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해마에게서 사랑의 향기가
난다

재미있는 상상으로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기

by 포도나무

겨울철이면 손이 노랗게 될 정도로 귤을 많이 먹는다. 어렸을 때는 귤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지 종류였지만 요즘은 그 종류가 꽤 여러 가지다.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등등. 나오는 시기도 각각 달라 겨울철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쉽게 감귤 종류들을 맛볼 수 있다.

향기 좋은 천혜향을 올 들어 처음으로 맛볼 기회가 생겼다. 과즙이 풍부하고 맛나다. 무엇보다 향기가 너무너무 좋다. 밀감의 여러 종류를 섞어서 재배된 품종이라고 하는데 하늘에서 내려준 향기를 가졌다고 천혜향이라고 부른단다. 맛도 좋지만 향기가 좋아서 천혜향을 먹고 나서 그 껍질을 쉽게 버리기가 아까웠다. 까놓은 천혜향 껍질을 하얀 종이 위에 놓아 본다. 이리저리 옮겨 놓다 보니 하나는 물고기 모양 같고, 하나는 해마를 닮았다. 솜씨 없지만 그림도 그려 넣는다. 버려지는 껍질이 재미난 모양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사이좋은 물고기 부부가 며칠 뒤면 해산하게 될 아빠 해마를 찾아왔다.

"아이고 그동안 아기 해마들 품느라 고생했어요. 출산일이 언제죠?"

아빠 해마는 곧 출산이 임박해서인지 몸도 무겁고 힘이 든다. 불룩 나온 배 안에서는 아기 해마들이 하루라도 빨리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꿈틀꿈틀 댄다.

"네. 내일모레면 아기들이 태어난답니다."

엄마 해마가 아빠 해마의 육아 주머니에 아기를 낳으면 아빠 해마는 10일에서 25일간 품고 아기 해마들을 부화시킨단다. 출산할 때 진통도 느낀다고 한다. 세상에 아기를 낳는 아빠라니...

아빠 해마에게서 아기들을 향한 사랑의 향기가 난다. 천혜향에서 나는 건지 아빠 해마에게서 나는 건지 진하고 사랑스러운 향기를 품고 있는 것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남편의 배가 아빠 해마처럼 불룩해졌다. 출산할 수 있는 배는 아니지만 사춘기 들어선 딸과 티격태격하기보다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이 많이 품어서 둘의 사랑에서 천혜향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불룩한 배도 좀 사랑스러워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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