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도 아름답다.

재미있는 상상으로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기

by 포도나무

지난해 담아두었던 김장김치가 똑 털어졌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좋아하는 김치도 금세 동이 나 버리고 만 것이다. 김장 담그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하는데 나는 용기를 내서 배추를 샀다. 혼자 담그는 김치는 맛을 보장하기가 어려워서다.(늘 시댁에서 김장을 담금) 그때그때마다 맛이 다른 혼자 담그는 김치, 나는 아무래도 마술사인가 보다. 그래도 세 아이들은 엄마 김치가 맛있단다. 그 칭찬에 힘입어 장바구니에 단단해 보이고 예쁜 색의 배추를 담는다.


배추를 씻고 소금으로 절이기 위해 배추 밑동을 잘라낸다. 서걱서걱 잘라낸 밑동을 가만히 바라다보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 하얀 장미꽃을 닮은듯하다. 배추 속 노오란 심지를 둘러싸고 한 겹 한 겹 차례로 자라나 속을 이룬다. 내가 먼저 하겠다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배춧잎이 하나도 없다. "네가 먼저 나고 그다음은 내 차례야"라고 이야기하는 듯 한 겹 한 겹이 배려와 양보로 질서를 이룬다. 그래서 그 속이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잘라낸 밑동을 그냥 버리지 않고 배춧잎 한 장을 떼어 줄기와 잎을 만들어 준다. 그야말로 배추꽃의 탄생이다. 보는 나도 즐겁고, 제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배추도 즐거워 보인다.


노랗고 새하얀 배추가 맛있는(?) 김치로 변신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배추꽃이 생각이 난다. 배추에게서 아름다움을 배운다. 차례를 내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을.

김치가 제법 맛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엄마 김치가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두통 담아놓은 김치가 며칠이면 또 동이 나겠지? 그럼 또 다른 배추를 만나 아름다움을 만끽하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