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지태
과거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도,
어쩌다 이런 삶을 택한 건지도
나도 모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버렸다.
지금 현재는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과거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과거에는 행복했던 요소가 많았었기에.
사랑했던 사람, 다정한 가족, 즐거웠던 장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모든 게
내 곁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과거만 그리워하게 된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어서 주저앉게 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머리는 숙이게 되고,
과거에는 좋은 면만 있는 것 같지만
안 좋은 면도 있었기에
과거의 아픔은 잊은 채
좋은 면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잊고 있었던 아팠던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증오로 물든 폐허가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사람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정이 많았고 다정했던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그런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허망했다.
그렇게 믿었던 사람에게 이용을 당하고
배신당했을 때,
내 마음은 180도 달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태생적으로 사람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마지막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다르지 않을까.
사람들은 다 똑같았다.
결국 배신을 당했다.
이 일로 인해, 원한과 집념과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신념이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다가오는 상대에게도
형태도 남지 않게 없애버리곤 했었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무차별적으로 폭력과 압박으로
두려움을 심어 복종하게 만들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보호하기 위해서.
더 이상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두려움에 굴복한 사람들을 모아두었다.
신은 나를 버렸기에, 내가 신이 되기로 한다.
그렇게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고,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무작정 파괴하고
폭주하게 되어버린다.
선과 악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세상이지만
어찌 보면 둘 다 똑같다.
“지키기 위해서.”
단지 가치관이 달라서
각자의 길을 걸을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지옥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멸망시키고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
아비규환에 빠지게 된다.
세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그것이 목표이자 나의 마지막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