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23
배가 고프다. 야간 근무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자고 난 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이 마뜩잖다. 새벽 찬 바람을 맞아서인가, 속이 허하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속을 뎁혀 줄, 김 모락모락 나는 이를테면 동태탕이나 설렁탕 같은 탕 종류가 확 땡기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림없다.
이때 대안은 빙고! 라면이다. 그러자 불현듯 처음부터 나는 라면을 엄청 먹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설렁탕, 동태탕을 떠올릴 건 머릿속 상상의 애피타이저다. 식욕을 돋우게 하기 위한 일종의 기만술인 셈이다. 한층 달아오른 나는 급하게 냄비를 찾아 물을 올린다.
와중에 양파 까고, 대파 종종 썰고 아주 정성이다. 계란도 꺼냈다. 노른자 올린 라면을 상상하니 즐겁다. 얼마 전 시골에서 가져온 김장김치까지 숭숭 썰었다.
물이 끓는다. 파와 양파를 넣는다. 이제 라면 넣을 차례. 어떤 라면을 끓여볼까나,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찬장을 연다.
라면이 보인다. 엉? 아니 이럴 수가, 다시 본다. 온통 짜장라면뿐이다. 일요일도 아닌데. 부글부글 물이 끓는 건지, 내 마음이 끓는 건지.