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19
아프리카 대륙 건너와 볶이고, 갈리고, 내려지고 마침내 이곳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의 식탁 위, 먼 여정 끝에 퍼지는 진한 커피 향. 아! 취한다.
헬스장 다녀온 뒤 샤워까지 끝냈다. 모든 게 준비 완료. 오후 1시 40분. 매 시각 정각에 울리던 브런치 알람 소리에 핸드폰으로 가던 손을 막느라 힘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공손하게 브런치에 입장할 차례다. 여기는 고수들이 활약하는 무림이다. 까불다간 뼈도 못 추린다. 순식간에 발목 잡혀 동굴로 끌려가 먹이가 된다. 긴장, 또 긴장. 조심 또 조심.
내가 구독하는 작가수는 얼추 300명 남짓. 어디 보자. 오늘은 어느 작가께서 어떤 글을 올렸나 위험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여행을 떠나볼까. 커피 한 모금과 함께 긴장의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두둥 입성한다. 내 기준 작가는 크게 다섯 부류로 나뉜다. 청록파 이런 거 아니다. 럭비공파, 쾌도난마파, 바위파, 알쏭달쏭파. 정보파.
먼저 럭비공파. 글이 통통 튄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긴 글이 10초도 안 된 것 같은데 금방 다 읽힌다. 배꼽 잡고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난다. 그런데 무공이 장난 아니다. 손짓 하나에 독자들 우수수 쓰러진다. 특유의 감수성으로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 역시 대단하다. 웃긴데 또 진중하다. 울다 웃는다. 그러면 똥꼬에 뭐 난다. 나보고 어쩌라구.
쾌도난마파. 글이 명쾌하다. 다 읽고 나면 시원하다. 확실하다. 너무 부럽다. 이런 분들 만나면 신랑, 신붓감으로 최고인 듯싶다. 알아서 척척 다 해줄 것 같은.
바위파. 잔잔한데 듬직하다. 뭔가를 깨닫는 느낌이다. 가부좌 틀고 바위 앞에서 도 닦는 스님, 묵주 들고 깊은 상념에 빠진 신부님 이미지가 떠오른다. 눈 뜨면 안광에 눈부실 것 같은 느낌. 산사 입구에서 울려 퍼지는 대저 삶이란, 으로 시작하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 말이다. 마음이 확장된다.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오늘 출근할 때 동료들을 위해 간식이라도 하나 사가야겠다.
알쏭달쏭파. 아! 너무 어렵다. 두세 번 반복해서 읽어도 머릿속에서 확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댓글을 본다. 오! 그런데 그걸 또 한 줄로 개념 정리한 글을 본다. 글 쓰신 작가님이나 댓글 다는 분 둘 다 존경스럽다. 의문의 1패를 당한 나는 질질 끌려 퇴장당한다.
정보파. 뜻밖의 횡재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 지식 저장고다. 쉽게 구하지 못한 정보를 작가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알아간다. 직접 겪은 정보라 더 다가가기 좋다. 세심한 배려가 글 곳곳에 묻어 있다.
이러니 카페 브런치에 입성하면 서너 시간 산책이 일상이다. 내가 구독하는 작가 300명이 이 정도인데, 그럼 1,000명이 되면 대체 어떤 숲인 거야,라는 의문이 생긴다. 아마존 정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정글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 거야.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정글 숲 속에서 살아남지. 갑자기 진지해진다. 단전에 힘을 모은다.
IT’S MY TURN. 받아랏 장풍!
에네르기파!
피시식! 불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