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18
3교대라 하루를 8시간씩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조간, 석간, 야간 근무가 있다. 다들 야간 근무를 제일 싫어한다. 그것두 겨울철 야간 근무. 아무리 경비실이 따뜻하더라도 밖은 시베리아 벌판 같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 순찰 돌면 아문센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게다가 소복소복 쌓이면 제설 작업 출동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는 게 더욱 힘들다. 특히 새벽 3시 ~ 4시 사이가 가장 고비다. 쏟아지는 잠은 좀비같이 달려든다. 죽지 않는다. 떼로 덤빈다. 쫓기다 쫓겨 경비실 밖으로, 시베리아 벌판으로 도망친다. 10분 정도 벌벌 떨며 좀비 같은 잠을 쫓아낸다. 이젠 괜찮겠거니 들어간다. 하지만 5분도 되지 않아 달겨드는 좀비 떼에게 바로 잡아 먹힌다. 천근 같은 눈꺼풀. 서서히 감긴다. 아! 따뜻하다.
추워요.
무슨 소리지? 꿈인가. 꿈이면 안 되는데, 근무 중인데. 활짝 놀라 깬다. 주위를 둘러본다. 이상 없는데, 이상하네. 다시 잠에게 붙잡힌다.
문 좀 열어주세요.
또 무슨 소리? 번쩍, 아니 반쯤 게슴츠레 눈을 뜬다. 경비실 창밖을 본다. 정문 철문 위로 긴 머리, 하얀 얼굴이 동동 떠있다.
흡! 으악! 귀...... 귀신,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섰다.
저, 직원인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직원이라고. 아니, 어쩐 일로 꼭두새벽부터 출근하셨죠? 정신을 가다듬고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큰 소리 묻는다.
급한 일이 생겨서요. 얼른 문 좀 열어주세요. 너무 추워요.
철문을 연다. 아직까지 심장이 떨린다. 시계를 본다. 새벽 4시다. 조금만 참자, 곧 퇴근이다.
퇴근이요? 문 열어주셔야죠, 추워요.
아니 무슨 소리지, 방금 문 열었는데, 철문 위를 쳐다본다. 긴 머리 하얀 얼굴이 철문 위로 또 동동 떠 있다.
으악! 사람 살려.
이 대원님! 이 대원님! 괜찮으세요. 같은 조, 최 대원이다. 경비실이다. 꿈을 꾼 모양이다. 꿀꺽 침을 삼키고 창 밖 철문을 슬며시 쳐다본다. 아무것도 없다. 다행이다. 휴! 가슴을 쓸어내린다. 최 대원이 다가온다.
이 대원님, 문 열어주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