지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우려는 찰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너, 세상으로 돌아가. 꺼져.”


그 순간,

시계 알람 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런 꿈을 꾸고 나니

아쉬움과 허무함이 밀려왔고,

현실에는 소미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가라앉았다.


맞다.

소미는 이제 이 세상에 없고,

현실에서 보고 싶은 그 여자애는

인연이 끊겨 있었다.


잔혹한 세상에서

내가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출근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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