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바람에 흩어지길.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길 위로 흩어지길.
누군가 손 놓기 전에, 먼저 흔적을 흐리길.
시선은 돌덩이처럼 가라앉고
숨은 얇아지고, 어둠은 길게 늘어져서
운동화 끈 하나에도 손끝이 떨리곤 했습니다.
마치 사람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끈처럼
매듭이 끝내 묶이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도 이질적인 그림자였고,
닿는 것마다 상처가 번질까
스스로를 두꺼운 가림막 뒤로 밀어 넣습니다.
번지지 않게, 묻어나지 않게—
그래서 말합니다.
“이 그림자는 가까이 두지 마세요.”
잠시 지면 아래로 내려가겠습니다.
온기가 식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말의 끝이 흐려지는 밤이면
그저 잠시 꺼져 있겠습니다.
언제 다시 켜질지는 모르겠지만요.
이곳은 금속이 없어도
사람 마음의 모서리로
충분히 베어집니다.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는
헤어진 시간 속에 파묻혀
출구 하나 찾지 못합니다.
작은 틈조차 닫힌 채예요.
갑자기 울리는 신호음은
고요를 견디지 못한 마음의 떨림이었고,
그 떨림 위에 겉말만 쌓여
진심은 가려지고
신뢰는 희미해졌습니다.
당연히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죠.
좋아서, 너무 좋아서
마음이 흘러넘치는 이 낡은 존재가
참… 서글픕니다.
돌아보면 많은 것이
결국 그림자 쪽의 몫이었군요.
달라졌다고 믿었는데
또 같은 원 위를 걷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띠 위에서
앞도 뒤도 없이 떠돌 뿐입니다.
참, 볼품없는 순환이에요.
입안에 스치는 따뜻한 기체로
조금씩 흐려지는 시간과
잠깐의 달콤한 착각을 교환합니다.
이 세계는 모든 기쁨에
값표를 매기니까요.
온 세상이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았어요.
애매해서 슬프지도, 기쁘지도
느끼지 못하는… 그냥 아이러니해요.
그런데 이상하죠.
이 얘기들을 꺼내놓으니
묘하게 웃음이 납니다. :)
이 모든 말은—
물 한 겹 사이에서 ‘?’를 바라보는
그 사람에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